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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 초소 ‘심리적 효과’ 뿐…백신 처방해야”
AI 최악 참사, 수의사들에게 들어보니
“미국, 일본 등도 백신 고려…질병대책 패러다임 바꿔야”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7-01-06 06:00:00
▲ 광주천변 곳곳에 AI 관련 현수막이 나붙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고 있지 않다. ‘최악의 AI’로 기록되고 있는 이번 사태는 특히 살처분이 유일한 정부 대책인데서 오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무조건적인 살처분으로 실생활까지 상당한 여파가 미치고 있는 가운데, 닭, 오리의 생명을 경시하는 세태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따르고 있다.

 다른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본보는 이번 AI사태를 어떻게 보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수의사들에 물어봤다. 다만,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 대한 책임, 정부 방침에 반하는 주장을 한다는 것 등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해 익명으로 처리했다.

 

▶사람 감염 두려움 있는 듯한데, 그런 상황은 없었다

 -AI, 왜 그렇게 무서운가?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큰 것 같다. 그런데 홍콩, 중국, 베트남 등에서 극소수 사람들이 AI에 걸려 죽었다는 보도가 있었을뿐 그들과 비슷한 바이러스가 10년이 반복 발생한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큰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또 조류의 높은 폐사율과 무서운 전파력을 꼽을 수 있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역학조사와 과학적인 분석에 따른 대책 마련이 중요한데, 정부는 ‘무조건 죽이고 보는 식’이다. AI에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마치 군사작전을 하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조차 괜히 말 잘못했다가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생각에 나서길 꺼린다.

 -AI 발생이 철새 탓이라는 데?

 △철새가 병원체를 옮겼을 가능성도 분명 있다. 병원성이 심하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철새 몸 속에 들어가 공존하면서 이동시 함께 옮겨와 면연력이 약한 주변 농가의 가금류들에 전염될 수도 있다. 다두 밀집사육인 단지형태의 우리나라 가금농장은 바이러스가 번지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미 겨울 이전에 수많은 접촉 요인에 의해 바이러스가 미리 들어와 잠복해 있다 겨울철에 창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정부는 올해 이전엔 축사의 이주노동자나 외국을 다녀온 농장주를 AI발생 원인으로 지목한 적이 있다.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없는 터라 ‘정답’은 말하기 어렵고, 여러 요인이 복합돼 일어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AI 발생하면 정부는 거점 초소를 운영하며 이동 차량 등에 소독약을 뿌리는데 그게 효과가 있나?

 △엄밀히 말해 바이러스는 초미세분자로 겉만 소독해서는 차단 효과를 보기 힘들다. 특히나 겨울철에는 바이러스 생존력이 강해지지만 소독약의 소독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거점 소독장은 다만 경각심을 주고,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효과가 더 있는 것 같다. 노력과 비용 대비 효과가 의문시 된다.

 -거점소독장 운영이 의미가 없다는 건가?

 △AI는 대부분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감만 해도 사람 많이 있는 장소는 피하라고 하지 않나. 사람과 실내를 포함한 ‘완벽한’ 소독이 아닌한 오히려 거점소독장 자체가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소가 될 위험성도 있다고 본다. 차라리 소독장을 분산시키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정부 대책에 많은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 잡아줄 전문가 집단은 왜 역할을 하지 않나?

 △정부 내 컨트롤 타워에도 수의사가 거의 없다고 한다. 행정직 출신의 ‘비전문가’가 방역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책임에 대한 부담감으로 수의사 집단들도 의견을 내길 꺼리고 있다. 서울대 김재홍 교수, 건국대 송창선 교수, 충남대 서상희 교수 등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살처분이냐 백신투입이냐를 놓고 논쟁을 펴고 있는데 이것이 실제 정책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교수들도 제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하고, 정부는 이러한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살처분·백신 투입 병행하며 사육방식 개선까지

 -최근 정부가 백신투입을 검토하는 등 백신 문제가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위험성은 없나?

 △백신투입 요구에 대해 정부나 반대론자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이 오래 걸리고 질병이 만성화되고, 바이러스가 변형돼 사람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는 없다. 오히러 우리나라처럼 매년 AI가 유행하는 중국, 베트남에선 백신정책을 통해 대처하고 있고, 미국, 일본 등도 점진적인 백신 정책을 고려하는 추세라고 알고 있다. 충남대 서상희 교수에 따르면, 올해 바이러스는 중국에서 발생한 것과 비슷해 중국 백신을 수입하면 되고, 저병원성 AI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체들이 씨균주만 바꾸면 조기에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비용도 마리당 200원(백신, 백신투입 비용 포함)으로 살처분에 따른 보상, 무고한 동물들의 대량 살생 등 온갖 ‘비용’을 고려하면 백신이 더 경제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AI대책은 뭐가 있나?

 △백신투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백신부터 찾지 않나. 구제역도 살처분을 고집하다 대량 생매장 사태를 겪은 후 백신 정책으로 돌아섰다. 살처분이 질병초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곤 하나 이렇게 매년 살처분만 반복할 순 없는 일이다. 닭, 오리 하나도 안 남을 때까지 살처분을 할 건가? 백신 처방으로 눈을 돌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리=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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