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발의…“국회 통과돼야”
시민사회, 입법 청원 운동도 진행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25일 간 공장 점거파업을 벌인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 90억 원을 내야할 판이다. 지난 1월25일 부산고등법원 제1민사부가 현대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항소를 기각하고 9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기 때문. 현재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 중 판결을 기다리는, 그리고 이미 판결을 받아 사측의 집행 결정을 기다리는 손배소 건수가 60건, 청구금액은 1600억 원, 가압류 금액은 175억 원에 달한다. 사측이 쟁의행위를 한 노동자들에 대해 거액의 손배소를 제기하고, 재판부 역시 ‘모욕’, ‘명예훼손’과 같이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배상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노동자들이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는 데 악용되고 있는 손배가압류를 해결하기 위해 소위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노동·시민단체 등은 20대 국회에서의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좌절된 손배·가압류 제한이 20대 국회에서 이뤄질지 주목된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를 개정한 법으로 지난 1월18일 강병원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은 △손배가압류 제한을 통한 노동기본권 보호 △임원이나 조합원 등 개인에 대한 손배가압류 청구 금지 △신원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 금지 △노조 규모에 따른 손해배상 상한액 제한 △손해배상액 경감의 구체적 ‘사유’와 ‘기준’ 제시 등이다.

 노란봉투법은 이미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새누리당의 거센 반대로 폐기된 바 있다. 손배소 피해 당사자들과 노동계 및 시민단체들은 20대 국회에선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모임 ‘손잡고’는 노동3권에 보장된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손배가압류를 할 수 없도록 막기위한 ‘노란봉투법’이 20대 국회에 통과될 수 있도록 온라인 상에서 입법청원(https://goo.gl/forms/53SceP1Ts8HrgfXt2)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AVO카본코리아지회, 금속노조 KEC지회, 금속노조 기아차화성사내하청분회,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아산지회,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금속노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동양시멘트지부, 보건노조 금천수(고려수)요양병원지부, 언론노조 MBC본부, 울산과학대지부, 철도노조 등 민주노총 소속 손배·가압류 피해 당사자들도 앞서 7일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했다.

 이들 노동자들은 “11억 원, 20억 원, 30억 원, 90억 원, 이 억소리 나는 굴레가 여기 서있는 우리들과 우리 가족들의 숨을 틀어막고 있다”면서 “적어도 노조법 제3조, 헌법에 따라 노동3권을 행사한 개인에게 수천억 손해배상 가압류를 걸 수 있도록 허락하는 조항이 있는 한 노조법은 갈등을 확대하고, 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법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천문학적 액수를 노동자 개인에게 감당하라는 이 죽음의 제도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면서 “죽음과도 같은 우리의 고통을 ‘방관’하지 말아달라”며 국회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청했디.

 노란봉투법이 2월 국회에서 논의되기 위해서는 오는 13일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되어야 다음날 법안 심의가 가능하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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