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기업 이브, 전국 4곳 설치 “안전한 피임 위해”
설치 자원한 스팟라이트 대표 “콘돔 구매 불법 아냐”

▲ 광주 충장로에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가 설치됐다.
광주 충장로에 ‘청소년’ 전용 콘돔 자판기가 설치됐다.

100원에 2개의 콘돔을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에는 ‘만 19세 이상 성인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청소년 콘돔 자판기는 청년들이 만든 소셜 벤처기업 ㈜인스팅터스가 실시한 ‘EVE 디스펜서 프로젝트’를 통해 설치된 것이다.

광주 뿐 아니라 서울 강남과 이태원 등지에 설치됐고 다른 지역에서도 설치 의뢰가 이어지고 있다.

자판기 설치 목적은 성적 약자로 인식되는 청소년의 콘돔 접근성을 회복시켜주고 안전한 피임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함이다.

자판기 속 콘돔은 모두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한 ‘비건 인증’ 제품이다.

프로젝트 소식을 접하고 가게 앞 설치를 자원한 성인용품점 스팟라이트 공동대표 박승재(24) 씨는 “청소년들이 콘돔을 구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데도 이를 불온시하고 있어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콘돔을 사지 못해 랩이나 비닐봉지를 사용해 성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면서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성 문화를 바꾸고 싶어 성인용품점을 차린 만큼 같은 맥락에서 청소년들에게도 안전하고 주체적인 성 인식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가게 앞에 설치된 자판기에는 별도의 연령 인식 시스템은 없지만 점주가 자판기 이용객을 판별하는 방식이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청소년유해환경접촉실태조사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첫 성경험 시작 연령은 평균 12.8세로 낮아졌지만 피임에 대한 교육이나 인식은 제자리 걸음이다.

이와 관련해 광주 여성민우회 백희정 씨는 “청소년들을 성교육 하다보면, 실제로 청소년들의 성 인식이 예전보다 훨씬 열려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자판기가 생긴 것은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피임을 위한 창구를 마련해줬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자판기가 설치된 위치와 관련해선 “너무 개방된 장소에 있을 경우 실제 청소년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자유롭고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에 추가 설치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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