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청년들이 진정 원하는 것 찾아
다양한 삶 위한 인프라 제공하고파

▲ 한승석 청년.

 우리는 주변에서 새로운 관계를 찾고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애쓰지만,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실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와 특별한 자리나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 차분하고 안정된 기회를 갖고 마음 속 목소리에 귀기울여 본 적이 얼마나 있을까요. 1년여 동안 함께 일해 온 고마운 동료, 한승석 청년을 다시 돌아봅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광주청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승석입니다. 청년센터에서는 ‘엉뚱’이라는 별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실 엉뚱이라는 별명은 저의 콤플렉스였어요. 엉덩이가 뚱뚱하다는 뜻이거든요. 하지만 뚱뚱한 엉덩이가 어느 순간 사람들 기억에 쉽게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엉뚱이라는 말이 주는 묘한 느낌이 좋아서 별명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조금 엉뚱한 면도 있구요.

 어릴 적에는 정말 꿈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초등학생 때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공책에 선을 긋고 만화를 그렸고, 중학교 때는 소설가가 되고 싶어서 직접 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소설이 한창이던 중학교 때, 친구들을 주인공으로 한 인터넷소설을 써서 친구들이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공부를 잘하진 못해서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잠시 꿈에 대한 생각들이 사라졌죠.

 대학교 진학에 가까워지자 다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이공계 전문대로 진학하는 대부분의 친구들과는 달리 조선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진학을 하게 됩니다. 정말 전기와 기계는 저와 맞지 않았거든요. 취업준비에 지쳐있을 때, 전문대로 가지 않은 제 자신을 살짝 원망한 적도 있습니다만, 즐겁게 일하고 있는 지금은 그때가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지금 저의 꿈은 단기적으로는 청년 커뮤니티사업을 통해 광주청년생태계의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광주청년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광주광역시 내에 조성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입니다.

 

 ‘당연하다’는 말 제일 경계

 

 -살아가면서 자신이 경계하는 것이 있다면요?

 △요즘 제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저 또한 최근에 광주청년들을 만나며 ‘당연하다’는 기존 가치관이 무너져버렸고, 실제로 주변에 많은 사례들을 볼 때 당연한 것이 별로 없는데도 그 프레임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아요. 저의 인생에서도, 업무적으로도 당연하다는 논리를 가장 경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회경험을 했다고 알고있는데, 어떤 경험들인지 궁금합니다.

 △처음으로 돈을 벌어 본 것이 롯데리아 파트타임 근무였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할 수 있는 것이 한정적이고, 최저시급을 제대로 맞춰주는 곳은 프랜차이즈 회사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아르바이트를 한번 시작하다보니 계속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교촌치킨, 미스터피자, 중국집 등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했고, 새벽에 신문배달도 꽤 많이 했어요.

 대학에서는 평소에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지만, 방학마다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그때 했던 일들이 조선소, 등갈비 전문점, 발렛파킹, 놀부부대찌개 등이었죠. 그냥 편의점, PC방 제외하고는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다행히 졸업을 하기 직전 KBS에서 FD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겨서 1년간 KBS에서 일했어요.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게 일했던 것 같아요. 그 이후 공부를 해보겠다고 1년 정도를 놀아버렸고, 다시 조선소, 웅진씽크빅 등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광주청년센터에 정착했습니다.

 직접 해본 사람으로서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서빙, 발렛파킹 등 서비스직무가 생각보다 힘들고, 힘든만큼 돈을 주지 않아요. 그리고 학습지 회사 같은 곳에서 영업을 하면 생각보다 힘들지만, 생각보다 돈을 꽤 주고요. 그런데 의외인 것은 조선소가 생각보다 안 힘들고, 생각보다 돈을 많이 줍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조선소에서 특수 도장 등 경험

 -조선소에서의 일경험이 특히 인상 깊은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조선소 일경험 이야기를 좀 더 부탁합니다.

 △‘배는 하나의 작은 도시다.’ 조선소 노동자들이 항상 하는 말입니다. 전기, 배관, 용접, 도장, 시설 등 하나의 작은 도시를 만드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나온 말이죠. 저 또한 짧지만 조선소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는 군산현대, 통영SPP, 통영성동 조선소를 돌아다니며 근무했었고, 특수도장 품질관리(Q.C) 직무를 맡았어요. 배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페인트 두께를 측정하고, 페인트가 제대로 입혀지지 않은 곳을 찾아내서 체크했죠. 페인트와 친한 사람들은 대충 알겠지만 페인트는 ‘美’를 추구하기 위함보다 부식을 예방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굉장히 꼼꼼하고 섬세해야하며, 충분히 마를 시간이 필요하죠.

 품질관리를 하며 초기 검사의 중요성을 확실히 알게 됐어요. 사실 어차피 3차 공정까지 있기 때문에 초기검사를 대충할 때가 많은데, 저를 가르쳤던 사수는 초기에 확실히 다 잡아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에 경험이 쌓이다보니 알게 됐습니다. 미뤄두고 나중에 하면 나중에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요. 나중으로 미루기보다 현재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해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 계기였습니다.

 -광주청년센터the숲에서는 어떤 일들을 맡고 있나요?

 △저는 광주청년센터에서 청년 커뮤니티 확대 부분을 맡고 있으며, ‘청년모힘’과 ‘우리동네 외쿡친구’ 2가지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년모힘’은 ‘청년, 모이면 힘이 된다’라는 콘셉트로 광주 청년 3인 이상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를 발굴하고 청년센터와 관계를 맺어, 지역 내 다양한 청년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있습니다.

 ‘우리동네 외쿡친구’는 광주청년들과 유학생을 매칭하여 서로의 공통된 ‘needs’를 해결하는 활동을 장려해 자연스럽게 글로벌 감각을 익히고 광주청년과 유학생이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현재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청년들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 활동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있으며, 주로 시민참여예산제, 청년컨퍼런스, 청춘대학 등의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청년들의 목소리를 광주청년센터에 적극적으로 들려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을 너무 몰랐다” 부끄러움

 

 -최근 많은 청년들을 만나고 있는데, 청년들을 만나 본 소감은 어떤가요?

 △부끄럽다. 이 4글자가 가장 큰 소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광주청년센터에서 일하며 가장 청년들과 가까이 있어야하고, 청년들의 실태와 ‘needs’를 가장 잘 알아야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몰라도 한참 몰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청년들과 이야기하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개인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광주광역시의 다른 청년들을 생각하며 이야기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청년들이 항상 이야기합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유익한 프로그램들을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홍보에 좀 더 힘써주세요’ 등등. 사회적 문제나 인식, 광주가 갇혀있는 프레임 등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저는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강하게 느꼈습니다. ‘광주청년들이 깨어있구나.’

 앞으로도 계속 청년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청년들과 솔직하게,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광주청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갈 것입니다.

 -청년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청년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사회, 그리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 아닐까요?

 사실 광주 청년들은 굉장히 활동적이고,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아직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지역에서 청년들을 기르고, 청년들이 지역을 발전시키는 선순환이 지속되어야하는데, 이런 부분이 아직 잘 안 되는 것 같았어요. 현재의 상황은 청년들은 계속 타지로 이동하고, 지역에서는 광주청년들보다 잘하는 타지의 청년 및 인재들을 초청하죠. 악순환이죠.

 제 생각에는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관이든 시민단체든 어디든, 그들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레짐작으로 청년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면 청년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까요? 청년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까요? 청년들이 광주 내에서 성장할 수 있을까요?

 청년들을 위한 단기적인 사업이 아닌,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청년들이 바라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런 저의 생각은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청년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바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광주청년센터에서 일하며 공공의 분야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일단 지금은 광주청년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며, 하반기에 있을 ‘청년모힘’과 ‘우리동네 외쿡친구’ 2기를 좀 더 세부적으로 준비하려고 합니다. 당분간은 광주청년들과 맞닿아서 살게 될 것 같아요. 아직 듣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고, 만나야 할 광주청년들은 더더욱 많으니까요.

 제가 청년의 나이를 벗어날 때쯤 광주청년들이 광주에서 다양한 삶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네요.

 

▶한승석 청년을 만나는 방법

페이스북: www.facebook.com/RootoHan

이메일: raccoon_b@naver.com

광주청년센터: 062)232-1939

 

서일권_옹달샘 <광주청년센터the숲 센터장> Drea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