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희생자 재학생 기준…`학교밖’서도 많아”
‘5·18과 청소년’ 포럼서 제기 “구체적 분석 필요”

▲ 지난 20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1980년 5·18민중항쟁과 청소년’을 주제로 포럼이 진행됐다.
 “1980년 5월27일, 끝까지 도청을 지킨 건 청소년들입니다.”

 지난 20일 광주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1980년 5·18민중항쟁과 청소년’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교육공동체 벗과 광주교육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5·18기념재단이 주최 및 후원으로 참여한 이번 포럼은 5·18과 청소년이라는 그간 잘 다뤄지지 않던 주제를 내세웠다.

 ‘5·18의 청소년 열사’를 주제로 발언에 나선 배이상헌 교사는 “5·18 당시 희생된 광주 학생은 18명으로 기록이 나와있지만, 청소년들을 기준으로 하면 5·18에 대한 기억이 ‘완성된 기록’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5·18과 청소년이란 주제 자체가 관련 현황이나 자료 등이 명확히 정리돼있지 않고, 이에 대한 세밀한 연구나 분석도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5·18 희생자로 기록된 18명의 청소년은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배이상헌 교사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을 기준으로 그보다 어린 다양한 학교밖 청소년들이 있다”며 “5·18유족회로부터 받은 기록을 보면 18명과 학교밖 청소년들까지 하면 광주지역 청소년 열사가 42명 정도다”고 말했다.

 다만, 이 역시 ‘정확히 정리된 기록’은 아니다.

 배이상헌 교사는 “재수생, 구두닦이, 미장, 재봉사 보조, 벽돌공 등 여러 학교밖 청소년들이 ‘노동자’로 분류된 측면도 있다”며 “5·18 당시 재학중이지 않았던 청소년들에 대한 조명도 향후 남은 과제로 보여진다”고 짚었다.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중요한 역사적 시위에서 항상 앞장섰던 것은 청소년들이었다. 4·19는 4월 전까지는 ‘중·고생’ 시위였다는 것을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5·18 역시 희생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주체로서 청소년들이 활동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분류,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5·18 당시 대동고등학교 3학년으로 독서회 활동을 했던 김향득 작가는 “5·18 때 전영진이라는 친구가 21일 도청 앞 집단발포 때 사망했다”며 ‘그날’의 충격을 떠올렸다.

 광주YMCA·YWCA 등을 통한 시국강연, 유인물 배포 등 활동 경험을 소개하며 “5·18 때 청소년들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 5월27일 도청 안에 있던 대학생, 일반 시민사회 다 도망갔는데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청소년들이었다”며 “5월27일 의외로 청소년 사망자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까운 박근혜 정부 때만 봐도 촛불을 든 것은 청소년들이었다”며 “국가나 사회적으로 위기가 생겼을 때 불의를 참지 못한 청소년들이 늘 앞장서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5·18해직교사로 1980년 5월27일 전주 신흥고등학교 학생들의 시위를 도왔던 이상호 씨도 이러한 점을 강조하면서 ‘16세 선거권’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16세면 충분히 판단력이 있고,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참정권을 가진다, 선거권을 가진다’고 돼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부터 16세 선거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들에 선거권을 주지 않는 것은 선거날 청소년들이 ‘모든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면서 세월호처럼 ‘너희는 잠 자고 있어라, 가만히 있어라’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이건 정말 잘못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최근 펴낸 ‘여기 학생과 교사가 있다-5·18 전북 항쟁과 촛불 청소년의 만남’이란 책을 현장에서 무료로 나눠준 그는 포럼을 지켜보던 청소년들에 “내년 지방선거 때 우리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직접 행동으로 나서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 사회를 맡은 교육공동체 벗 사무국의 공현 청소년활동가는 “5·18 이후에도 끊임 없이 5·18을 기억하기 위한 중·고등학생, 대학생, 시민들의 행동이 있었다”며 “이러한 의미를 청소년들이 직접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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