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철학 “어떻게 현장에 적용” 고민
낮 대안학교 교사, 밤엔 대학원 철학 공부
“오늘, 이만하면 괜찮았어”라는 ‘내일’ 희망해

▲ 추교준 씨.
 통찰적 사고(思考)가 빈곤한 현재입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포털의 웹툰과 모바일 헤드라인 뉴스, SNS을 통해 올라오는 이미지와 간단명료한 언어들까지…. 단지 ‘힐링’을 구하는데 사용되는 인문학과 철학적 표현들의 가치를 넘어 철학 본연의 가치에 대해 깊이있게 연구하고 현실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길잡이로 삼고 있는 추교준 청년의 울림이 새삼스럽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추교준이라고 합니다. 올해 35살이고요. 낮에는 대안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철학을 가르치고 있고, 밤에는 대학원에서 철학 공부(논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자란 곳은 대구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철학 공부를 계속하려고 마음을 먹은 뒤, 광주로 유학을 왔다가 그만 이곳에 눌러 앉았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 2007년이었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살아가면서 경계하는 것 3가지는 무엇인가요?

 △세 가지까지는 없고요. 너무 많은 걸 경계하면 삶이 피곤하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살기 고단한데 ㅋㅋㅋ) 기본적으로는, 나중에 후회 할 만 한 일은 애초에 하지 않는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만큼 힘든 상황도 없더라고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냉소’하는 일을 경계합니다. 냉소는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리니까요.

 

 -인상 깊은 책이 있다면?

 △역사학자 배경식의 ‘식민지 청년 이봉창의 고백’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이봉창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대로 일왕에게 폭탄을 던진 ‘독립운동가’의 모습과는 다르게, 처음에는 ‘기노시타 쇼조’라는 이름을 가지고 뼛속까지 일본인이 되려고 몸부림쳤던 청년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말이죠. 당시 조선인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터에서 차별과 배제를 받았거든요. (오늘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그랬던 그가, 몇몇 사건들을 겪으면서 자신을 ‘조선인’으로 자각하고, 마침내 ‘독립운동가’가 되어 일왕에게 폭탄을 던지기에 이릅니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이 이봉창을 움직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무엇이 우리 자신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영역)는 어떤 것인가요?

 △아무래도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일이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다 보니, 요즘에는 ‘교육’ 문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촛불 이후 촛불의 성과들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담보해낼 수 있을까, 즉 학교현장에서 시민교육(민주주의, 인권, 정치, 법, 언론 등)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고요. 또 청소년·청년 진로 관련해서 직업교육에 대해서도 틈날 때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철학연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모임이고, 어떤 구성원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대개 대학원에서 전공 공부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현실과 동떨어져서 이론의 영역에 집중하기 마련입니다. 기본적으로 대학원에서 (특히 기초 학문을) 공부한다는 것은 이론의 문제를 다루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는 과정이죠. 철학은 다른 학문들에 비해 훨씬 추상적인 논의를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공부를 할수록, 현실 감각이랄까요? 생각이나 관점이 현실과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대학원생들끼리 ‘사회철학연구회’를 결성했고요. 실천 철학을 공부하는 청년들이 자신들이 공부하는 이론적 개념을 현장에 적용해 현실의 문제를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청년정책에 대한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동기로 진행하게 되었는지?

 △네, 유럽인들의 생활 및 노동 조건의 개선을 위해 설립된 ‘유로파운드’(Eurofound)라는 유럽연합 소속 기관에서 발간한 유럽 지역 청년 정책 연례보고서, ‘청년의 사회적 통합’(Social inclusion of young people)을 구성원들과 함께 보고 있습니다. 청년 문제가 사회적으로 굉장히 심각하다는 말은 반복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요. 유럽의 경우, 각각의 세부 국가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청년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선도적인 정책들을 펼친 경험이 있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더 나아가 어떤 전제 위에서, 어떤 관점으로, 어떤 쟁점을 정리하면서 청년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어요. 구체적으로는 ‘사회적 통합-배제 개념’(Social inclusion-exclusion)이 어떻게 그들의 청년 정책에 반영되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유럽청년정책에서 우리나라, 광주의 청년정책에 참고할만한 내용이 있다면요?

 △중요한 것은, 유럽에서는 일찌감치 ‘사회적 통합과 배제’라는 개념으로 청년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에도 한국에서는 ‘청년실업률’만 통계 조사하고 있잖아요. 기본적으로 ‘빈곤’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빈곤’은 정(靜)적인 개념이에요. 빈곤한 청년이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건데요. ‘빈곤’을 ‘사회적 배제’로 대체하면 접근이 동(動)적으로 달라집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청년을, ‘누가’, ‘어디서 어디로’, ‘무엇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배제하는지 묻게 됩니다. 배제의 메커니즘을 파악하여 거기에 집중적으로 통합 정책을 배치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빈곤은 ‘경제적 차원에서의 결핍’을 반영한다면, 사회적 배제는 ‘사회적 권리의 박탈’을 반영합니다. 결국 사회적 통합-배제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청년들에게 경제적 정책이라는 단선적인 접근이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 경제,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정책들을 결합해 입체적인 접근을 한다는 관점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관점의 전환을 통해 실제로 광주의 청년 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철학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을까요?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철학의 쓸모를 구하는 일입니다. 인문학이 잘 팔리는 시대에 철학의 쓸모라는 것이 단지 현실에 부딪히고 찢긴 상처를 ‘힐링’하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어떤 개념이 현실에 적용되어 사태를 기존과는 다르게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펼치는 것, 거기서 사람들이 함께 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철학의 ‘참된’ 쓸모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어떤 내일을 희망하는지 궁금합니다.

 △해질녘 저녁에 “오늘, 이만하면 괜찮았어”라고 되뇌며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날이길 바랍니다.

 

▶추교준 청년을 만나는 방법

이메일: choo-kyo@daum.net



글=서일권_옹달샘 <광주청년센터the숲 센터장>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