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지사…“되레 피해자 코스프레”
“한국당이 호남 포기한 것” 당내도 반론

▲ 호남권 타운홀 미팅에 나선 홍준표·신상진·원유철(왼쪽부터) 당 대표 후보.
 “호남이 자유한국당을 버렸다.” “자유한국당이 호남을 포기한 것 아닌가.”

 호남 민심을 잡겠다며 광주에 온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들의 인식이 이처럼 엇갈렸다.

 진단이 이처럼 제각각이니 제대로된 처방이 나올리 만무한 일.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과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에서의 홀대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역민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경쟁 레이스가 본격화한 자유한국당이 21일 광주 호텔무등파크에서 호남권 타운홀 미팅 ‘체인지 업! 호남권 비전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당대표 후보로 나선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정견 발표에서 지난 대선에서 호남에서 자신의 낮은 지지율(2%대)을 거론하며 “호남은 저와 자유한국당을 버렸다”면서 “그러나 저와 자유한국당은 호남을 버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호남인이 왜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는지 듣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호남 시도민 토크 콘서트를 여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홍 전 지사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지역민들은 발끈했다. “누가 누구에게 버렸다고 하는 것이냐?” “애초부터 호남에 관심조차 없었던 게 그들 세력아니냐?” “호남은 한번도 그 당에 애정을 준 적 없으니, 버렸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한 시민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하에서 호남의 국책사업인 아시아문화전당이 어떻게 유린당했는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홍 전 지사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도가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홍 전 지사의 그릇된 인식에 대해선 당내 경쟁자도 질타했다. 당대표 후보인 원유철 의원은 “호남이 자유한국당을 버린 게 아니고, 자유한국당이 호남을 포기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저 또한 이에 대한 책임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최고위원 후보들 중에서 비슷한 인식이 감지됐다. 류여해 후보는 “호남 민심은 수도권으로 직결됨에도 우리는 호남을 그대로 두고 있었다”며 “지난 대선에서도 유세 차량도 별로 없었고 유세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태흠 후보 역시 “18대 대선 당시 호남 득표율이 10.5%였고, 지난 총선 당시 득표율은 5%, 19대 대선 당시에는 2.5%였다”며 “선거 때마다 반쪽씩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 얼마나 호남에 대해서 무관심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에 대한 인식차가 이렇게 큰 탓인지, 호남에 대한 비전이 명확하지 않았다. 대부분 후보자들은 “앞으로 호남 민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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