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사업 올해 종료…
주체간 갈등으로 빛바래
주민들 “남구관광청,
고압적 태도 사업 장애물”
관광청 “사소한 오해·실수…
불이익·압력 없어”

▲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에서 ‘올해의 광광도시’ 주요 사업 중 하나인 ‘근대 예술여행 거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남구청이 3년 기한으로 시행한 광주 남구 양림동의 ‘2017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이 올해로 종료될 예정이지만, 사업중간지원조직인 남구관광청과 마을 활동가·주민 간 갈등으로 당초 계획과 동떨어진 결과물을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지원 조직이 소통보다는 지시·강압 등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양림동 내부의 역량을 분산시킨 탓이다. 이 과정에서 감독기관인 남구청의 관리·조정 역할까지 삐걱거리며 사업에 흠집을 더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23일 문체부·남구청 등에 따르면, 광주 근대문화의 유입구 양림동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는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총 26억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당초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은 지역의 문화 자원에 주민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자생적인 존립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를 위해 남구청은 중간 지원 조직으로 사업 전반의 기획 및 실행, 운영을 담당하는 ‘남구관광청’을 설립했다. 이 기관엔 광주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양림동을 비롯한 남구의 관광 자원과 명소를 마케팅·홍보하며, 상점(상품)과 예술가(작품) 마케팅을 통해 상인과 예술가, 마을 주민 중심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게 존재 이유였다.

 이를 위해 남구관광청은 ‘근대 예술여행 거점 지원사업’ ‘테마투어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사업’ ‘주민 아이디어 공모 사업’ 등에서 주민·문화활동가·관광객과 남구청 간 중간 다리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근대예술여행 거점’ 등 건건이 불화

 

 하지만 남구관광청 사업들은 유독 양림동 내부에서 잡음을 유발했다. 최근 남구관광청이 추진한 ‘주민 아이디어 공모사업’도 마찬가지.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미 심사를 통해 선정된 사업을 남구관광청에서 임의로 칼질을 시도했다”는 원성이 빗발쳤다. 결국 남구청 차원에서 사업 담당자를 바꾸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주민 아이디어 공모사업이란 지난 5월 시행된 주민·문화활동가 주도 콘텐츠 개발 사업으로, 7월부터 ‘메모리&양림’ ‘펭귄마을 노래자랑’ ‘서서평 일대기 연극’, ‘느린 우체통’ 등이 시행됐다.

 한 주민은 “남구관광청 담당자가 당초 야외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사업을 ‘식음료 제공 행사’로 바꾸라고 하고, ‘촌스럽다’며 행사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등 월권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남구관광청 담당자의 고압적인 태도는 다른 사업에서도 증언이 쏟아질 정도여서 ‘고질적인 병폐’ 수준이다.

 특히 양림동 주민들은 2016년부터 시행된 ‘근대 예술여행 거점 지원 사업’과 관련해서도 남구관광청의 행태를 고발한다. ‘근대 예술여행 거점 지원 사업’은 양림동의 예술가·문화활동가들 활동을 관광 체험 프로그램으로 접목한 사업으로, 사업 종료 이후에도 거점 사업자들이 자생적으로 문화 체험 활동을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남구관광청은 ‘한희원 미술관’, ‘늘 공방 갤러리’ 등 양림동 상주 예술가 및 공모 사업으로 뽑힌 ‘미광의상실’ ‘날날놀’ 등 신생 문화 활동가들과 협력해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그러나 2016년 체험 프로그램 구상 단계부터 남구관광청 관계자의 고압적인 태도가 문제됐고, 이 과정에서 양림동의 주요 예술가·문화활동가들이 정작 해당 사업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펭귄마을 창작소 설립에 앞장섰던 김동건 목사는 “당초 ‘펭귄마을’의 체험프로그램 구상에 잠시 참여했지만, 소통이 아니라 지시를 일삼는 남구관광청의 태도에 지쳐 몇개월 만에 그만 뒀다”며 “당시 남구관광청이 예술 사업체들을 협업 관계로 인정하지 않은데다, 기반이 약한 활동가들에게 ‘양림동에서 활동하기 싫냐?’며 협박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업자 역시 “남구관광청이 체험 프로그램을 고급 장비를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변경을 요구, 사비를 투자해 진행하다가 결국 포기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감독기관 남구청 미온적 태도, 갈등 확산

 

 현재 ‘근대 예술여행 거점 지원 사업’에 투신하고 있는 사업들 역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한 사업체는 “공모로 선발된 사업의 성격을 사업 담당자의 입맛대로 바꾸기를 주문, 당초 구상했던 컨셉과 다른 체험 프로그램으로 변경됐다”며 “사업 종료 이후에도 체험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업 담당자와의 사적인 다툼으로 인해 ‘사업을 그만두라’는 폭언을 들은 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련, 남구관광청 관계자는 “2년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지적하며 벌어진 사소한 갈등이자 오해일 뿐”이라며 “(‘사업을 그만두라’는) 발언 이후 관광청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개인에게 불이익한 압력이 가해진 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남구청 감사관련 관계자는 “2016년 초반 갈등 당시 남구청 문화관광과도 남구관광청의 고압적인 태도로 인해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단순 ‘소통의 문제’로 인식해 민원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양림동에서 활동하는 한 문화 활동가는 “남구청이 초동 대처에 미흡해 주민들과 남구관광청 사이 갈등을 조율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아직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이 끝나기까지는 6개월여의 시간이 남아있다”며 “지금이라도 남구관광청이 양림동에서 활동하는 주민·예술가·마을활동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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