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제1요양원 폭행 사건 새 국면
제보자 “병원측, CCTV 영상 삭제 지시”

▲ 16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가족 이경률 씨가 CCTV 사진을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병원장이 환자를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에서 “병원에서 CCTV를 삭제하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CCTV는 폭행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증거로, 사건 초기부터 영상 존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나 병원 측은 그동안 영상을 기록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만약 내부 폭로가 사실이라면 병원측이 사건을 고의로 은폐한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피해자 측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에 압수수색을 요구했다.

 17일 피해자 가족 이경률 전 광주시 인권담당관은 광주NGO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병원 내부자인 제보자 A씨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A씨는 사건 당시 CCTV 관리담당자로 현재도 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으로 알려졌다.

 영상에서 제보자 A씨는 “7월 10일 윗선 관리자로부터 요양병원 병동에는 녹화가 안되는데, 혹시 녹화가 되고 있나 확인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3병동에 올라가봤더니 녹화가 돼 있었다”며 “관리자에게 그렇게 보고했더니 빨리 삭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포맷(삭제)한 뒤 다른 병동의 하드디스크와 교체했다”고 증언했다.

 또 “하드디스크를 포맷할 당시 폭행사건에 대해 모르는 상태였다”며 “1주일 전 영상까지 녹화가 돼있는 기록을 확인했다. 하드디스크를 찾는다면 복원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제보 이유와 관련, A씨는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윗분들이 깎아먹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이 조직이 변화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병동의 CCTV가 기록된 하드디스크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며, 방송사 보도영상 등으로 확인한 결과 현재는 다른 층 하드디스크로 대체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은 지난달 7일, 병실 탈출을 시도하던 80대 치매환자를 병원장이 격리된 보호실로 데려가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 초기부터 CCTV 영상 존재 여부가 중요 쟁점이었는데, 병원 측은 “CCTV가 존재하지만 모니터 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으며 인권침해 등의 이유로 기록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제보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병원 측이 사건의 전모가 담겨있을 영상기록을 고의로 삭제했다는 의미여서, 수사기관 등에 의한 강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병원측은 보호자들에게 “CCTV 기록을 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는데, 실제로는 몰래 기록한 정황이어서 인권 침해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피해자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제보를 통해 확인된 것처럼 병원 측은 파문이 확대될 것을 두려워해 사건 직후 관련 녹화 영상자료를 폐기함으로써 조직적 증거 인멸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또 “광주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 청문과 현장방문, 시 특별조사 과정에서 녹화 영상이 없다고 수차례 거짓 진술을 했다”며 “현장조사 과정에서는 엉뚱한 영상자료를 미리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시를 모욕하고 농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0일 이같은 제보사실과 함께 압수수색 실시를 요구했지만 현재까지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병원 측이 사건 직후부터 조직적인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CCTV녹화 영상을 확보하는 것은 수사의 상식 중의 상식”이라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촉구했다.

아울러 “광주시는 처음부터 안이하게 대처했다”며 사건 발생 이후 상당 기간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머물도록 방치한 점, 형식적이고 구시대적 사고로 이뤄진 특별조사 등을 지적하면서 “가해자 측 주장만 믿지 말고 약자 편에 서서 인권광주답게 납득할 수 있는 철저한 행정 조사와 조치를 해 줄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 측 김경은 변호사도 “사건 관련된 CCTV 본체에 로그파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증거인멸과 조작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이 빠른 시간에 압수수색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의당 광주시당도 이날 성명을 발표 “병원장은 더 이상 광주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고 즉각 사퇴하고 피해자와 가족에게 정중히 사과하라”며 “폭행에 증거 인멸과 조작을 기도한 해당 법인은 위탁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엔 광주시립제1요양병원 행정원장 등 직원 2명이 “사실이 아닌 이야기가 나오면 정정하겠다”며 참석하려 했으나 관계자들의 반발로 쫓겨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은 지난달 12일,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장 박 모 이사장을 상해 및 폭행치상 혐의로 광주지방검찰청에 고소한 바 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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