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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를 팝니다]전라도서 뛰는 청년들
사람은 서울로? 기회는 만드는 것이다
“전라도도 충분해…성공 모델 보여주겠다”
김현 hyu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8-04-23 06:05:01
▲ 청년 문화기획사 ‘데블스’의 김영빈 공동대표.

 전라도에 대한 왜곡되거나 편향된 역사, 그로 인해 씌워진 깡패, 폭력적, 반골적 이미지들은 전라도 청년들에게도 고스란히 씌워져왔다.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격언은 그래서 전라도 청년들에게 더 아팠다.

 변방 중의 변방으로 여겨지는 전라도는 청년들을 끊임없이 타 지역으로 유출시켜 왔다. 산업화 시대에도 그랬고 정보화 시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여기, 그러한 시대의 흐름을 바꿔보려는 시도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청년들은 TV에서 보던 화려한 성공신화는 아니지만 나름의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전라도를 떠나야 할 곳, 기피해야 할 곳이라고 하지 않았다. 전라도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을까.
 
▲ 토박이 윤현석 ‘무등산 브루어리’

 무등산 필스너, 광산 바이젠, 동명 ESA, 워메 IPA. 광주 동명동에 위치한 광주 유일 양조장-맥주점 ‘무등산 브루어리-에프터웍스’의 메뉴에는 광주 지명의 이름을 딴 맥주들이 판매 중이다.

 무등산 브루어리 윤현석 대표는 광주에서 나고 자라 공부한 토박이다.

 “광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광주의 자원, 자산은 무엇일까?”를 연구하던 그는 2016년, 광주 광산구의 우리밀에 주목했다.

 광산구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밀의 70%가 생산된다. 그럼에도 밀로 만든 상품이란 밀면이나 빵 등 1차상품들에 그치고 있었다.

 당시는 수제맥주법이 완화되고, 이태원 등 서울 등지에서 수제맥주가 유행하던 때였다. ‘기회’였다.

 “맥주산업은 철저하게 로컬산업입니다. 우리나라도 막걸리를 만드는 ‘마을 양조장’이란 게 있었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 중심이 돼 획일화된 상품만을 즐기고 있어요. 우리밀을 보고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동네 양조장이라 하는 ‘타운브루어리’와 지역 특산품이 연결됐던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광산 바이젠. 이밖에도 억새를 떠올리는 노란 ‘무등산 필스너’, 맥주에 무등산 수박을 갈아 넣고 ‘워’터 ‘멜’론을 줄여 이름지은 ‘워메 IPA’, ‘동명 ESA’ 등 지역성을 띈 맥주들이 등장하게 됐다.

 “우리 지역에서만 마실 수 있는 맥주, 우리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전라도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 매력, 특히 산과 바다를 낀 많은 특산품들은 엄청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를 만들고 기획해 상품을 만드는 청년들에게 ‘기회의 땅’인 것이죠”.
 
▲엔터테이너, 김영빈 ‘데블스TV’
 
 “의사 발음해보세요”, “으사, 으사”.

 “쪼까 요런 말은 조폭들이나 쓰는 말이죠, 실제 저희는 잘 안써요”.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서 화제를 몰고 있는 ‘광주자매’에서 나온 말들이다. 광주자매는 전라도 사투리를 콘텐츠로 만들었다. TV에서 나온 사투리, 전라도에 대한 이미지 등을 맛깔난 사투리로 풀어낸다.

 여기에 충장로, 전남대 후문, 유스퀘어 터미널 등지에서 사람들과 진행하는 몰래카메라 콘텐츠 ‘낚시왕 김낚시’도 인기다.

 이같은 콘텐츠들은 유튜브 ‘데블스TV’ 채널을 통해 제공된다.

 청년문화기획사 데블스 김영빈 공동대표는 전남 광양 태생이다. 전주에서 고등학교, 서울에서 대학과 극단 생활을 하던 그는 친구를 따라 광주에 들렀다가 광주에 정착하게 됐다.

 5·18민중항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광주에 대한 ‘편견’이 깨졌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하나의 콘텐츠로 이어졌다.

 “광주사람들은 기가 세다. 성격이 나쁘다. 조심해라는 편견들을 실제로 다른 지역에서 들었었어요. 하지만 방문했을 때 광주의 역사적인 아픔과 광주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는 소재거리가 많이 떠올랐어요. 거리로 나가 5·18과 세월호, 시장 활성화같은 이야기를 담은 거리연극을 시작했어요”.

 거리에서 시민들과 호흡하던 그들이 활로를 찾은 곳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였다. 지역성은 이곳에서 ‘기회’였다.

 사투리 콘텐츠, 지역 사람이라면 다 아는 ‘핫 플레이스’ 등을 다룬 콘텐츠들은 지역 내부에서 뿐 아니라 전국에서 화제가 됐다. 타 지역 시청자들이 절반이 훨씬 넘는다고.

 사실 가벼운 유머로 보이는 콘텐츠에도 의도가 들어있다. 광주를 알리는 것. 스스로 가진 편견과 타 지역에서 가지는 전라도에 대한 편견에 대해 “똑같이 사는 사람들이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광주는 저희에게 기회의 땅이었어요. 서울에 문화콘텐츠 크리에이터가 포화상태인 반면, 광주에는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거든요. 무조건 서울이 최고고 서울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깨졌던 거죠. 청년들에게도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콘텐츠들이 나올 때, 여기보다 기회의 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새롭게 시작했을 때, 주목도가 다르죠”.
 
▲타지인 끌어모으기 김현석 ‘페드로 하우스’

 광주 쌍촌동 낙지골목에 위치한 외국인게스트하우스 ‘페드로 하우스’와 카페 ‘VOYAGERS’.

 광주를 찾는 외국인이라면 ‘알만한 곳’으로 통한다. 게스트하우스는 여행자들을 위해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여행자카페는 여행의 정보가 있는 인포메이션, 주인장이 각국에서 모은 기념품과 소품. 광주에서만 구할 수 있는 기념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주인장 김현석 씨는 세례명 ‘페드로’로 활동하고 있다. 11살에 광주로 이사온 뒤 쭉 광주에서 평범하게 지내오던 어느날, 바다건너로 훌쩍 여행을 떠났다.

 해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그에게 있었다. 여행은 하나의 ‘탈출구’이기도 했다. 공무원 준비, 취업 준비, 사업 진행 등 풀리지 않는 일들에 대한 막연한 탈출구였다.

 수많은 나라를 다니며 경험을 하던 그에게, 하나의 ‘역발상’이 찾아왔다.

 “여행은 지금도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때, ‘밖에 있을 때도 나는 하찮은 존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했죠.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해 동경만 했지 우리 지역에 대해서는 왜 말을 안할까? 그렇게 역발상을 한 뒤 내가 살던 공간이 다르게 보였어요. ‘누구보다 잘 알고, 잘 할 수 있겠다’고요”.

 그렇게 ‘여행’은 오롯이 그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광주를 찾은 외국인들과 전라도 곳곳을 도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역 명소를 알리는 콘텐츠도 제작했다.

 그리고 마련된 게스트하우스 ‘페드로 하우스’는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가 되고 있다.

 증심사 템플스테이, 지리산 하이킹, 강진 바다횡단 집라인 등 놀이코스, 5·18국립묘지, 사직공원, 광주비엔날레, 김치페스티벌 등 어느하나 그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에게 전라도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전라도를 여행한 외국인들은 나락을 말리는 모습, 완만한 산과 평야, 정겨운 말투 등 전라도만 풍기는 느낌, 분위기를 굉장히 높게 평가해요. 고즈넉한 정겨움이 오히려 ‘뻥뚫림’으로 작용해요. 실제 주변에는 여행을 통해 전라도로 이사와 정착해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전라도는 충분히 차별점을 가지고 있어요”.
 
▲“행정공급 주도 청년관 탈피해야”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들에게 전라도는 기회의 땅이다”고.

 윤현석 대표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행정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청년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을 주기만 하면 일을 받아서 실행하는 사람이 어떻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청년 주체들이 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문화예술 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기획하고 지역의 자산들과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면 지금 시대에 전라도에서 더욱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페드로 씨는 “아무 이유없이 문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진짜배기”라고 했다.

 “그 사람들은 관 중심의 사고로는 나오지 않아요. 2년 지나면 사업비 안나와서 그만두게 되는 거죠. 공적 자금 없이도 살아가는 허브같은 사람들. ‘알짜배기’를 만들어내는 접근이 전라도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곳곳에서 새로운 문화들이 튀어나올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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