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영창특별전 마련…임종수 5·18기념문화센터 소장
“청년 시절 5·18 경험, 살아남은 자의 미안함 안고 살아”
“전시 계기 5·18성폭력 조사 보람…5·18다큐 제작 추진”

▲ 지난 11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임종수 소장.
 “5·18 당시 이름 없이 산화해 간 모든 분들을 이곳(옛 상무대)에 새기고 싶습니다.”

 지난 11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만난 임종수 소장은 5·18자유공원, 옛 상무대 일원을 ‘역사박물관’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서대문 형무소처럼 5·18역사박물관으로 만들어 적어도 광주에 오는 사람들은 국립5·18민주묘지, 옛 전남도청과 역사박물관(옛 상무대 일원) 세 곳은 필수 코스로 찾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1980년 5월 당시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2학년이었던 임 소장은 5·18민중항쟁의 시작과 끔찍한 폭력과 학살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목격했다.

 “18일 오후 3~4시쯤 현대극장 앞에 있는데 군인들이 딱 다리 건너서 시내 쪽으로 쫓아오는 거에요. 처음엔 걸어오다가 갑자기 달려오는데 너무 무서웠죠. 도망가는데 길가에 서있는 할아버지를 몽둥이로 치는데, 그 할아버지가 쓰러지는 걸 봤어요. 데모에 참여한 분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당시 그는 광주공원 광장의 한 순댓국집에 숨어 들었고, 주인의 도움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정점이 21일(도청 앞 집단발포가 있던 날)이었어요. 도청 앞을 에워싼 군인들 왼쪽 가슴에 흰색으로 된 공수부대 마크를 눈 앞에서 봤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두드득 총소리가 났는데, 처음엔 공포탄인줄 알았는데 옆 사람이 쓰러졌어요. ‘아 이거 진짜 총이구나’ 무조건 전일빌딩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에 한 손으로 뒤통수를 가리고 뛰었죠. 전일빌딩에 도착해서 주먹으로 벽을 때리며 울었어요. 이게 국가냐구요. 어떻게 군인들이 자국 국민을 총으로 쏠 수 있느냐구요.”

지난 10일 임종수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이 ‘5·18영창특별전’ 개막행사에서 전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당시의 경험이 지금도 큰 트라우마라고 했다.
 
▲80년 12월 미문화원 방화…옥고 치러
 
 시민군에 참여하려 했지만 가족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임 소장은 “도청에 있던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게 한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제가 꼭 도망쳐 나온 사람 같고. 살아 남은자의 슬픔, 죽지 못한 부끄러움, 미안함 같은 게 지금도 있습니다.”

 특히, 5·18로 인해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모든 상식이 무너졌고, 국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소위 ‘운동권’도 아니었던 그는 이를 계기로 1980년 12월9일 광주 미문화원 방화사건에 가담했다.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한 전두환 신군부의 부당함, 미국의 책임을 알리자는 것이었지만, 그는 그 일로 잡혀 2년6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공직자로 살아온 그는 지난해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으로 부임하면서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핵심은 옛 상무대 공간에 대한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역사적 공간이 잘 보존되고 있는데도 너무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는 것에 크게 놀랐어요. 김대중컨벤션센터는 많이 알아도 바로 그 맞은편에 있는 공간은 모른다는 게 안타깝더라구요.”

 시민들이 고초를 겪었던 아픔의 현장이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던 것.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 공간들을 활용한 전시회 기획을 시도한 결과물이 지난 10일부터 열리고 있는 ‘5·18영창특별전-스물 세개의 방 이야기’다. 지난해 관련 예산 확보에 매달리면서 임 소장은 5·18기념문화센터 내 ‘5·18홍보팀’도 신설했다.


 ‘스물 세개의 방’이란 콘셉트는 영창, 법정, 헌병대 식당 등 3개 공간과 더불어 헌병대 본부사무실의 10개 공간과 그 앞에 있는 내무반에 있는 10개의 공간 등 총 스물 세개의 빈 공간에서 착안했다.
 
▲5·18진실 알리기…옛 상무대 공간 주목
 
 영창이 주는 어두운 분위기를 상쇄하는 차원에서 ‘스물 세개의 방’을 부각시키기도 했지만, “막상 5·18 당시 참여한 많은 분들이 20대였다는 점에서도 제목을 잘 정한 것 같다”고 임 소장은 말했다.

 이번 전시는 5·18의 시작, 항쟁이 본격화된 과정, 최후 항전과 5·18 이후 지속되고 있는 진실 투쟁의 과정을 세분화해 각각의 공간에 담아냈다.

 하지만 임 소장 개인적으론 전시를 준비하는 하루 하루가 굉장히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휴일도 나와서 혼자 앉아 석 달을 작업하는데, 관련 자료들을 밑줄 치면서 눈물을 너무나 많이 흘렸어요.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아팠거든요.”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5·18 당시 도청에서 안내방송을 했던 김선옥 씨가 수사관들에 당했던 성폭력 피해 사실을 밝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선옥 씨와는 정말 힘들었어요. 너무 아파서 못하겠다, 딸에게 말도 못했다, 하기가 무섭다는 그 분의 말에 저는 그저 ‘우리가 가해자보다 더 잘살아야 한다’ 하면서 함께 울기도 하고. 그 분은 그대로 묻히고 혼자 안고 가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겠다는 결심을 얻어내고 그걸 계기로 국방부의 진상조사 방침이 나오게 된 것 같아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전시와 더불어 또 하나 계획하고 있는 것이 5·18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이다. “지난해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면서 영화의 힘이 대단하는 걸 깨닫게 됐죠. 윤장현 시장님께 40주년에 맞춰 개봉할 극장판 5·18다큐를 만들자고 제안드렸더니 시장님도 흔쾌히 동의해주셨어요.”
 
▲5·18다큐 제작…추진위 구성·구체화
 
 현재 윤장현 시장을 비롯해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이창재 감독,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 김운경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류지열 PD연합회장, 황석영 작가, 송일준 광주MBC 사장 등으로 추진위원회가 꾸려져 구체적 로드맵을 짜는 단계다.


 “장기적으로 해마다 5·18 관련 영상 자료를 만드는 기반이 구축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생각에서 일을 준비해 나가고 있고, 다큐 제작과 관련해 몇몇 감독들과 접촉 중이어서 조만간 좋은 소식을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5·18영창특별전은 오는 29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5·18 38주년을 맞아 많은 분들이 전시를 봤으면 한다”는 게 임 소장의 가장 큰 바람이었다.

 “이번 전시가 옛 상무대 공간이 광주, 그리고 5·18을 알기 위해 찾아온 분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무엇보다 앞으로 이곳에 5·18 때 이름 없이 산화해 간 모든 분들의 이름과 모습을 자랑스럽게 전시하고 싶어요. 참혹한 역사의 현장에 5·18의 진정한 역사적 진실을 새기는 기회가 주어질 거라 믿습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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