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여고 민주인권동아리 #With You, 추모행사 열어
헌틀리, 피터슨 선교사 유가족 초청…“감사인사·선물”
“매주 수 학생들 직접 행사 준비, 5·18 더 알게 돼”

▲ 헌트리 목사를 직접 그린 그림을 헌트리 여사에게 선물한 조대여고 학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18 때 시위대가 헌틀리 선교사님 댁의 문을 두드렸고, 다른 곳에서 출입을 거부당한 시위대는 선교사님 댁에 숨어들어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선교사님께서는 ‘정의를 위해 기꺼이 거짓말을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조대여고 학생들이 한 문장 한 문장 헌틀리 목사의 생애를 읽어 내려갔다.

조대여고 민주인권동아리(#With You)가 고 헌틀리(Charles Betts Huntley, 한국명 허철선) 목사와 피터슨(Arnold Peterson, 한국명 배태선) 목사를 기억하기 위해 마련한 ‘추모의 밤’.

조대여고 민주인권동아리 회장 박은서 양.

행사가 열린 16일 오후 광주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헌틀리 선교사 사택에서 유가족들을 초청해 함께 한 자리였다.

동아리 조장 오민경, 부회장 김민형 학생은 ‘헌틀리 선교사’의 삶을 PPT로 준비해 발표했다.

“헌틀리 선교사님은 1969년 선교활동을 하시기 위해 광주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5·18 광주의 산 증인으로 불리셨습니다. 5·18 희생자들의 시신과 안치된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셨고 독일기자인 위르겐 힌츠페터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기자 출신으로 광주의 참상을 해외에 알리는 데 일조한”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르다 헌틀리 여사의 생애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광주의 숨은 은인”으로 불리는 피터슨 선교사의 생애는 동아리 회장 박은서 학생이 맡았다.

헌트리 목사 안장식에 참여한 사람들.

“피터슨 선교사께선 ‘피신하라’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고 광주에 남았고 1990년 귀국하며 자신의 수기를 정동석 교수에게 넘겼습니다. 15년 만에 공개된 수기에는 5·18 당시 헬기 총격 증언이 있었습니다. 그는 군부대가 군중들을 향해 헬기 난사를 한 장면이 가장 잔인한 것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어 “바바리 피터슨 여사가 남편 피터슨 선교사의 ‘알츠하이머를 앓으면서도 광주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던 인터뷰”를 소개했다.

“저는 이 인터뷰를 보며 마지막까지 그의 광주에 대한 마음과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의 사랑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그를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어 진행된 행사에선 선교사들의 생전 가족들과 함께했던 사진 원본을 그림으로 그려 나란히 대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학생들이 그린 작품이라 호응과 감동이 컸다. 동아리 학생들은 이날 추모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모였다.

또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책자 ‘Recovery through the next generation, Huntley’, ‘Recovery through the next generation, Peterson’를 유가족에게 전달하고, 준비한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준비한 에코백도 선물했다.

헌트리 목사의 묘.

이에 피터슨 목사의 부인 마르다 헌틀리는 “이렇게 다음 세대가 5·18을 기억하고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공유해줘서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바바리 피터슨 여사도 “고맙고 감격스럽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조대여고 #With You(민주인권동아리) 회장 박은서 학생 “5·18에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고 오로지 진실을 아끼지 않으셨던 많은 분들 중 헌틀리 선교사, 피터슨 선교사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한다”며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신 분들을 추모하는 자리를 갖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사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역사의 진실에 더 가깝게 다가가면서 학생들 모두 5·18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면서 “행사가 미숙하고 부족한 부분도 많았겠지만, 그 속에 담긴 따뜻한 정성을 봐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병훈 조대여고 교장도 행사에 앞서 “어렸을 때 놀이터처럼 놀 던 장소에서 뜻깊은 행사를 진행하려니 감회가 새롭다”며 “헌틀리 목사님께서 5·18을 세계에 알리셨던 업적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대여고 교내 민주인권동아리가 준비한 추모의 밤 행사는 조대여고 한정희 지도교사가 지난 3월 남구 양림동 헌트리 목사 사택에서 진행된 ‘THE 1904’ 모임에서 그의 생애를 알게 된 후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

이날 행사에는 숭일고 YMCA 동아리 학생들도 참석해 유가족들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이후 오후 9시까지 음악 공연을 이어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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