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립5·18묘지서 빗속 38주년 기념식 엄수
기념공연 실제 5·18 주인공 출연 ‘눈물바다’
대통령 불참 속 이낙연 총리 “진실규명” 강조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를 주제로 5·18 38주년 기념식이 거행됐다.
기념식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야 지도부, 5·18 유공자와 유족, 시민 등 5000여 명이 참석했다.
“광주시민 여러분 지금 우리 형제 자매들이 죽어가고 있습니까. 어떻게 편안히 집에서 잠을 잘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이 도청으로 나오셔서 우리 형제 자매들을 살려주십시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 진행된 기념식은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김꽃비·김채희 씨가 사회를 맡았다.
이낙연 총리 등이 행사장에 입장한 뒤 5·18 당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가두방송을 진행했던 전옥주 씨가 ‘그날’의 절박함을 다시 한 번 호소하는 것으로 시작을 알렸다.
이어 뮤지컬 배우 민우혁 씨의 ‘붙이지 않은 편지’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5·18 단체장, 유족 대표, 학생 등과 함께 오월 영령에 헌화, 분향을 했다.
양희승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의 경과보고 이후 이낙연 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목숨을 바쳐 신군부의 불의에 맞서 싸우신 민주영령들을 추모하며 명복을 빈다”며 “마음과 몸의 상처를 안고 통한의 세월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 위로르 드린다. 광주정신을 지키고 이어 오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도중 복받친 감정에 울컥한 이 총리는 다시 이어간 기념사에서 5·18진실규명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옛 전남도청 복원 등 5·18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과 함께 군 당국의 5·18 자료 왜곡 및 조작 등에 대해서도 “과거 정부의 범죄적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진실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고 엄중 조치를 약속했다.
38주년 기념식의 기념공연은 영화 ‘택시운전사’와 ‘화려한 휴가’의 영상에 가슴 아픈 실제 사연을 더한 ‘씨네라마’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5·18 당시 8세의 어린 아들 이창현 군을 잃고 38년이 지나도록 찾지 못한 이귀복 씨였다.
“창현아, 창현아.” 눈물 섞인 외침과 함께 참배객들 사이에서 뮤지컬 배우 남경읍 씨가 등장했다. 이귀복 씨는 ‘그때’ 자신처럼 참혹한 현장을 아랑곳 않고 누비며 아들을 찾아 헤매는 남경읍 씨의 열연에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공연 막바지에는 이귀복 씨가 직접 무대 앞으로 나서 찢어질 듯 아픈 가슴을 붙잡고 “한 번 간 아들은 오지 않고 소리도 없다”며 아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를 지켜보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동안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5·18 진실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광주의 은인들 유족도 기념식에 참석했다.
고 찰스 헌트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트리 여사와 고 아널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 여사,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드 브람슈테트 여사를 비롯해 힌츠페터의 광주 취재를 도운 고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를 비롯해 2018광주인권상 수상자인 스리랑카 난다나 마나퉁가 신부 등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마사 헌트리 여사는 직접 무대로 나가 국민과 하늘 나라로 떠난 헌트리 목사에 전하는 편지를 낭독하며 “광주는 정의의 다른 이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기념식은 이 총리와 5·18 유공자와 유족 등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가 서로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기념식 후 이 총리는 각 부처 장관들과 함께 5·18묘역을 참배한 뒤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도 방문해 열사들에 넋을 기렸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강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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