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슨·힌츠페터·헌트리 유족 기념식서 감격의 만남
이낙연 총리 “광주 외롭지 않게 해주신 분들에 감사”

▲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의 진실을 알린 은인들의 유족이 감격스런 만남을 가졌다. 왼쪽부터 고 아널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 여사, 고 찰스 헌트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트리 여사,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는 5·18 당시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헌신한 이들의 유족이 한 자리에 모여 눈길을 끌었다.

고 찰스 헌트리 목사의 부인 헌트리 여사와 고 아널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바라 피터슨 여사,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가 주인공이다.

피터슨·헌트리 목사는 80년 5월 당시 선교사로 광주에 머물면서 참혹한 현장을 기록하고 알렸던 인물이다. 헌트리 목사는 광주기독병원 원목으로 사역하면서 계엄군의 끔직한 만행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남겼다.

피터슨 목사도 선교사로 있으면서 광주 시내를 돌며 당시 상황을 기록했다. 특히 그는 80년 5월 증언록인 ‘5·18 광주사태’를 남겨 계엄군 헬기사격과 전투기 폭격설 등을 일찍부터 증언하기도 했다.

전두환의 온갖 꼼수에도 5·18의 진실이 묻히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이들이 남긴 사진과 기록, 증언록 덕분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로 잘 알려진 힌츠페터는 목숨을 걸고 광주에 잠입, 계엄군의 만행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알렸다.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 먼저 도착한 것은 피터슨·헌트리 여사였다.

두 사람은 우선 오월어머니 등 5·18 유공자, 유족들과 인사를 나눴다.

헌트리 여사는 5·18 당시 망월동에서 27명의 희생자를 매장했던 때를 떠올리며 “1980년 이후 5·18 묘역에 다시 오니 땅에 무릎을 꿇고 싶을 정도로 슬프다”며 오월어머니들에 “유족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후 브람슈테트 여사가 도착해 두 사람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힌츠페터는 광주를 취재하며 헌트리 목사 사택에 머물었고, 헌트리 목사가 찍은 5·18 희생자들의 사진을 전달 받기도 했었다.

귓속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마사 헌트리 여사와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왼쪽부터)

5·18로 각별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의 부인이 5·18기념식에서 만나게 된 것. 행사에 앞서 헌트리 여사와 브람슈테트 여사가 단둘이 귓속말을 주고 받는 모습도 보였다.

피터슨 여사도 브람슈테트 여사에 손을 내밀며 악수를 나눴는데, 이때 힌츠페터의 광주 취재를 도운 ‘택시운전사’ 고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가 세 사람을 찾아왔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들의 유족도 5·18기념식에서 만남을 갖게 된 것.

두 사람은 기념식 후 함께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구묘역) 내 힌츠페터 추모비를 찾았다. 브람슈테트 여사는 추모비를 보며 생전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김승필 씨는 “5·18기념식을 통해 고마운 인연을 가진 분들과 만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됐으면 좋겠다”로 말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들의 유족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 여사(왼쪽)와 고 김사복 씨의 아들 김승필 씨가 함께 망월동 민족민주역사 내 위르겐 힌츠페터 추모비를 방문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기념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기념사를 통해 “5·18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시고 광주를 외롭지 않게 해주신 고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님, 고 찰스베츠 헌틀리 목사님, 고 아놀드 피터슨 목사님과 오늘 참석하신 부인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피터슨 목사는 지난 2015년 세상을 떠났고, 힌츠페터는 2016년, 헌트리 목사는 지난해 각각 타계했다.

이중 힌츠페터와 헌트리 목사는 유해 일부가 각각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남구 양림동 선교사묘역에 안장됐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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