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 미국 선교사들이 기록한 5·18 영문 자료 소개
광주 방문 북미 인권단체 “계엄군 사용 금지된 연성탄 사용”
5·18기념재단은 25일 5·18 관련 해외기록물 발굴·소개 사업의 일환으로 4건의 영문 자료를 번역, 소개했다.
5·18 당시 광주에 거주하면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미국인 선교사의 증언록 2건, 광주 무력 진압 직후 광주를 방문한 해외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보고서 2건이다.
5·18 계엄군 헬기사격에 대한 증언이 나온 것은
▲언더우드 선교사 미망인 기록 재구성
작성자인 진 언더우드 여사는 미국 연합 장로회 소속 선교사로서 1954년부터 한국에서 선교활동을 했다. 5·18 당시에는 남편 존 언더우드와 함께 전남도청 근처인 제일교회와 기독병원에서 선교사로 봉직하고 있었다.
언더우드 여사의 남편은 5·18의 전과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일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이 일지를 바탕으로 언더우드 여사가 10일 간의 항쟁을 재구성했다.
회고담에는 “헬기가 무기를 장착하고 광주 상공을 선회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고, 한국군이 광주를 폭격할 계획을 세웠다는 정보를 송정리 미군기지 군인에게 들었다”는 기록이 담겨 있다.
언더우드 여사의 남편 존 언더우드는 자신의 기록을 바탕으로 증언록을 작성해 미국대사관에 전달했으며, 미국대사관은 이 증언록을 “지금까지 우리가 본 보고서 중 가장 균형잡힌 광주사태 기록이자 분석”이라는 평가를 첨부해서 본국 국무부에 타전했다.
미국 워싱턴을 기반으로 활동하던 한국 관련 인권운동단체인 북미한국인권연맹 (North American Coalition for Human Rights in Korea, NACHRK)이 무력 진압 후 2명의 미국인 의사를 한국에 파견해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 무력진압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도 나왔다.
▲미국인 의사, 광주서 환자 치료 실태조사
5·18기념재단은 “이 두 사람은 입국 당시부터 한국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 보고서는 당시 총상 피해자의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한 결과 계엄군들이 국제협약에 의해 사용이 금지된 ‘연성탄’(soft bullet, 납탄)을 사용했다고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분석은 당시 기독교병원 원목이던 찰스 헌틀리 목사가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내용과 일치하는 것이다”며 “이 점은 앞으로 물증에 의해서 규명되어야 할 의혹이다”고 강조했다.
또 이 보고서 작성자인 의사 김영송은 미국으로 귀국해 미국 국무부 한국과 과장 로버트 리치에게 이 보고서를 전달하면서 광주의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국무부에서 이 보고서를 어떻게 참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보고서 원본은 미국 UCLA 동아시아 도서관 한국 민주화운동 콜렉션에 보관되어 있다.
이 단체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퀘이커 NGO인 ‘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의 아시아 ‘브랜치(branch, 지사 또는 지부의 의미)’다. 무력진압 이후 광주 현지의 표정, 시민들의 반응, 민주화운동 세력의 반미감정 고조, 한국정세의 변화 등을 보고하고 있다.
▲해외 인권단체들의 5·18 조명…큰 가치
5·18기념재단은 “주한미국대사관 관리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고 있어서 주목되며, 보고서 결론으로 전두환 군부의 퇴진을 위한 미국의 강력한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원본은 미국 UCLA 동아시아 도서관 한국 민주화운동 콜렉션에 보관되어 있다.
2016년 타계한 찰스 헌트리 목사가 2005년에 작성한 비망록 형태의 기록
5·18기념재단 최용주 비상임연구원은 “이번에 발굴한 선교사들의 기록은 일체의 정치적 선입견이 없이 외부의 시각으로 항쟁의 전과정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의 객관적 진실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로서 의의가 있다”며 “특히 이번에 처음 소개하는 해외인권단체의 보고서는 당시 해외인권단체들이 5·18을 어떻게 조명했는지를 잘 알려주는 자료적 가치가 있다. 광주시민들에게 보내는 국제연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강경남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