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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노동자들, 의료용품 개인사비 구입·기부금 등 강요당해
2018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정신적 고통 심각 수준
폭언 경험 66%, 직장 괴롭힘 19%…법적 보호는 사각
황해윤 nab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8-07-04 16:16:08
▲ 지난 6월27일에 진행된 “환자안전 병원·노동존중 일터 만들기 보건의료노동자 대행진”. <사진출처=보건의료노조>

병원 노동자들에 대한 병원들의 소위 ‘갑질’ 등 병원 내 반 인권적이고 불합리한 조직문화에 대한 실태가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병원물품 개인사비 구입 강요, 기부금 및 회비 강요, 땜질 식 인력 운영, 휴가강제 배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갑질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병원의 갑질 및 직장괴롭힘이 매우 심각한 상태였다.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는 보건의료노조의 의뢰에 따라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2개월에 걸쳐, 전수조사의 방식으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5만7303명(2018년 1월 기준 가입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 이 중 설문에 응답한 2만 9620명(응답률 52%)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여 보고서를 발표했다.

4일 보건의료노조는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중 ‘보건의료현장의 갑질과 태움, 폭언폭행, 모성보호 실태’와 관련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갑작스런 근무시간 변경이 48.2%, △휴가 강제사용 48.1%, △휴가 및 휴직으로 인한 인력부족에 따른 인력 미충원 46.6% △본인의 업무가 아닌 업무강요 38%, △권한 밖 타 직종 업무수행 강요 34.1% △병원물품 구입 강요 33.8% △기부금 및 각종 회비 강요 29.3%, 등 병원의 갑질 수준이 심각한 상황이다.

또 이런 병원의 갑질을 경험한 보건의료노동자 중 이직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80% 이상이었다.

보건의료노동자가 겪는 감정노동 실태도 △폭언 경험 66.2%, △폭행 경험 11.9%, △성폭력 경험 13.3% 이며 △직장괴롭힘(태움)의 경험도 19.2%로 높게 조사됐다. 특히 환자나 보호자로부터의 폭언 및 폭행, 성폭력의 피해경험이 높았다.

▲감정노동 심해도 법적 보호는 사각지대

병원에서 환자나 보호자, 의사로부터의 폭언, 폭행, 성폭력을 경험한 다수의 피해자들이 제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는 사람에게 하소연하거나 참고 넘겼다고 대답한 경우가 △폭언(83.4%), △폭행(66.6%), △성폭력(80.1%), △괴롭힘(87.4%)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법이었다.

또 직장 상사나 동료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의견은 △폭언(15.3%), △폭행(29.6%), △성폭력(18%), △괴롭힘(10%) 순이었다.

하지만 노동조합이나 고충처리위원회 등을 통해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는 의견은 2% 미만이었으며 법적 대응 또는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했다는 의견도 폭행(2.7%)을 제외하고 모든 항목에서 1% 미만이었다.

▶임신 자율성마저 침해당해

여성이 70%이상인 대표적인 여성사업장이지만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모성보호는 최악의 수준이었다.

최근 3년이내 임신, 출산을 경험한 여성응답자 6163명을 대상으로 ‘임신결정의 자율성’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임신결정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이 34.1%로 여전히 높게 조사됐다.

또한 임신결정이 자유롭지 못한 주요 이유로는 △동료에게 업무가 가중되기 때문이 (50.4%), △부서 분위기상 눈치가 보여서(24.4%), △부서 내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이 많아서(21.4%)로 대부분 인력부족이 주요 원인이었다.

임신부의 보호를 위해 하루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한 지 4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병원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은 고사하고 제시간에 퇴근조차 못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임신 12주내 36주 이후에 있는 임신부가 △1일 근로시간 2시간 단축을 사용한 사례는 11.4%에 불과했다. 또한 △유급 태아검진시간 사용도 22.5%, △유급수유시간 사용 5.8%이었다.

특히 △출산전·후 휴가 90일을 모두 사용한 사례는 66.7%에 불과했고 △배우자의 출산휴가 사용 25.1%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 7.4%로에 머물렀다.

임신부의 초과근무나 야간근무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임신 중 초과근무 경험이 33.2% △야간근무 경험도 16.6%로 조사됐다.

임신출산 유경험자 중 유(사)산을 경험한 응답자도 1150명으로 전체 임신출산 유경험자의 31.3%나 됐으며 △임신 중 유(사)산 경험으로 법정 휴가를 모두 사용했다는 비율은 47.7%에 불과했고 △법정 휴가를 사용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도 31.3%나 됐다.

▶모성정원제 시행, 보건의료인력법 제정 필요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 여성노동자의 임산부 보호 및 모성보호가 이토록 취약한 것은 우리나라 전체 의료기관중 간호사의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의료기관이 13.8%에 불과한 것과 연관되어 있다”면서 “OECD 국가들의 경우 인구 1000명당 평균 간호인력이 9.3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평균 4.8명(간호조무사 포함)으로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병원인력 문제는 숙련도가 높은 젊은 여성노동자가 출산과 육아의 부담으로 병원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보건의료노조는 “또한 병원은 24시간 3교대 근무로 운영되는데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협업과 인수인계가 필요하기 때문에 병원사업장의 ‘모성정원제’는 반드시 실현돼야 병원사업장에서도 모성보호가 실효성 있게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수 년 동안 자행되어 왔던 병원 갑질은 이제 병원 스스로가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환자를 간호해야 하는 인력들을 병원행사에 동원하거나 땜질 식 인력운영, 병원물품 구입 강요 등은 병원이 직원들을 사직으로 내 모는 지름길로 병원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병원도 더 이상 수익창출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인력에 대한 투자와 직원존중, 노동존중으로 병원의 조직문화를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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