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나 잘 보이지 않는 존재들 이야기
두 달에 한 번꼴 발행, 지속가능성 고민

▲ 독립예술잡지 ‘무명인’.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직 학생입니다.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저는 학생입니다’하고 말합니다. 실제로 학생이기도 하고, 나의 상황을 잘 나타내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아직 무언가 된 상태도 아니고 배워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언젠가 무언가 되겠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학생입니다.
 
 -비정기 독립예술잡지 ‘무명인’, 어떤 잡지인지 자세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무명인’은 무명, 주변, 공간을 주요 키워드로 다룹니다. ‘무명’은 사실 나의 모습이기도 해요. 존재하고 있으나 이름을 불리지 못하는 나의 모습처럼, 우리는 여기에 존재하고 있으나 잘은 보이지 않는 존재들, 그런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경계, 주변이 되는 이야기들을요. 사실 나의 모습과 많이 닮은 단어들이기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중심이 되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항상 경계에 있었고, 그런 주위를 둘러보는 삶이 익숙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나와 닮은 듯 다른 사람들과 모여 잡지라는 물리적 공간을 만든 것이죠. 실제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공간이라 여겨요. 자신만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무명인’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실험적 동시대 커뮤니티 절절살롱’이라는 이상한 커뮤니티를 하나 운영하고 있어요. 요즘은 무명인 내느라 바빠서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곳에서 민우씨와 해서씨를 섭외했어요. 민우씨가 평론가로 등단한지 얼마 안됐을 때 같이 하자고 낚아서 같이하고 있습니다. 해서씨는 사실 오래된 친구에요. 언젠가 같이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곤 했는데 진짜로 하게 돼서 신기합니다. 잡지하면서 영영 못 보는 사이가 될까봐 무서웠지만 다행히 우리의 우정은 금가지 않고 잘 지내고 있어요.
 
▲주제에 맞게 다양한 필진에 섭외 메일
 
 -‘무명인’에 기고하는 다양한 필자들은 어떻게 섭외하시는 건가요? 저도 기고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각 호의 주제에 맞춰 이런 글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나 평소의 이 분의 글을 한 번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분들을 바탕으로 원고 청탁 메일을 보내고 있어요. 여태까지는 한 번도 까인(?)적 없이 원고 청탁에 성공했습니다. 기고를 받는 방향도 맨 초기 잡지를 기획할 때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막상 잡지를 만들다 보니 누가 이름 없는 잡지에 하는 걱정을 할 겨를도 없이 돌아가는 일정에 기고를 받아야 하나 고민할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원고 청탁의 방식으로 필진을 섭외하고 있습니다. 기고를 하고 싶다거나 원고를 기고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곤 해요. 그럴 때마다 엄청난 감사함과 놀라움을 느끼죠. 우리 잡지를 누군가 읽고 있긴 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자신의 글을 싣고 싶다는 생각을 해주시는 마음에 감사해요.
 
 -기고자에게 원고료를 지급한다고 하셨는데 혹시 어느 정도 인가요? 비용이 부담되지는 않으신가요?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나요?

 △잡지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정당한 원고료를 지급이었어요. 지금은 원고지 1매당 6000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받는 ‘페이’는 민감한 부분이기에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좀 더 서로의 임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들어 가야하지 않나 싶어요. 원래 더 원고료 책정을 높이하고 싶었지만 예산의 한계에 그러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사실 ‘무명인’은 광주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원이 없었다면 ‘무명인’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다 할지라도 과정에 있어서 정당치 못한 대우와 희생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좋은 작업, 결과물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무명인’도 이런 지점에 있어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외부 필진에게 원고료를 지급하고, 에디터 분들께도 원고료와 함께 소량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너무 과한 노동을 하고 있어 항상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무일푼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원 사업에서는 기획자는 자신의 앞으로 돈을 책정할 수 없게 돼있어요. 정해진 예산 내에서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누군가 희생을 당해야하는 구조인가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예산을 잘 짤 수 있을지 고민이지만 예산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독립예술잡지 ‘무명인’.
 
▲ 아날로그 매체의 가치, 유효하다고 믿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는 시대에 종이 잡지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요?

 △종이 매체가 갖는 유효성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잡지를 발행하고 있어요. 아날로그 매체들이 가진 힘은 아직까지 몇몇의 사람들에게 영향이 끼치긴 하는 것 같긴 해요. 나 역시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글을 잘 보진 못합니다. 종이에 인쇄된 활자들을 보는 편이 훨씬 더 익숙하고 집중이 잘 되는 편이죠. 그렇지만 직접 인쇄된 종이 인쇄물을 자주 보지는 않습니다. 정말 필요한 자료들은 직접 인쇄하거나 책을 찾아봐요. 종이매체는 정말 필요하고 누군가 소중하기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만 읽는 매체가 되어버린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태껏 가지고 있는 종이의 역사를 고려한다면 영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지점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무명인’은 언제까지 나올 예정인가요? 지원이 끊기면 없어지는 건가요?

 △올해 12월까지 발간될 예정입니다. 비정기라고 써놨지만 사실 두 달에 한 번씩 내고 있어요. 3월부터 만들기 시작해 12월에 마무리 하는데, 지원금을 받는 기간에 맞춰 진행하고 있죠. 사실 지원금을 받았기에 그래도 작지만 나름의 잡지의 모습을 띈 형태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필진 분들도 수월하게 모실 수 있었구요. 지금 함께 잡지를 만들고 있는 민우씨와 해서씨는 올해까지 하기로 이야기가 돼 있어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던 것도 역시 지원금 덕분인데, 지원금이 끊기면 아마 앞으로 무명인을 계속 지속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내년에도 계속 무명인을 내야하나 하는 알 수 없는 책임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지원금 없이 자비 출판으로 운영을 지속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럴만한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기도 하고.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페이를 지급할 수 없다면 일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태껏 나온 많은 결과물들 특히 예술계에서 관행처럼 힘들고 어렵게 자신을 갈아가며 만드는 작업이 당연시 되는 많은 예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썩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광주에서 유일하게 발행되는 잡지로써 앞선 선례를 반복하는 또 다른 자신을 희생해서 만든 당연한 결과물로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무명인’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게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인데, 아마 잡지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어떤 형태의 모습으로 변신해 나타날지는 나도 궁금하고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라 잘 모르겠네요. 어쩌면 ‘무명인’이라는 이름을 갖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무명인’에 대한 미래를 고민할수록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명인’을 발행하면서 좀 더 주위를 둘러보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이야기 해봐야지 했던 이야기들을 세상에 조심스럽게 꺼내어보는 시간이었죠. 좀 더 들여다 볼 시간이나 여력 없이 세상에 내보내진 질문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너무 소재처럼 소비해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큽니다. 무명인에서 꺼내진 화두들을 어떻게 계속 이끌어가며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에 발행된 ‘무명인’ 3호 표지.

▲광주, 뭘 하든 선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곳
 
 -청년 이목화, 요즘 어떤가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돈을 벌고 싶습니다.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남들처럼 토익 시험을 보고, 학점을 잘 받고, 자격증을 따서 취업 준비를 하는 삶을 살 자신이 없어요. 이미 졸업은 밀릴대로 밀려서 조만간 취업시장에서도 아웃인 나이가 되어가고 있는데, 돈을 어떻게 벌어서 독립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 혹시 일을 맡기고 싶은 참신한 젊은이가 필요하다면 나를 한 번쯤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방 청년으로 산다는 것은?

 △느슨하게 살기 좋은 것 같아요. 광주라는 도시는 적당히 조용히 지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에 다소 심심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나처럼 무언가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기회의 땅이 되는 곳인 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은 것이 없죠. 그래서 뭘 하든 선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런 지점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뭔가 앞서나간 타이틀을 선점할 수 있는 공간에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지방의 삶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남은 2018년은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무명인’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이자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게 올해를 보냈어요. 그냥 지금처럼 별 탈 없이 무명인을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혹시 이 인터뷰를 읽는 분 중에 ‘무명인’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명인’을 읽어주는 소중한 독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남은 ‘무명인’도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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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은 <광주청년센터 더숲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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