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주형’ 앞세우곤 시·현대차 양자 협상 주력
기본토대 노사민정 무력화 노동계 불참 불러

▲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등 지역 노동계가 지난 19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시와 현대차간 투자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사업참여 의향서 접수로 기대를 높인 광주형 일자리가 ‘신기루’에 그칠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광주시와 현대차만의 ‘양자협상’이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 전제라 할 수 있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구호’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노동계의 ‘불참 선언’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가장 큰 문제는 광주시가 지금 뭘 하려 하고,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등에 대해 지역사회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시는 “노동계의 참여,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하지만, 정작 협상에선 노동계를 배제하고, 지역사회와 협상 내용도 제대로 공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차 투자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이유다.

 광주시는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선 노사민정 대타협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협상테이블엔 노동계와 지역사회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지난 6월1일 현대차의 사업참여의향서 접수 이후 광주시 공식 협상 파트너는 현대차뿐이었다.
 
▲협상 내용도 지역사회와 공유 않아
 
 이런 와중에 지난 14일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임 후 80일이 다 되어가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안타깝다. 이러다 광주형 일자리가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현대차는 노동계의 참여 없이는 투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노동계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 시장의 절박한 호소에 지역 노동계는 되레 발끈했다.

 “협상 참여를 제대로 보장도 않고 있다가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니까 ‘노동계가 참여하지 않아서’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이유였다.

 광주 노사민정의 한 축인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현대차 투자협상과 관련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광주시에 공문을 보냈다.

 8월8일에 보낸 1차 공문에선 △현대차와의 협상 내용을 있는 그대로 서면으로 공개할 것 △투자협상과정 노동계 참여 보장과 광주형 일자리 4대 핵심의제(적정임금, 적정 노동시간, 원하청 관계개선, 노사공동책임경영) 투자협약 포함 등을 요구했다.

 이에 광주시는 한국노총 측에 협상 내용을 공개했지만, ‘있는 그대로’ 공개하진 않았다.

 “총 18쪽 분량의 협상안 중 14쪽 분량의 자료만 왔다”는 것. 노동계가 가장 궁금해한 임금 조건 등의 예민한 내용은 ‘공란’으로 처리돼 있었다.

 이에 한국노총은 지난달 22일 광주시에 공문을 다시 보냈다. 여기선 △그간 협상에서 노동계를 배제한 것에 대한 공개 사과 △광주시와 현대차간 협의 또는 합의내용 공문으로 제공 △협상 참여와 권한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은 노동계 배제에 대한 사과 뜻과 함께 앞으로 노동계를 협상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한국노총에 ‘공식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이병훈 부시장이 구두상으로 “현대차와 협상하되 노동계와는 광주시가 소통하겠다”는 정도를 밝히긴 했지만, 이는 광주시-현대차-노동계가 함께 협상하게 해달란 노동계의 요구완 거리가 먼 것이었다.

 협상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현대차와의 직접 협상 권한도 보장하지 않은 광주시를 향해 지역 노동계는 지난 19일 광주시와 현대차간 투자협상을 광주형 일자리가 아닌 ‘단순 기업투자유치’로 규정 짓고,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투자협상 불참’을 선언하면서 “그동안 광주시와 현대차가 당초 제시한 연봉 4000만 원이 아닌 기본급 1800만 원에 통상임금 300만 원을 더한 연 2100만 원 수준으로 협상해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광주시는 뒤늦게 “연 2100만 원은 민선6기 때 나온 것이다. 지금은 평균 초임연봉 3500만 원 선으로 현대 측에 제시했다”고 해명을 내놨다.

 ‘연봉 2100만 원’ 주장은 결국 광주시 스스로 협상 내용을 ‘비밀’에 부치면서 부정적 추측을 자초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 “광주시가 먼저 솔직해져야 한다”
 
 현재도 신설법인의 책임구조, 광주시 투자의 법적 타당성, 위탁 생산차량의 시장성, 노동조건 등 현대차와의 투자협상과 관련한 쟁점들이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 지역사회엔 제대로 공유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대체 양측이 뭘 가지고 협상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불만이 노동계는 물론 광주시의회에서도 터져나온 이유다.

 오죽하면 이 시장이 ‘물거품 될 우려’를 언급한 것을 두고도 이런 저런 설이 나돌고 있다.

 지역 노동계는 “이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민선6기 윤장현 광주시장, 노동계를 핑계로 들면서 광주형 일자리 무산에 대비한 출구전략을 짜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지역 노동계에 이어 현대차마저 투자의지가 흔들리며 광주형 일자리 무산 위기가 커지는 상황. “지역사회의 든든한 지지 외에는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솔직하게 진실을 털어놓는 광주시의 ‘결단’이 요구된다.

 장연주 광주시의원은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금이라도 현대차에 끌려 다니는 비밀협상을 중단하고 지금까지 벌인 협상 과정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의원은 “광주형 일자리가 신기루가 되느냐 현실이 되느냐는 양자간 협상이 아닌 노사민정 대타협에 달려 있다”며 “노사민정 대타협은 공개협상이라는 방식과 사회적 동의라는 절차를 거쳐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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