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요양시설로 면회…‘외출’ 경우도
“부모님 곁에서 음식·대화 나누는 게 명절”
송편 빚기·공연 등 ‘명절 이벤트’도 늘어

▲ 광주시내 한 요양병원 병실 모습.
 ‘추석 명절, OO요양병원 방문을 환영합니다.’

 광주의 한 요양병원 앞에 붙은 현수막이다. 추석을 앞두고 요양병원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환영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추석이 되면 고향집을 찾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요양병원에서 명절 쇠는 풍경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 숫자가 늘어나면서 달라진 명절 풍속도다.

 한 요양병원 앞에서 만난 A씨는 “6개월 전 입원하신 아버지를 뵈러 왔다”며 “개인적으로는 퇴근길에 들러 자주 뵙고 있는데, 추석엔 다른 가족들과 함께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의 아버지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거동이 어려워졌지만, 그를 비롯해 자녀들이 모두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아버지를 부양할 형편이 못 된다.

 A씨는 “이번 추석은 아버지께서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고 처음 맞는 명절”이라면서 “아버지의 인지능력이 많이 떨어지셨어도 가족들이 아버지를 뵙고 마음을 나누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명절 연휴 첫날 요양병원에서 아버지와 보낸 뒤 처가 등 친인척 방문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거동이 가능하고 의사의 허락이 있다면, 명절 하루 이틀 정도의 외박이 가능하다.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89세 어르신 B씨는 “명절 때마다 애들(자녀들)이 나를 모셔간다”며 “3일간 집에서 음식 해먹고, 같이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B씨는 당뇨와 합병증을 앓고 있지만, 요양병원 부지 한켠에서 작은 텃밭을 가꿀 정도로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명절에는 B씨가 입원 전 홀로 살던 집에서 자녀들과 모여 시간을 보낸다.

 이 요양병원 관계자는 “외출이 가능한 분들은 10%(200명 중 20여 명) 정도고 나머지 분들은 원내에서 명절을 보내신다”며 “대부분 가족들이 면회를 찾아와 명절엔 병원 분위기가 여느 때와 달리 들떠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양병원 관계자는 “병원으로 면회 오는 가족들의 마음에 안타까움이 없을 수 없다”면서도 “자녀가 부모를 걱정하고, 부모도 자녀를 걱정하며 서로 주고받는 대화를 엿듣고 있으면, ‘모든 가족들 마음이 똑같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일부 요양병원은 가족과 명절을 보내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벌이기도 한다.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20일 가수 초청 공연을 진행했고 앞서 함께 전을 지져 나눠먹는 자리도 마련했다.

 시립제1요양병원 관계자는 “작년 추석에 송편 빚기를 했는데 어르신들께서 정말 좋아하셔서 올해도 행사를 기획했다”며 “공연을 보시며 덩실덩실 춤도 추시고, 전도 맛있게 드셔서 명절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고 전했다.

 한편 광주전남 지역의 요양병원 수는 2013년 96개소에서 올해 7월말 기준 138개소로 증가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