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라디오 광주시민방송 탐방
강금령 편성제작팀장과 인터뷰

▲ 북구 용봉동 전남대 근처 건물에 입주한 광주시민방송 외관.
1인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방송의 형태는 다양해졌고 친숙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은 우리에게 특별한 이들만 할 수 있는 전유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런데 여기, 평범한 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방송국이 있다. 청소년, 청년, 외국인, 노인 등 연령, 인종과 상관없이 소소한 일상을 들려줄 모두가 주인공이다. ‘광주시민방송’이다. 전대 정문 쪽 통닭골목에 위치한 광주시민방송을 찾아갔다.

광주시민방송에선 매주 16개의 생방송과 19개의 녹음방송을 송출한다. 29개의 청소년 방송도 격주로 내보내고 있다. ‘공동체 라디오(소규모의 지역을 대상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방송국)’라는 슬로건을 내건 비영리 단체이기에 사익을 취할 순 없지만, 현재 160명이 넘는 방송 활동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4개의 스튜디오로 이뤄진 소규모 방송국이지만 녹음, 편집장비도 적절히 갖추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시민의 목소리를 오롯이 전달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TV에서 보던 긴박한 방송국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편안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마치 영화 ‘라디오 스타’ 세트장 같다. PD들의 실없는 농담은 덤이다. 조금 특별한 이 방송국을 탐구해 보기 위해 강금령 편성제작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 라디오다!’는 자각, 진로 바꿔

- ‘광주시민방송’에서 얼마나 근무하셨나요?
△ 2017년 9월 알바로 근무하다가, 2018년 1월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됐죠. 사실 그때만 해도 열악했어요. 급속도로 발전하게 됐죠. 다 방송활동가 분들 덕분이예요.

- ‘광주시민방송’에서 맡은 직책과 업무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 직책은 편성제작팀장, CP구요. 방송활동가들이 열심히 제작해주면 편성하는 일을 하고 있죠. 그리고 라디오 제작 실습교육, 진로체험, 이동 스튜디오 운영 등의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 편성제작팀장과 국장, PD의 업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 국장은 일단 전체 업무를 총괄하구요. 방송 제작 활동 외에 여러 공모 사업들도 담당하고 있죠. PD들은 각각 정해진 몇 개의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요. 예를 들면 사성현 PD는 이주민 방송, 배송문 PD는 라디오 다큐(미리네 분식, 통닭골목 등) 등을 맡고 있죠.

- 직원을 뽑을 때는 어떤 절차를 거치게 되나요?
△ 필요한 역할에 맞는 역량을 가진 분들을 뽑고 있어요. 예전에는 1인 다역이었는데, 지금은 분화됐죠. 일반 직장과 마찬가지로 이력서, 자기소개서, 인터뷰 등의 절차도 거칩니다.

강금령 편성제작팀장.

- 광주시민방송에 근무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네. 원래는 사교육 현장에서 영·수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당시 (원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을까? 자발적으로 할 수 있을까? ’ 딜레마에 빠져 있었죠. 그러다 우연히 ‘광주시민방송’에서 학원 아이들 진로체험을 해주게 됐어요. 처음에는 멍하게 있던 아이들이 체험에 직접 참여하면서 눈빛이 달라지더라구요. 라디오를 통해 진지하게 자기 진로나 직업군에 대해서 연구하고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걸 보면서 ‘아, 라디오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결국 학원을 정리했어요. 힘든 결정이었지만요. 1층 라디오 카페에 있는 나무나 몇몇 가전들도 다 학원에서 가져온 거예요.(웃음) 페이가 많이 차이나긴 하지만, 사익은 포기하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죠. 라디오를 하니까 삶의 질이 향상되는거 같아 좋아요.

▲미디어 약자 시민들의 방송 욕구 해소

- 광주시민방송이 개국한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 2005년 4월 광주시민방송이 설립됐구요. 2005년 12월 개국을 했는데, 그때는 북구청에 있었어요. 사내방송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시민들이 만드는 구조가 아니었죠. 당시 유영주 국장이 대표를 맡게 되면서 2016년 10월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어요. (공동체)라디오는 사익을 추구하는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사정이 어려웠어요. 주간에 17개 편성하고 계속 음악만 나갔죠.

- ‘광주시민방송’은 어떤 취지로 개국하게 되었나요?
△ 시민들은 미디어 부분에서 약자잖아요. 이제는 누구나 기획하고, 제작하고, 유통할 수 있는 라디오가 필요한 시대라고 봐요. 그런 환경도 만들어 졌구요. 지금도 보면 중앙언론에서 마을 미디어로 향하고 있고, 상업성 미디어에서 공공성 미디어로 변화하고 있잖아요. 참여형 미디어도 굉장히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소소하게 시민들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공동체 라디오가 필요하다고 본거죠.

- ‘시민이 미디어의 약자’라고 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사건에 대한 진실은 중앙언론을 통해서 알려지는 경우가 많잖아요. 진짜 잘 풀어낼 수 있는건 직접 보고 겪은 시민들인데 말이죠.

- 참여하는 연령대도 다양하겠네요?
△ 미디어를 잘 다룰 수 있는 청년들도 있지만, 장애인, 이주민, 어르신 분들도 참여하고 있어요. 그런 분들은 (‘광주시민방송’)직원들이 조력을 많이 해주죠.

- 제작실습교육 당시 ‘광주시민방송’은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 : 방송)이 아닌 ‘내로 캐스팅’(narrow casting : 유선 방송)이라고 말하셨습니다.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예를 들면 지상파에서는 제약이나 규제가 많잖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다양한 이야기를 담기 힘들죠. 그런데 여기서 타킷은 불특정 다수가 아닌 친구나 친척 등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자기를 내려놓고 편안하게 최소한의 규정만 지키는 한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요.

▲“위클리 아닌 데일리 방송 실현이 꿈”

- 꿈꾸는 방송이 있으신가요?
△ 데일리로 직원방송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지금은 위클리 방송이잖아요. 매일 정오에 시사뉴스나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거죠. 그리고 영상으로도 즐길 수 있는 보이는 라디오를 해보고 싶어요. 제작자로서는 ‘청소년들이 다루는 시사’를 기획해보고 싶네요. 청소년들이 필터링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 아직 데일리 방송 진행이 어려운 이유가 있나요?
△ 네. 아무래도 저희가 지금은 혼자서 피디도 하고, 작가도 하고, 엔지니어도 하는 시스템이잖아요. 역할분담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까 매일하기에는 무리가 있죠. 협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가능할거 같아요. 취재에 공을 많이 들어야겠죠.(웃음)

- 실례지만 공동체 라디오에서 근무한다면 급여는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까요?
△ 저희는 생활 임금 수준이예요. 한 180만 원 정도. 내년에는 더 오르겠죠?(웃음) 상여금도 있어요. 일반 언론사나 방송국 같은 경우는 임금이 진짜 셀 거예요. 근데 여기는 ‘광주시민방송’이잖아요.

시민방송 내부 모습.

- 일반 언론사나 방송국에 비해 장점이라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 개인주의가 아니라 공동체잖아요. 취직을 하면 인간관계 부분이 가장 어려울 수 있는데, 여기는 직장상사라는 개념도 없고 수평적이예요. 공동체 라디오를 이해하고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죠.

- 고충같은 건 없나요?
△ 9시 출근, 6시 퇴근이 좀 힘들어요.(웃음)

- 모든 직장인들의 꿈의 시간 아닌가요?(웃음)
△ 저는 별로예요.(웃음) 근데 서로의 스케줄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배려를 많이 해줘요. 융통성있는 일처리가 어려우신 분들은 조금 불편하실 수도 있어요. 행정직은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괜찮을거 같아요.

▲어플 다운로드받으면 어디서든 들을 수 있어

- ‘광주시민방송’ 외에 공동체 라디오가 더 있나요?
△ 전국에 7개가 있어요. (‘광주시민방송’ 외에는)관악, 마포, 성남, 영주, 성서 공동체, 금강 FM 등이 있죠. 지역마다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영국같은 경우는 공동체 라디오가 400여개 정도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거대 언론에서도 무시를 못하게 돼죠. 방통위에서 공동체 라디오 허가를 7개 밖에 안해주고 있어요. 그것도 소출력으로요. 내년에는 가청권(특정 라디오 방송의 청취가 가능한 지역의 권역 또는 범위)이 좀 더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그리고 ‘광주시민방송’이 오래가기 위해 정부에서 지속적인 지원도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북구청이나 지역자치위원장 분들께 공문도 열심히 보내고 있거든요.(웃음)

- 라디오 외에 청취가 가능한 방법이 있나요?
△ 광주시민방송 어플과 팟빵에서도 들을 수 있는데요. 특히 광주시민방송 어플을 다운로드 받으시면 전세계 어디서나 들으실 수 있답니다. 이거 강조해주세요.(웃음)

- 가장 인상 깊었던 방송이 무엇인가요?
△ 어르신들 방송이 참 재밌어요. 한 분이 본인의 부모님을 게스트로 초대한 거예요. 울고 웃고 마치 한 편의 인생극장을 보는 거 같더라구요. 영화 ‘라디오 스타’를 귀로 듣는 느낌이랄까. 사실 저희는 모든 방송을 다 듣거든요. 듣고 있으면 공부가 따로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권의 책을 읽는거 같아요.

-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 제작 활동을 더디게 배우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분들이 ‘이제 혼자 할 수 있어요’, ‘혼자 편집했어요’라고 하실 때 보람을 느끼죠. 라디오가 인생의 일부라고도 많이 말씀해주시고.

- 광주시민방송이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나요?
△ 앞으로 계속해서 방송을 잘 만들 수 있도록 조력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방송국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별 스튜디오 설치, 플랫폼 역할 할 수 있길”

- 혹시 따로 방송이라는 매체에 기여하고 싶은 바가 있나요?
△ 지역별로 스튜디오를 설치해서 주민들이 만들어낸 방송을 우리 방송국 주파수로 송출 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런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어요. 호남권에는 ‘광주시민방송’ 하나만 있기 때문에 거리상 문제가 있잖아요. 만약에 이렇게 되면 굳이 멀리서 오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리고 스튜디오가 지역별로 생기면 거기에 상주할 PD도 필요할 거잖아요? 청년들 취업문제로 요즘 난리인데 대책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에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라디오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제 큰그림이예요.(웃음)

- ‘광주시민방송’은 비영리단체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운영하나요?
△ ‘광주청년드림사업’을 통해 인력도 지원받구요. 이동 스튜디오, 공모 사업(틴톡, 어르신나지요 등)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방송활동가 분들의 후원금도 받구요.

스튜디오.

- 이동 스튜디오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 물리적인 거리 때문에 공동체 라디오를 접하기 힘드신 분들을 위해 기획하게 됐는데요. 현장에 찾아가서 직접 청취자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처음에는 장비도 부족했어요.(웃음) 지금은 잘 갖춰져 있지만요.

- ‘광주시민방송’에서 일하시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 비오는 날에 국장님이 북구청 옥상으로 안테나 고치러 갈 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웃음) (유영주 국장 : 고소했겠지!)이것이 방송국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생각했어요.(배송문 PD : 너무 슬퍼서 눈물날거 같아.) 일반 방송국 같은 경우는 능력이 출중한 시설관리사분들이 상주하시는데, 저희는 예산이 안되니까요. 국장님이 배워서 고치고 그랬죠.

- 재밌게 듣고 있는 라디오가 있나요?
△ ‘온통 사랑이었던 날들’ 제가 몰랐던 옛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아요. 정년 퇴직한지 5년된 선생님인데요. 듣고 있으면 마치 ‘검정고무신’ 보는 느낌? 보릿고개, 간첩, 옛날 인쇄소 등의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정말 재밌더라구요.

▲퇴직교사 진행 ‘온통 사랑이었던 날들’ 관심

- 얼마 전에 광주시민방송을 무대로 광주 KBS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성사된 건가요? 소감은 어떠세요?
△ 처음에 저희 이주민 방송 보도자료를 보시고 오셨다고 해요. 작은 팟캐스트 방송정도로 생각하고 오셨는데, 편성표를 봤더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방송을 하고 있어서 궁금해지신 거죠. 결국 이야기를 나눈 끝에 이주민 방송이 아닌 ‘광주시민방송’ 이야기를 담게 됐어요. 잘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고, ‘광주시민방송’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 방송을 진행하면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 소수자 비방, 욕설, 특정 상표 언급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유튜브랑 다르게 이런 심의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주의하셔야 돼요.

- 광주시민방송의 한계나 약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유통이 아닐까요? 가청권이 좁기도 하고, 듣다가 끊기고 서버가 다운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런 기술적인 문제는 보완하려고 노력 중이예요. 하지만 유통이나 기술적인 문제만 보완된다면 (지상파)못지않을 거예요.

- 편성제작팀장이자 CP로서 방송인을 꿈꾸는 분들께 조언해주고 싶은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 협업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해요.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기획이나 보완해야할 부분에 대해 완곡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구요. 대인관계 능력이 정말 중요한거 같아요.

- 광주시민방송의 라디오를 아껴주시는 청취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라디오는 선한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잘 들어주시고 나중에는 참여자로도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주저없이 오세요. 1층 라디오 카페에 오셔서 차 한 잔 하셔도 되구요. 1000원입니다.(웃음)

- 라디오는 OO이다.
△ 라디오는 쌍방향 소통이다.
서수빈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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