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미작성 등 노동환경 열악
“참지 말고 본인의 권리 요청해야”

▲ 청소년노동인권 교육 강화가 요구된다. <광주드림 자료사진>
지난해 제주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 이민호 군이 제주의 한 음료 공장에서 작업 중 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건으로 사회적 충격을 던졌다. 그로부터 1년 후, 청소년들의 노동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최근 청소년들의 심야 노동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아직도 청소년들의 노동 환경은 매우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광역시 청소년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청소년’이라는 신분을 핑계삼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최저시급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주는 등 청소년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광주교육정책연구소와 광주광역시 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청소년 노동인권의식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광주지역 청소년 10명 중 1.5명 정도가 청소년노동(아르바이트)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성화고 학생들과 학교밖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2명 중 1명꼴로 청소년 노동(아르바이트)을 해 본 경험이 있다고 조사됐다.

이들 중 임금이나 부당한 인권침해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제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 노동상담 사례를 보면 2016년 4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사업장 내 각종 부당한 인권 침해나 임금체불 등으로 총 1079회 상담이 이뤄졌다굙 이 중 약 70%가 임금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주말마다 고깃집에서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정세희 학생(17)은 “근로계약서 작성을 하고 싶었고굚 당연히 하는 줄 알았는데 근로계약서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다”며 “(근로계약서 작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보라는 사람도 있지만 솔직히 학생 입장에서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홀 서빙만 맡기로 했는데 나중에는 청소를 시키고, 또 원래 4시간 하기로 돼 있었는데 손님이 없을 때는 2시간만 하고 가라고 하고굚 수시로 근무시간을 변경해 알바비를 항상 다르게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승희 광주광역시 청소년노동인권센터장은 “청소년들은 생애 첫 노동을 경험하게 되는데, 체불에다 인격적으로 무시당하면 어른들에 대해 (처음부터) 불신을 갖게 된다”며 “사회에 대한 첫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청소년 노동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광주광역시 청소년노동인권센터 이연주 노무사는 “우선은 참지 말고 본인의 권리를 사용자에게 요청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 센터 같은 노동 상담 기관을 찾아서 상담을 받고 센터의 지원을 받으면 권리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 역시 “사회적인 안전망 자체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참거나 그만두거나 하나를 선택해야 되는데, 부당한 걸 느낄 때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특히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학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인권교육이 전국적으로 확대 되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합니다. 일 년에 노동인권교육이 중학교 3학년 1시간, 또 고등학교 3학년들도 신청한 학교에 따라 1~2시간 들어가는데, 고등학교 중학교 시기 통틀어서 1시간 교육밖에 되지 않습니다. 학교 교육과정으로, 정식 교과서를 통해 초등학교 시기부터 노동에 대해 접하는 게 시급합니다.”

교사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교사들은 (노동인권교육을) 학교교육으로 생각 안하고 쉬는 시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교, 교육청, 교육부에서 반드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라고 인식했으면 합니다. 특히 나이 드신 교장선생님이나 일부 선생님들 같은 경우 노동에 대해 편견들이 있어요. ‘청소년들은 공부해야지 굳이 이거를 지금부터 해야 되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예전에 우리 센터에서 교재를 나눠주었는데, ‘공부는 안하면서 이런 책이나 본다’면서 남은 책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놓은 경우가 있었죠.”
이수영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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