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등 내용증명 통지에
합의 서두르면 덤터기

▲ 한국저작권위원회의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 바로 알기’ 중.
 “○○업체의 폰트를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법을 위반했습니다.” 회사원 A씨는 한 법무법인으로부터 이러한 내용의 내용증명을 받았다. 법무법인에게 문의했더니, 회사 홈페이지에 사용한 배너에 들어간 폰트(서체)가 무단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저작권법에 문외한인 A씨는 회사가 법적 소송에 휘말리거나 본인의 실수가 알려지는 게 두려워 법무법인이 합의금으로 제시한 폰트를 구매하고 말았다.

 사용하지도 않은 폰트가 대거 포함된 거액의 패키지파일이었다.

 최근 법무법인들이 서체업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며 폰트와 관련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일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통지를 받게 되면 복잡한 저작권법과 “걸면 걸린다”는 우려 때문에 위법 사실이 없는데도 합의금 명목으로 거액을 지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같은 사례가 많아지면서 피해자들과 동병상련의 시민들이 포털에 ‘폰트·이미지 등 저작권 고소 협박에 대응하는 모임’을 개설하고, 사례를 공유하며 대책을 모색하는 등 자발적인 구제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법을 위반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했을 경우엔 처벌이 마땅하다. 하지만 위반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책임을 추궁당하거나, 단순 실수에도 과도한 합의금 요구에 직면해 있다면 선험자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대응해봄직도 하다.
 
▲‘폰트’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다

 단순 글자체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다. 법상 보호되는 권리는 ‘폰트 파일’이다.

 피해사례가 빈번하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 바로 알기’를 통해 이같은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저작권법은 폰트의 저작권 보호 여부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법원은 폰트도안에 창작성이 포함돼 있으나, 그 창작성이 문자의 본래 기능에서 분리돼 독자적 존재로 인정되기 어렵다며 저작물성을 부정하고 있다.

 반면 폰트를 설치하기 위해 사용되는 ‘파일’에 대해선 보호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폰트 ‘파일’을 불법적인 경로로 다운로드받거나, 폰트 ‘파일’을 불법복제하는 경우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것이다.

 정리하면 단순히 폰트가 사용된 이미지나 문서 결과물 자체는 저작권상 위법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폰트 파일을 불법적으로 ‘취득’했거나 ‘복제·배포’했을 때 저작권 위반이 성립된다.
 
▲PDF는 주의해야…한글은 OK

 해당 폰트가 설치돼 있지 않은 단말기에서도 ‘깨짐’ 현상 없이 폰트가 원활하게 표시될 수 있도록 파일에 폰트파일을 포함시키는 것을 ‘임베딩’이라고 하는데, 이 경우 폰트 파일을 ‘배포’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저작권 위반을 주의해야 한다.

 PDF나 파워포인트 등을 이용할 때 흔히 위반하게 되는 경우여서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한글(HWP)’ 프로그램에 포함돼있는 기본 폰트 파일들은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한글 프로그램 제작자인 한컴오피스는 자체 공지를 통해 “한컴오피스 제품 내의 기능을 이용한 결과물은 프로그램에서 지원하고 있는 폰트파일을 활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한글 파일을 PDF 또는 E-BOOK으로 변환하는 것도 폰트 프로그램 파일을 복제하는 등의 행위가 없으므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계약 위반은 계약했을 때만 성립

 폰트파일을 합법적으로 구매했더라도, 약관에 규정한 사용 범위를 벗어나 사용하게 되면 저작권 위반은 아니지만 ‘계약 위반’에 해당돼 권리자가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일부 폰트상품들은 E-BOOK 등 2차 저작물에 대한 사용 범위를 따로 구매하도록 판매하고 있지만 구매 시 약관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사용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어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이 경우는 계약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계약’이 이뤄졌을 시에만 위반이 성립된다. 그 외 경우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계약을 통한 외주제작에서 사용된 폰트 파일은 외주제작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제작된 결과물에 있어서도, 의뢰인은 이미지나 문서 결과물 자체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므로 해당 내용을 삭제하지 않아도 저작권법 위반의 문제는 되지 않는다.

 주의할 점은 정품 프로그램 구매 시 자동으로 제공되는 폰트 파일들인데, 프로그램 구매 시 약관에 “해당 프로그램 내에서만 이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경우,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면 계약 위반에 해당되니 유의해야 한다.
 
▲분쟁시 도움받을 기관을 알아두자

 판단이 어렵다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빠르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유형별 상담사례서비스를 통해 많이 일어나는 저작권 분쟁에 대해 판례 등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서울이나 진주의 종합민원센터 저작권상담센터에 방문해 상담을 받을 수도 있고, 전화(1800-5455)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분쟁 조정 제도도 운영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조정부가 분쟁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해결해 주는 제도로, 조정에서 합의한 내용은 조서에 기재된 경우 재판 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다만 조정이 성립하기 위해선 당사자들 모두가 조정에 참여해야 하며, 참여에 강제성은 없다.

 저작권법을 위반했더라도 전과가 없고 우발적으로 저작권법을 위반한 경우라면 검사의 판단 아래 ‘저작권교육조건부’로 기소유예 처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일정기간 저작권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로, 형사상 기소가 유예될 뿐,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는 남게 된다.

 ‘저작권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는 지난 2008년 7월 서울중앙지검 관할 저작권 침해사범 중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해 오다가 2009년 3월 전국으로 확대하고 교육대상도 성인까지로 확대됐다.
 
▲저작권법 위반, 미리 예방하자

 각각의 폰트파일에는 저작권자의 창작과 노력이 담겨있다. 이를 사용할 때는 적법한 구매 등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을 받아 이용해야 한다.

 일반 사용자들은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제공하는 무료폰트를 사용한다면 저작권 침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블로그나 카페 등 인터넷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출처가 불분명한 폰트 파일을 다운로드받으면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바탕체, 돋움체, 훈민정음체 등 9개 폰트 파일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고, 광주시를 포함 각 지자체들도 폰트들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사이트나 한국출판인회의,대한인쇄문화협회 등에서 제공하는 무료 폰트도 활용할 수 있다.

 기업들이 제공하는 무료 폰트파일들은 사용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지 여부를 약관을 통해 꼭 확인 후 사용해야 한다.

 한 법무법인 변호사는 “특히 저작권법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사용자들의 경우는 평소에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는 콘텐츠나 파일들을 설치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료 폰트 등을 사용하고,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고 위반 소지가 있을 경우 아예 설치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만약 위반했을 경우에도, 합의하기 전 한국저작권위원회 분쟁이나 법률상담을 통해 과도한 합의금을 지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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