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이후 5·18 방향설정’
5·18기록관서 토론회
정근식 교수 “신냉전 맞서는 노력 필요”
국가차원 ‘5·18역사연구소’ 등 제안

▲ 29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에서 ‘40주년 이후 5·18의 방향 설정’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5·18은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에게는 하나의 전설이나 신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는 지난 시간들을 냉철하게 평가하고 새로운 40년을 구상할 시점에 이르렀다.”

5·18민중항쟁이 내년 40년을 맞게 되는 가운데, 29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에서 ‘40주년 이후 5·18의 방향 설정’을 주제로 한 원탁 토론회가 열렸다.

5·18기념재단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5·18 40주년,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정근식 서울대 교수의 발제에 이어 △김철원 광주MBC 기자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공동대표 △박강배 광주문화재단 정책실장 △박강의 전 5·18전야제 총감독 △박시영 5·18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 △신경구 광주국제교류센터 소장 △이산하 ‘유레카’ 편집위원장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 △이창훈 4·9통일평화재단 사료실장 △정진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이사장 △주진오 대한민국역사 박물관장 △최용주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 △황풍년 전라도닷컴 대표(가나다 순)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정근식 교수는 5·18 40주년과 관련해 “5·18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당시 경험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해 벌써 40년이 다가왔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내년 40주년이 의례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냉전의 역류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5·18의 지난 40년을 냉철하게 돌아보며 종합적인 평가와 전망을 위한 분석틀이 필요하다는 것.

정 교수는 “미시적으로는 광주가 만들어낸 이행기 정의의 원칙들에 비추어 그 성과와 한게를 검토하고 좀더 거시적으로는 광주를 분석하는 다중적 스케일(세계적, 일국적, 도시적)과 함께 복합적(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원의 전망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0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5·18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 입장에선 “5·18의 진실과 5월 운동의 치열함을 이해하는 후속세대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광주시와 재계, 학계, 시민대표들이 5·18의 유산과 비전을 충분히 공유하고 협력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광주에는 아직도 국내외적으로 내세울만한 5·18기념관이 없는데, 5·18기록관의 자료 수집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교육 및 인재양성 기능도 구심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5·18 기념문화’로 탄생한 비엔날레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역할 재편성, 적극적인 학습과 관광을 증진하기 위한 프로그램 마련 및 사회적 경제로서의 ‘5·18경제’ 개념 발전 등도 제시했다.

정 교수는 “5·18 전국화와 세계화, 세계화를 통한 전국화는 과거 뿐 아니라 미래에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전략적 틀”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신냉전 흐름에 맞서 동아시아 냉전 분단체제의 마지막 해체를 위한 노력이 지난 40년 5·18 못지 않게 앞으로의 40년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29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에서 ‘40주년 이후 5·18의 방향 설정’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철원 기자는 “5·18 전국화나 5·18 세계화 사업도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치고 힘든 이들이 광주에 와서 안식할 수 있도록 광주의 품을 넓히고 광주 안의 민주주의를 더 뛰어나게 일상의 민주주의를 다져야 한다”며 “(광주가)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인권탄압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소도’와 같은 곳,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돼야 명실상부한 민주인권평화도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시영 집행위원장은 옛 전남도청 원형 보존 등 ‘그날’의 현장을 보존해 미래세대를 위한 프로그램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탐방이나 기행에 해설이 곁들여지는 현재 방식이 아닌 미래세대 스스로 행동하는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햇다.

이재의 연구원은 “5·18정신을 헌법에 반영할 수 있도록 역사적 사실을 정리 체계화하고 심도 깊은 연구로 사실적 근거를 만들에 후세대에 지속적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5·18역사연구소(가칭)’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5·18 40주년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주진오 관장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근현대 100년의 광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며 “광주를 들여다보는 창을 다각화하고 다양한 해석과 키워드가 공존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광주국제교류센터 신경구 소장은 “5·18 40주년 전국화·세계화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행사위원회를 만들어 시민참여형 축제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