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퀴어축제에서 만난 사람]
성소수자부모모임 국화향기

▲ 26일 광주 금남로 차없는거리에서 열린 제2회 광주퀴어문화축제 ‘성소수자부모모임’ 부스에서 국화향기 님이 ‘응 내 자식 퀴어’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퀴어축제가 열리는 곳이면 전국방방 곳곳 어디든지 달려가는 ‘성소수자부모모임’이 26일 광주 금남로 차없는거리에서 열린 제2회 광주퀴어문화축제에서도 부스를 차렸다.

부스에서 만난 활동명 국화향기 님은 광주에서 거주 중인 성소수자 부모. 퀴어축제 참여를 위해 매번 서울로, 수도권으로 걸음을 하다 광주에서 열리게 돼 더욱 뜻깊다.

“작년에 열린 1회 광주퀴어축제에선 프리허그를 진행했어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면서 ‘어디에서 왔니’라고 물으면 다들 광양, 순천, 화순이라는 거예요. 용돈으로 서울이나 수도권까지 가기 어려웠는데, 가까운 곳에서 열리니까 올 수 있었던 거죠. 이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번 축제에서 그는 ‘응 내 자식 퀴어’라는 손 팻말을 들고 퀴어축제 퍼레이드에 참여하기도 했다.

“광주에서 하다 보니 평소에 얼굴을 알고 지낸 지인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어쩐 일이냐고 물어보니까 ‘우리 딸이 레즈비언이다’고 말했죠. 이번 축제를 통해서 저도 성소수자 부모로서 저를 오픈하게 됐네요.”

그는 딸이 “같은 성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고백하기까지 자신을 숨기고 고민과 고통을 안 고 있었던 데 대해 여전히 미안해했다.

“딸은 자신을 드러내고 나서 제게 ‘고생했다. 얼마나 힘들었니’라는 말을 기대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딸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딸은 기독교인인 제가 딸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 마음 졸였을텐데 말이죠.”

그는 이제 남편과 함께 퀴어축제에 참여해 딸을 안아주는 마음으로 다른 성소수자들을 안아주고, 응원과 지지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왜 40대, 50대, 60대에 성소수자가 없겠어요? 아마도 있을 테지만, 자신을 숨기고 말 못하며 지내온 세월이 그렇게 흘러간 거 아닐까요? 저는 우리 아이가 자신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요.”
김우리 기자 uri@gdj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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