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목 간 수업 연계…“수업이 재밌어진 학생들”
‘소개하기’ 단원 ‘국·영·가정’ 세 과목, 수업 연계
‘수업친구’ 동아리로 교사들, ‘교육과정재구성’ 동력

▲ 지난해 개최된 교직원 워크숍에서 월곡중 교사들은 지난 학기를 돌아보는 자리를 가졌다.
 중학생들이 배우는 교과목은 10개 이상으로 세분화 돼 있지만, 사실 학습주제별로 하나의 카테고리에 묶을 수 있는 단원들이 꽤 많다. 하지만 과목별로 분파된 정규 수업에선 교육과정의 틀에 맞추기 위해 같은 교육을 여러 번 반복할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의 관점에선 공부해야 하는 양이 늘어날 뿐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생긴다. 비슷한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는 수업이라면, 교과목 간 수업 연계를 통해 이러한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 터.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이뤄지는 수업 혁신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광주 광산구 월곡중은 혁신학교 4년차를 맞아 ‘수업 혁신’에 주안점을 두고 교과 간 경계 허물기에 나섰다. 특이한 점은 학교비전 뿐 아니라 핵심성취기준을 마련하고 학년별 교육 목표를 세운다는 점이다. 수업 공유가 용이한 학년별로 목표를 세움으로써 교과통합의 계기를 마련했다.

 월곡중 1학년은 ‘나를 찾는 여행’, 2학년은 ‘함께하는 여행’, 3학년은 ‘세상으로의 여행’으로 학년별 교육목표가 선명하다. 이는 지난 2월 초 교직원 연수에서 선정된 이래 학년별 협의회, 동아리 협의회 등을 통해 세부 실천 사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례로 1학년의 교육목표 ‘나를 찾는 여행’을 위해 국어·영어·가정 교과목이 하나의 연결 고리를 생성했다. 국어의 ‘자기소개’ 단원은 가정의 ‘자아 정체감’ 학습과 연계되고 영어의 ‘영어 단어로 나의 성격 말하기’ 수업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에 각 교과목 교사들은 교과 통합을 위해 사전에 협의하고 수업진도를 조율했다. 3월에는 가정 과목을 통해 ‘청소년기의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영어 수업에서 ‘영어 단어 몇 가지로 나를 설명해보기’를 진행한 뒤 4월 말 국어 수업을 통해 ‘자기소개 글쓰기와 말하기’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융합적 수업 방식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일반적으로 교과 간 협의문화 정착이 힘들다는 인식이 있다. 다른 교과목의 운영 과정을 알아야 하는데다 한 수업이 여러 학급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수업 진도 조율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월곡중은 혁신학교 1년차부터 수많은 협의과정을 통해 수업 연계 필요성을 인식했고, 지난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업 연계를 시도했다. 특히 교직원의 절반이 참여하고 있는 ‘수업친구’ 동아리를 통해 교과 간 교류의 장이 열려 큰 몫을 했다.

 최근 세월호 추모 주간을 맞아 진행된 주제 중심 수업에 참여한 교사만 10여 명에 달했다. 국어수업에서 추모 시를 쓰고, 영어시간에 위로의 글쓰기를 한 뒤 학교에 전시하는 수업이 하나의 주제 안에 묶여 시너지를 내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학생들은 수업의 즐거움을 알게 됐다. 학교가 좋은 이유로 “급식이 맛있다”는 것 외에 “수업이 재밌다”는 이유가 추가된 것. 교직원들도 수업 혁신이 기대보다 좋은 효과를 내고 있어 덩달아 보람을 느낀다고.

 양승현 월곡중 혁신부장은 “일부러 교과 통합을 하자고 할 수는 없지만, 교사들 간에 교류와 협의를 통해 수업을 연계할 수 있는 방법들이 떠오르게 됐다”며 “2주에 한 번 모이기로 한 수업친구 동아리도 필요에 따라 그 이상 모일만큼 동료 교사들의 열정이 컸다”고 말했다.

 최종철 월곡중 교감도 “한정된 시간에 밀도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년 주제에 맞는 교육목표를 세우고, 핵심 역량을 선정해 적용하는 것”이라며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수업 연계 방안도 그러한 취지에서 시작한 것으로 학교가 재밌다는 학생들이 많아져 그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월곡중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 건 행정부장들이 업무를 떠안고 ‘업무 제로화’에 기여한 덕분이다. 하지만 그만큼 행정부장들에게 집중되는 과업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데 많은 교육 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는 혁신학교 전반에 뿌리내린 ‘업무분장’ 시스템의 한계로 지적되는 사항이다.

 양 혁신부장은 “3월 초 연구부장 선생님께서 교원능력개발평가, 학교평가 등 계획서를 작성하는데 고생을 하신다”며 “학기 초는 1년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고 학생들과 친밀해져야 하는 때인데도 책 한 권짜리씩 되는 계획서 작성에 퇴근 후까지 일을 하고 있다”고 업무 간소화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한편 학급 수 18개, 452명 재학 규모의 월곡중은 2013년 12월 혁신학교로 선정된 이래 올해는 ‘지역사회의 희망이 되는 중심학교로서의 역할 수행’을 목표로 혁신학교 운영을 해나갈 방침이다.

 특색사업으로는 ‘따뜻한 돌봄과 배려를 통한 상생’이고 중점사안은 ‘수업혁신을 통한 배움과 성장’, ‘학생 자치활동 활성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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