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위탁급식 위생 문제
“학교측, 대책 마련 미봉책”

▲ A초등학교 급식에서 발견된 철수세미 조각(맨위).
 광주의 한 초등학교 급식에서 파리와 머리카락이 나오는 등 위생 문제가 발생했지만, 학교 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학부모들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 문제가 재발하자 학부모들은 “즉각 업체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 이에 학교는 “향후대책 수립”이라는 취지로 학부모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학부모들은 ‘(현행)계약 유지’를 유도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12일 광주지역 A초등학교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교사 재배치 공사에 따라 급식실 신축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급식실 운영이 불가능해지면서 A학교는 직영에서 위탁급식으로 변경, 운영 중이다.

 그런데 위탁업체가 제공하고 있는 급식에서 위생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급식 위탁 업체는 지난 7월 입찰을 통해 선정돼 현재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주로 외부에서 음식을 조리해 차로 운반한 뒤 교실에서 배식이 이뤄진다. 그런데 지난달 23일부터 현재까지 약 2주 동안 위생 문제가 수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에 제보한 학부모에 따르면, 식판이 지저분한데다 음식에서 머리카락, 철 수세미 조각 등 각종 이물질이 잇따라 나왔다.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 시정을 요구했으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해당 업체를 방문, 더욱 심각한 위생문제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머리카락·철수세미 등 이물질 줄줄이
 
 결국 학부모들이 지난달 31일 광주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교육청으로부터 “위생 상태 점검결과 민원이 타당하므로 업체에 시정을 권고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음식에서 파리가 여러 마리 나오는 등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학부모들 주장이다.

 이에 학교측은 지난 6일 ‘위탁급식 개선을 위한 협의회’를 열고 학부모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학부모들 원성을 키웠다. “학교의 소극적 대응에 실망했다”는 것.

 회의 다음 날 학교측이 발송한 단체 알림톡이 문제였다. 학교 측이 설문조사 내용을 공지한 것인데, ‘희망안’과 1, 2, 3안으로 제시했다. 각각의 내용을 보면 ‘희망안(타 급식업체에 즉시승계)’은 ‘기존 계약 조건을 수용해 타 업체가 응할 때 연계성을 갖고 급식이 실시됨’이라고 설명하고, ‘1안(2단계 입찰, 현장 점검-최저가 입찰)’은 ‘최종 입찰 결정까지 50여 일 걸림, 이 기간 도시락 지참’을, ‘2안(경쟁입찰)’은 ‘최종 입찰까지 30여 일 소요, 개선 장담 못함’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3안’은 ‘현재 납품 업체의 위생 개선으로 계약 유지’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측은 ‘학부모들은 현재 급식업체에서 타급식업체로 즉시 승계하는 방법을 원하나 승계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는 사족을 달아 저의를 의심케 했다. 학부모들은 “(업체 변경이 아닌) 1, 2, 3안 중에 선택하라는 의미”라고 발끈했다.

 한 학부모는 “이번 설문조사는 누가 봐도 ‘원만한 종결’을 명시한 3번(현재 납품 업체의 위생 개선으로 계약 유지)을 택하라는 유도”라면서 “학교는 새로운 급식실이 만들어질 때까지 버티자는 것 같은데, 매일 밥을 먹어야 하는 아이들은 어쩌란 말인가”라며 성토했다.

 학부모들이 “학교가 유도하고 있다”며 의심하고 있는 ‘민원의 원만한 종결’이라는 항목의 ‘3안(현재 납품 업체의 위생 개선으로 계약 유지)’은 ‘정기적 현장 위생 점검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학부모들 “업체 교체”vs 학교 “현실적 문제”

 이와 관련 학교 관계자는 “설문조사의 내용은, 현재 업체 계약 해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실제 상황을 제시해 학부모들 판단에 도움을 드리려는 조치였다”며 “의도적으로 특정 선택지를 유도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설문조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면 급식소위원회와 학교 운영위원회를 거쳐 향후 대처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학교 관리자 등이 해당 업체와 급식 실태를 매일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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