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교조의 형식(조직체계)이 지방교육자치시대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방교육자치시대가 시작된 것은 경기교육감을 주민들이 직접 뽑은 2009년이고요. 광주랑 다른 시도는 2010년에 지방교육자치시대를 맞이합니다. 큰 변화인데요. 전교조가 이에 발맞춰 제때 조직체계 변경을 못했고, 지방교육자치 10년이 다 되어가는 아직도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광주와 대전은 도시규모가 비슷해서 학교 수나 교원 수 등이 비슷할 겁니다. 전교조 상황은 아주 달라요. 조합원 수 면에서 보면 광주가 대전의 4배 정도 됩니다. 또, 거기 교육감은 진보교육감이라고 부르지 못해요. 광주와 대전, 전교조 상황이 다르고 교육청 상황도 차이가 있으니 조직 운영도 많이 달라야겠습니다.

 대전은 비오고 광주는 화창한 날씨라고 합시다. 대전은 비옷을 입어야하고 광주는 나들이 옷 입어야 날씨에 맞는 옷차림이죠. 그런데 대전이나 광주 두 도시 모두 날씨에 맞는 옷차림을 못해요. 이미 중앙에서 결정한 ‘드레스코드’가 있거든요. 대의원대회에서 민주적으로 결정해 놓은 의결사항이므로 전교조 광주지부, 대전지부에서는 이 결정사항을 어기기 어렵지요.
 
중앙서 결정한 ‘드레스코드’ 못벗어나
 
 박근혜 정권에서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몰리게 됩니다. 각 지부마다 노조 전임을 요구해서 전임근무 허가가 나지 않으면, 학교로 돌아가지 말고 직권면직을 당하는 것이 결정되었지요. 이른바 조직의 결정이에요. 저는 당시에 우리 지부는 직권면직 당하지 말자고 주장했습니다. “대전 상황과 울산상황과는 같지 않다. 직권면직 당하지 말고 학교로 돌아가 후사를 도모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직권면직 당하는 전술을 회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대의원대회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한 ‘드레스코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행정실에서 24개 반 교실과 10여 개 특별실의 에어컨을 일제히 켜고 끄며 온도도 중앙통제하는 학교 상황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동차 타이어 사용자가 타이어 품질에 불만이 있을 때 그 회사의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교사노동조합은 약간 다르다고 봅니다. 현재 초중등 교육에 만족이 안 될 때 금방 교사노동조합도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을 봅니다. ‘초중등 교육’이 교사들의 생산활동 같은 거잖아요? 학부모와 시민이 학교 교육에 만족하지 못할 때 교사노동조합을 비난하더라고요. 심지어는 교육정책의 실패까지 교사노동조합에 들씌우려 하잖아요?

 교사노동조합이나 공무원노동조합의 사용자는 시장이나 교육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시민여러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민을 등에 업고 노동조합활동을 하는 것이 투쟁에서 쉽게 승리하는 방법이라고 저는 굳게 믿고 있어요. 어느 나라 교사노동조합이던지 “교육이냐 노동이냐?” 논쟁하는데요. 광주교사노조가 “교육에 방점을 찍겠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 있어요.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 담임이 광주교사노동조합 조합원이라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도록 활동해 나가겠습니다.

 저는 “학교가 서울대 갈 학생 몇 명 데리고 수업하면서 교육기관입네 하고 있다”고 학교를 비판해왔습니다. 전교조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6만이 넘는 조합원 중에서 서울교사대회 가는 몇 명을 대상으로 사업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6만 대중 조합원이 참여하는 사업은 실종되었습니다. 비조합원 교사, 교감 교장까지 참여하고 지지하는 교사노동조합을 만드는 사업을 해야 되는데 6만 조합원도 사업 범위에 아우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식 삭발 정도는 해 줘야 겨우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교사노동조합이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활동을 신실하게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교사면 우리 광주교사노동조합 조합원 자격 충분합니다.
 
“전교조와 착한 경쟁, 토론하며 상생할 것”
 
 전교조가 있는데도 광주교사노동조합이 뜨는 것은 분열이라고 걱정들 하십니다. 이는 조선의 붕당정치에 대해 “당파싸움하느라 조선이 망해갔다”고 주장하는 격입니다. 뿌리깊은 식민사관에 입각한 해석입니다. 전교조와 광주교사노조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하고 토론합니다. 이렇게 되면 전교조에도 좋은 일입니다. 어쩔 때는 공동사업을 하고, 전교조 조합원이 광주교사노동조합 일꾼 연수에 와서 강의할 수도 있습니다. 전교조와 광주교사노조는 상호보완, 역할분담 관계로 적대적이지 않으니까요.

 CBS 라디오 아침방송에 ‘김현정의 뉴스쇼’라고 있습니다. MBC 최승호 사장이 첫출근 하던 날 이 프로그램과 인터뷰했습니다. CBS앵커 김현정과 김정훈 기자가 가벼운 농담을 합니다. MBC가 이제 경쟁상대인데 너무 잘 되기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둘이서 말을 조금 바꿉니다. ‘MBC 살살 잘 되세요’

 전교조 조합원 여러분, 광주교사노조는 전교조가 지금보다 잘 되기를 바랄게요.(위에서 전교조를 비판한 것은 전교조의 조직체계가 지방자치시대, 분권화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지 전교조가 비민주적이라는 이야기를 한 것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우리랑 경쟁상대니까 조금 잘되기를 바랄게요. 전교조 조합원 여러분도 광주교사노조가 아주 번창하는 것을 바라지는 마시되 조금 번창하기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광주교사노동조합 출범하면서 전교조도 덩달아 활력을 회복하여, 아주 좋은 교사노동조합 두 개가 순식간에 활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착한 경쟁입니다.

박삼원<광주교사노동조합 준비위원·정광중 교사>

※11월 8일 <기고_‘광주 교육계 복수노조 시대’ 단상> 기고에 대한 반론이 들어와 싣습니다. 본보는 이와 관련된 반론과 재반론 등 의견이 들어오는 대로 지면에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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