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보다 학생들이 말하게 하자”
역량중심 학년 통합과정 모둠수업 전환 시도

▲ 신가중 나눔수업 모습.
 신가중 3학년 어느 교실의 국어 시간. 학생들은 ‘자서전 쓰기’를 시작했다. 지난 시간에 ‘나의 어제와 오늘’을 탐색한데 이어 ‘나의 내일’을 설계하는 수업이다. 학습지의 상세한 안내에 따라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는 표정이었다.

 책상 배열을 ‘ㄷ’자 형태로 앉아 서로를 볼 수 있는 학생들은 각자의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교탁에 준비된 컴퓨터에서 자료 검색을 하면서 빈칸을 채워 나갔다. 교사는 손을 든 학생들에게 직접 다가가 ‘막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묻고 같이 고민했다.

 이날 학생들의 책상 위엔, 국어교과서 대신에 각자의 삶을 녹여낸 자서전 한 편이 남았다.

 혁신학교 7년차인 신가중(광주 광산구 신창로 26)은 초창기부터 ‘수업혁신’을 시작해 배움의 공동체가 활성화 된 곳이다. ‘수업이 변해야 학교가 산다’는 절박함에서 출발한 혁신은 배움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낳았다.
 
▲학년별‘혁신계’, 학년 연구회로 가치 확장

 신가중이 배움의 의미를 통해 수립한 수업혁신의 정의는 이렇다. “선생님들이 말하려고 하는 것을 학생들이 먼저 말하도록 하자”는 것. 하나의 목표가 세워지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 교사의 설명 위주 전달식 수업에서 학생 배움 중심의 ‘모둠중심의 협력 수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매년 교육과정 반성회와 혁신연수를 통해 ‘학년 통합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학년별로 수립된 ‘핵심역량’과 ‘세부역량’을 교육과정과 결합해 구체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말한다.

 3학년 국어 시간의 ‘자서전 쓰기’ 수업은 3월의 세부능력으로 선정된 ‘시민의식’을 기르기 위한 연계 수업의 일부였다. 국어 수업에서 작성된 자서전은 미술 과목의 ‘북아트’ 제작을 위한 토대가 되며, 자치시간 ‘학급생활 규칙 세우기’를 위해서도 활용된다.

 신가중 3학년의 핵심역량은 ‘기여능력’으로 세부능력은 ‘봉사와 베풂, 공익추구, 시민의식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4월에는 4·16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생명존중’을 배우기 위해 사회시간에 ‘4·16 계기교육’을, 국어시간 ‘4·16 추모시 쓰기’, 미술시간 ‘관련 창작물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년 2월에 계획한 역량중심 학년통합교육과정은 때에 따라 재구성되기도 한다. 교사들이 매월 첫째 주 수요일에 진행하는 ‘학년 연구회’에서 구체적인 운영 방법이 논의되기 때문이다. 신가중은 ‘혁신’의 가치와 방향을 퍼뜨릴 ‘학년계’를 각 학년별로 한 명씩 두었다.

 “교사들 간에 수업혁신에 대한 가치와 방향성을 공유하는 것은 중요한 과정이에요. 하지만 모든 교사들이 모둠협력수업을 하는지, 수업연구에 참여하는지를 물어보신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어요.”

 신가중 심경숙 교육혁신부장은 수업혁신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운을 뗐다. 과목별로, 교사별로 수업혁신의 보폭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이다. 애초에 모둠협력수업 적용이 쉽지 않은 교과목도 있다. 그래서 혁신의 분위기를 퍼뜨리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학교 아이들이 어떤 선생님께 당돌하게 묻기도 했어요. ‘혁신학교인데 왜 선생님은 모둠수업을 하지 않나요?’라고요. 상처받은 그 선생님은 힘들어하시기도 하셨는데, 올해 수업을 모둠수업으로 바꿨어요. 아직 배회하는 수준이라고 하시지만, 아이들의 가능성을 봤다며 긍정적인 반응이세요.”
 
▲철학 공유 교사 동아리 ‘수업쑥, 혁신쑥’
 
 신가중은 50여 명의 교사 중 올해 21명이 새로 전근을 왔다. 혁신학교를 처음 경험하는 교사도 있으므로 결과를 종용하지 않으려 한다.

 “교육경험이 많으신 경력교사가 기존 수업을 바꾸는 것은 더욱 어려워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는 데 의심과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여기저기서 교사들이 모임을 갖고 혁신을 이야기하다보니 귀를 쫑긋 하고 듣게 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신가중은 혁신학교 철학의 공유와 수업혁신을 위한 교사 동아리 ‘수업쑥, 혁신쑥’을 운영하고 있다. 관심을 갖고 있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매월 2회 정기 모임을 실시한다. 공동 수업 디자인과 수업방법에 대한 각자의 고민과 해결책을 나누는 자리다.

 신가중 오은주 교감은 매년 2월 진행되는 ‘혁신연수’의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오 교감은 “지난해에는 혁신학교의 기본적 철학과 틀을 공유하는 자리였다면, 올해 진행된 연수는 ‘현장 맞춤형 연수’로서 외부에서 오신 강사분들이 우리 학교에 필요한 지점을 선명하게 짚어주셔서 훨씬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가중 김경숙 교장은 “생활교육이나 혁신의 방향성은 연수시간에 교사들에게 물어서 하나의 목표점으로 녹여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그러한 과정에서 정해진 약속은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경계세우기를 하고, 교육과정 운영 및 평가의 영역에서 교사와 학생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 신가중은 2004년에 개교한 이래 2012년 3월부터 빛고을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7년차에 접어들었다. 2015년 2월 혁신연수를 통해 학교 비전을 ‘배우는 기쁨, 나누는 행복, 즐거운 우리’로 세우고 학년별 핵심역량을 기르는 통합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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