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한걸음씩, 장애학생 삶을 위한 교육”
초·중·고·전공까지 52학급…“작은학교 가동”

▲ 광주 선광학교 학교기업 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민들레 shop(숍)’.
 세상이 정해놓은 속도와는 다르더라도 장애학생들의 ‘삶의 시계’는 오늘도 주저 없이 나아간다.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무한 동력. 교사는 교육주체이자 인생의 길잡이가 되고, 학교는 학생들이 삶을 펼쳐갈 첫 무대가 되는 광주선광학교가 함께 걷는 속도다.

 광주에는 선명·선우·선광 등 공립 특수학교와 은혜·세광 등 사립 특수학교 등 모두 5곳이 있다. 선광학교(광주광역시 광산구 목련로 394번길 60-3)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유치원부터 초·중·고에 이어 전공과까지 총 52학급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정서 및 지적장애뿐 아니라 신체장애 학생들 300여 명이 재학 중이며, 교원의 직종 구성도 다양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이 큰 집 살림을 해나가기가 쉽지 않다.
 
▲“삶과 교육과정이 하나로 연결돼야”

 그래서 선광학교에는 학교급별로 분화한 ‘작은학교’ 체제를 가동했다. 영유아 시기부터 사회에 나가기 전 단계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공존하는 만큼 각 학교급별 교육목표인 비전을 수립하는 게 첫 단추다. 이는 선광학교가 2014년 빛고을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부터 6년 동안 확립해 온 교육목표, ‘삶을 가꾸는 교육과정’의 토대가 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그들의 삶과 교육과정이 하나로 연결되는 교육입니다. 특수학교 학생들이라면 더욱 그렇지요. 배움을 통해 실제 자신의 삶을 가꿔갈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과 경험이 중요해요. 그래서 초·중·고 등 학교급별로 세분화해서 교육과정을 짜고, 이를 모두가 공유해서 연계성을 갖도록 합니다.”

 1년 전 선광학교에 부임한 조혜선 교장은 “특수학교야말로 혁신학교의 특징인 자율성, 유연성 적용에 적합한 곳”이라라고 평가했다. 획일적 교육 커리큘럼에서 벗어나서 삶의 역량을 기르도록 하자는 게 혁신학교의 도입 취지였다.

 신체 동작 훈련이 필요한 초등 분야의 경우 ‘놀면서 배우는 행복한 초등학교’를 목표로 잡았다. 게임과 교육을 접목해 ‘구슬 굴려 선 표현하기, 모래위에 그림그리기(국어)’ 나 ‘위치 경험하기, 물건 짝짓기(수학)’ 등 말 그대로 놀면서 배운다. 여름이면 학교 안에 풀장 두 개를 만들어 물놀이를 하는 것도 ‘창의적 체험활동(창체)’의 일환이다.

 중학교에선 ‘함께 하는 경험으로 나를 찾기’가 목표. 지역사회중심의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세상 밖 경험이 주를 이룬다. ‘길에서 만나는 간판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기(1학년 환경과 미술)’, ‘단정한 용모 가꾸고 미용분야 직업 알기(2학년 진로와 직업)’, ‘사고 싶은 물품의 가격 계산하기(3학년 수학)’ 주제중심 프로젝트로 반영됐다.
 
▲‘교사·실무사’ 협력 ‘교육·지원’ 양 날개

 고등학교 과정에서도 체험활동은 빠지지 않는다. ‘신나는 체험! 꿈꾸는 자립’을 목표로 ‘바리스타 체험하기’와 같이 진로중점 프로그램과 ‘대중교통 이용하기’ ‘지역사회 상점 이용하기’ 등 직업생활을 위한 일상생활 훈련 등이다.

 또 선광학교에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특색교육으로서 ‘파크골프’를 활성화 하고 있다. 선광학교 내 잔디밭을 활용해 연습경기장을 조성했고, 체육시간과 동아리 시간을 활용해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 일반 골프의 축소판인 파크골프는 특히 장애학생들에게 접근성이 좋아 신체균형뿐 아니라 집중력과 성취감 등 심리효과가 크다.

 이러한 체험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건 교사와 보조교사들(실무사·사회복무요원) 간의 협업이 덕분이다. 사전 조율을 통해 안전한 교육여건을 조성하고,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학생들의 돌발행동, 문제행동에 대해 함께 대응한다. 그러려면 어떤 취지로, 어떤 교육과정이 수립됐는지 공유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필수다.

 광주선광학교 마소범 혁신부장은 “학교의 규모가 크다 보니 교원들 사이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교사와 공무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공동체 연수를 진행하고, 공무직원 선생님들께도 ‘혁신의 철학’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선광학교는 현재 교사 91명과 실무사 등 공무직원 50여 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일반 학교에 비해 절대적으로 더 많은 보조 인력이 필요하다는 특수성이 있어 공무직원의 비율이 높다.

 일반 혁신학교에서처럼 장애학생 보조에도 손이 바쁜 특수실무사와 행정업무 분담을 요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함께 공동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는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마 부장은 “교원 공동체 문화가 생겨나면서 무엇이 아이들을 위해 최선일까를 함께 고민하게 됐다”며 “민주적인 소통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의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광주 선광학교 내 위치한 학교기업 ‘민들레꿈터’.|||||
 
▲학교기업 ‘민들레카페’ 역할 톡톡

 또 선광학교 내에 학교기업인 ‘민들레카페’가 운영되면서 지역사회와의 접점도 넓어졌다. 민들레카페는 실제 기업 영업장이자 교육기관으로서 두 가지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공과에 입학한 학생들이 취업 전 이곳 카페에서 실습을 경험하며, 손님들과 만난다. 전교생이 음료주문, 직업체험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 공간이기도 하다.

 선광학교 전공과 학생인 박서연 씨는 민들레카페에서의 경험을 살려 올해 스타벅스 채용에 1차 서류 합격했다. 그는 “민들레카페에서 실제 카페와 다름없이 음료를 만들고 손님들과 대화하는 게 보람 있다”며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들레카페는 특히 교사들이 모여 수업을 고민하고, 인근의 이웃들이 모여 수다를 떨 수 있는 편안한 커뮤니티 공간이어서 인기가 좋다. 카페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장학금 적립, 수학여행비 지원 등 학교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민들레카페가 위치한 민들레꿈터는 선광학교에서 교육부 공모사업에 뽑혀 2012년 9월 문을 연 광주·전남 지역의 첫 특수학교 학교기업이다. 초·중·고·전공과 과정의 학생 300여명이 생활도자기와 꽃을 심은 화분, 손으로 만든 천연 비누 등을 만드는 작업장도 있다.

 선광학교는 “처음 카페가 학교에 들어서서 출입구가 아파트 쪽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은 분들이 카페를 잘 이용하시고 좋은 후기도 인터넷에 올려주고 계신다”면서 “학생들뿐 아니라 주민까지 학교를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라고 전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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