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교사 성비위 고발과 관련


▲ 황법량 활동가
▲사건의 개요와 주요 논점

광주의 중학교 윤리교사 배이상헌 교사는 성윤리 수업 중의 발언과 수업자료로 활용한 영상에 대한 민원을 이유로 2019년 7월 24일 직위해제 처분을 받았다.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사건을 ‘성비위 사건’으로 규정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광주시교육청이 문제 삼은 발언에 대해 배이상헌 교사는 정확한 표현도 다르고 그런 종류의 의견들을 비판적으로 소개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설명했다. 또한 광주교육청이 문제로 여긴 ‘억압받는 다수’라는 단편영화는 성차별 현상을 고발하는 영화이며 성평등 수업의 일환임을 밝혔다. ‘억압받는 다수’에 대한 광주시교육청의 성비위 규정은 광주를 넘어 한국교육의 논란이 되었다.

이 사건을 두고 인권운동, 여성운동 일각에서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이유로 배이상헌 교사의 구명활동을 규탄했으며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은 성평등 교육이 아니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은 성평등 교육이고 이에 대한 성비위 규정은 성평등 교육에 대한 탄압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광주시교육청을 비판했다.

이 사건에 대한 광주시교육청 처분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직위해제와 경찰수사의뢰’ 조치가 있기까지 해당 교사의 변론이 진지하게 고려된 의사결정이 없었다는 점, 학내자치기구인 성희롱·성고충 심의위원회에서 성비위가 아니라고 결정한 점 등을 이유로 광주교육청의 처분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광주교육청 일부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직위해제’는 징계조치가 아니며 광주교육청은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신고에 따라 행정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맞대응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시민사회 일각에서 아쉬운 점은 있겠으나 광주교육청의 처분은 절차적으로 크게 부당한 점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중심주의 담론과 광주교육청의 강력한 매뉴얼은 그동안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묻어왔던 한국사회와 학교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민사회 일각의 주장 또한 배이상헌 교사의 경우처럼 부당해 보이는 처분을 받거나 잘못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받은 교사들의 고통에 대한 응답이다. 피해자의 고통과 다른 피해자의 고통이 충돌하는 지금의 이 난제는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중대한 과제일 것이다.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의 역할

이러한 난제 앞에서 ‘피해자’를 내세우는 지금의 운동과 담론이 과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이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좋은 사회, 정의로운 사회란 차별이 없는 사회, 약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사회인 것이지 약자가 곧 정의인 사회가 아니다.

그렇게 본다면 사회운동이란 ‘약자가 세계를 책임질 수 있는 주인으로 거듭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운동, 인권운동 일각에서 주장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와 ‘안전한 환경 조성’이라는 주장은 옳은 주장이지만 한편으로 위와 같은 관점에서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시각에서 나는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학생운동과 그에 따른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건의 중요 당사자인 교사집단의 경우 나름대로 입장과 관점이 보이고 어쨌든 그것을 만들어갈 조직이 있지만, 학생의 경우 그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난제는 학생이 교사와 대등한 주체로 거듭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은 어떤 학생에게는 충분히 불편한 것이었을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 잘못된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학생은 그 자리에서 혹은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을 비판하고 책임 있는 논박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에게 교사를 비판할 자유는 보장되어 있지 않고, 한국의 교육제도는 그런 이견을 수용할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배이상헌 교사가 학생의 비판을 수용할만한 신념을 가진 것과 별개로 학생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

한국학교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에 대해 학생이 할 수 있는 대처는 양극단이다. 참든지 아니면 해당 교사를 성비위자로 고발하든지이다. 이런 극단은 오히려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일상적인 차별과 폭력에 대해 침묵하게 만든다. 다른 한편 억울한 처분을 받는 교사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런 극단은 학생을 주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의 피보호자로 머물게 만든다.

청소년은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한 존재라는 점에서 보호와 조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은 이민을 온 외국인, 기업에 취직한 신입사원, 군대에 입대한 신입병사, 면허를 취득한 초보운전자 등 어떤 시스템에 진입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과 같은 기준과 목표로 운영되어야 한다.

‘인권은 교문 앞에서 멈추는’ 현실이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 것처럼 그에 대한 현재의 보호 및 구제조치도 결국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 각자 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자!

이 사건이 드러낸 한국교육의 모순은 학생운동의 역할을 요청한다. 더 크게 보자면 청소년 시민운동의 역할을 요청하고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광주 그리고 전국의 수많은 초·중·고 학생회 임원, 청소년 활동가들에게 그 시대적 요청을 전하고자 한다. 지금 여러분은 학생·청소년 시민의 대표자, 옹호자로서 이 문제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광주의 학생의회, 어린이·청소년 의회는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수렴하고 제도개혁안을 도출하기 위한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치기구를 둘러싼 단체 및 대표자들은 각자의 관점과 입장을 제출하고 토론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청소년이 스스로의 세계를 책임질 수 있는 권력을 쟁취하라.

한편, 시민사회 전체에는 배이상헌 교사가 겪고 있는 불의를 해결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는 교실에서 온갖 성차별, 인권침해 발언과 폭력을 쏟아내는 수많은 교사들의 지배 아래 청소년기를 보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그랬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교육을 바꾸고자 노력해온 사람이, 그 노력의 과정을 이유로 처벌받고 있다. 양심과 지성을 갖춘 시민이라면 성차별주의자 교사들이 아무런 반성도 없이 학교현장에 남아있는 반면 그걸 바꿔보자고 몸부림쳤던 교사는 학교에서 쫓겨난 이 불의를 용납해선 안된다. 배이상헌 교사의 수업방법에 대한 토론은 그다음의 문제인 것이다.

광주교육의 현실, 한국교육의 현실은 ‘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
황법량<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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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요청으로 도덕교사 배이상헌을 둘러싼 수업중 성비위 논란 관련 기고를 싣습니다. 외부 기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본보는 이 주제에 대한 어떠한 주장과 반론에도 지면을 할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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