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 장벽 깨는 주문 “열려라, 회의테이블”
담임·비담임 “함께 만들어 가는 수업” 목표

▲ 지난 2일 열린 산정중학교 모든 교사들의 학년다모임.
 학교에서 교사들의 주된 활동 거점은 ‘교실’이고, 교사의 큰 역할은 ‘수업’에서 발휘된다는 말이 있다. 일면 교사들의 직업적 특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문장으로 읽힌다. 또한 이는 교사들에게 담보돼야 할 독립성과 자율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교실과 교실 사이 ‘넘을 수 없는 벽’을 짐작해볼 수 있다. 학급, 학년이라는 구분에 따라 단절과 불통이 비집고 들어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학년 군이 다르다면, 학교의 연례행사 외에는 얼굴을 맞댈 기회조차 쉽게 오지 않는다.

 이에 산정중학교(광주광역시 광산구 목련로 22번길 31)는 ‘학년다모임’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말 그대로 모든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유동적인 집합체다. 담임교사와 비담임 교사를 포함해 수업을 주재하는 모든 교사가 참여 대상. 한 달에 한 번 수업을 일찍 끝마치고 교사들만의 회의 테이블이 열리는 것이다.

 지난 2일 수요일 산정중 어학실에서는 어느덧 월례 회의로 자리 잡은 ‘학년다모임’이 진행됐다. 학생들이 하교한 뒤 교사들은 오롯이 다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시간을 비운 터였다. 회의를 위해 마련된 세 개의 테이블에 교사들이 1, 2, 3학년 학년별로 모여 앉았다.

 회의의 주제는 크게 세 개로 나뉘었다. 지난달에 있었던 ‘학부모-학생-교사 워크숍’ 결과 공유와 반영 방안 논의에 이어 ‘수업 진행이 어려운 학급의 문제 찾기와 함께 해결방안 모색’, 그리고 ‘각 학년 프로젝트 진행 상황 점검 및 추진 계획’ 순이었다.

 교사들은 먼저 지난 워크숍을 돌아보며 ‘학생-교사’ ‘교사-학부모’ 소통을 위해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나눴다. 1학년 테이블에선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 “어떻게 하면 잘 들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수업 31시간 맞춰 ‘다모임’ 등 회의 문화↑
 
 2학년 교사들은 학부모들과의 소통 문제를 고민하며, “가정통신문 전달이 잘 안 되고 있는 점”을 상기했다. 이에 “온라인 정보 공유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했다. 3학년 테이블에선 주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학생-학부모’ 관계 개선이 다른 관계 개선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학교의 역할을 고민했다.

 이밖에도 이날 다모임에서는 ‘학교에서의 핸드폰 사용 문제’ ‘교복과 생활복, 유지 대 폐지’ 토론을 열띠게 진행하며, 의견을 좁혀갔다. 이어서 학년별로 수업의 상황을 살펴보고, 집중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학급을 정해 문제점 개선을 위해 모두 같이 단합했다. 마지막으로 1학년 프로젝트(배움에 집중하기), 2학년 프로젝트(뮤지컬로 표현하는 더불어사는 즐거움), 3학년 프로젝트(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진행상황을 각각 점검하고 공유했다.

지난 2일 열린 산정중학교 모든 교사들의 학년다모임.|||||

 학년다모임은 회의구조이면서 수업과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학습공동체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학교라는 커다란 유기체를 움직이는 공동의 운영주체기도 하다.

 “학년다모임을 통해 모든 교사들은 ‘공동체’의 일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혼자하기 힘든 공통의 주제를 논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해답을 찾아가는 경험이지요. 협동해 움직일 때 더 큰 힘이 발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정중 현병순 혁신부장은 학년다모임이 학년 별로 나뉘는 행정적 단위를 넘어서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교사들은 서로의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눌 기회가 적었습니다. 수련회나 체육대회처럼 학교의 행사를 함께 치르는 것 이외에는 학년단위의 교육과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던 때였죠. 학년다모임을 하고 부턴 ‘통제’를 위한 학년 단위가 아닌 교류와 소통의 기준점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정중이 학년다모임을 본격적으로 정례화 시킨 건 2학기부터다. 작년까지 다모임은 불규칙적으로 진행됐지만, 체계화될 필요를 느꼈고 ‘월 1회’로 정착됐다.

 “다모임은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다모임 회의를 위해 학년별, 부서별로 모이고 소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다모임 회의에서 할 말이 풍성해 지고, 다양한 의견을 보탤 수 있거든요. 협의하는 문화는 수업의 변화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교육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함께 협의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수업의 질을 고민하기 시작한 겁니다.”
 
▲학년 프로젝트·학습공동체·회의 구조 함께
 
 다모임은 특히 학년 중심의 ‘작은학교 체제’를 학교 단위로 확대하는 데 이정표로서 역할을 했다. 산정중은 빛고을 혁신학교로 지정된 2014년부터 학년중심체제로 운영돼 왔다.

 “학교의 규모가 클수록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관료적이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학년 단위로 쪼개 학년 중심(작은학교) 체제를 도입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의 도약도 필요했어요. 학년과 학년이 단절돼 있는 이상 공통의 목표를 공유해 전진해나가는데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산정중은 고정적인 학년다모임 시간 확보를 위해서 ‘수업시수 다이어트’를 실시했다. 회의 역시 수업만큼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내린 결단이었다.

 “수업 이외에도 다양한 업무로 바쁜 교사들이 모두 같은 시간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빠듯하다는 상황을 고려해 수업시수를 33시간에서 31시간으로 줄였습니다. 창의적체험활동 시간 등 시간표를 세밀하게 조율해 교육부가 정한 시수를 맞추면서 여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처음엔 모두가 참여하는 ‘회의 문화’가 낯설었던 교사들도 차츰 긍정적인 효과를 체감하게 됐다.

 산정중 김혜원 1학년 부장은 “회의에 대해 불편해하던 선생님들도 건의사항이나 고민거리들이 함께 모여 해결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취지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따라주시고 있다”면서 “다모임 외에도 자주 모여 회의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담임뿐 아니라 비담임 교사도 수업의 주체인 만큼 함께 공동책임으로 회의에 임하고 머리를 맞대 의견을 나눔으로써 해결점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모임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산정중학교는 2010년 3월1일 개교했으며, 현재 716명(남 370명, 여 346명)이 재학 중이고 교원수는 52명으로 파악된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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