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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중-치평중 통합 5개월 파동이 남긴 것
광주시교육청 당사자 배제 일방 행정 갈등 키워
재발 방지 위해 `통합 매뉴얼’ 제대로 만들어야
김우리 ur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9-11-08 06:05:01
▲ 지난 7월 상무중 학부모들이 광주시교육청의 학교 통폐합 방침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이 진로체험센터 등을 설립을 명목으로 추진해 온 ‘상무중·치평중 통폐합’이 결국 학부모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다시는 이런 식의 일방적인 통폐합 추진 행정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5개월 간 교육청의 통폐합 추진 계획에 끌려 다녀 너덜너덜해졌다”는 상무중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통폐합 무산이) 다행이라기보다는 또 언제 ‘폐교’ 이야기가 나올지 몰라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처음 통폐합 논의가 나온 2년 전과 유사한 상황이 재현된 탓에 상무중 학부모들은 “통폐합 계획이 무산으로 사태가 종결돼선 안된다”면서 “통폐합 대상지 선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충분한 여론수렴 절차가 반영된 ‘매뉴얼’ 제작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폐교 대상으로 지목된 학교의 관련자들의 사태 ‘재발’ 우려가 큰데, 지역 교육계에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적정규모학교 조성이 불가피하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안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학부모들 “행정기관은 몰아붙이기만”

 단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학교통폐합은 단순히 ARS 투표나 수개월짜리 임시적 논의기구를 통해 가능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며 “충분한 시간(연도별 계획)과 사회적 공감대(2/3 이상 찬성)를 얻는 과정과 절차가 필수”라며 적정규모학교 조성 매뉴얼 제작을 촉구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 양측 모두 “광주시교육청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 없이 학교 통폐합을 선전포고 하듯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2년 전에도 여론 수렴이 미진한 상태에서 학교 통폐합을 추진해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럼에도 올해 또 학교 구성원들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통폐합을 추진하려다 반대 여론에 부딪혀 좌초됐다. 2년 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이번에도 광주시교육청은 학교 통폐합의 근거로 ‘적정규모학교 육성’이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학생수 감소에 따라 소규모 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상무중과 치평중을 통합해 적정규모학교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같은 ‘상무중 사태’는 학부모들에게 “이제 교육청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을 가중시켰다. “학생 수 감소는 대부분 학교의 공통된 문제인데, 왜 하필 우리학교가 폐교 대상인가”라는 물음에 교육청이 합당한 근거를 대지 못한 탓이다.

 게다가 학교 통폐합의 이유가 ‘SOC 시설 유치에 있다’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신을 키웠다. 학교 통폐합 계획을 발표한 지난 5월 광주시교육청은 서구청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진로체험 시설과 공공도서관, 커뮤니티 공간을 갖춘 SOC 복합문화센터 건립 방안을 내놓았다.

 당시 사업부지로 검토된 곳이 상무중과 치평중 통합 후 폐교 부지다. 치평중보다 학교 건물이 오래됐고 신입생 수가 더 적은 탓에 상무중이 폐교 대상지로 거론됐다. 상무중은 1985년 개교해 현재 13학급으로 운영되고 있고, 1991년 3월 개교한 치평중은 24학급 가운데 15학급이 운영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4~5년’걸친 매뉴얼 관심

 교육청은 2년 전엔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상무중과 치평중 통폐합을 추진했는데, 올해는 300억 원 규모의 진로체험센터 설립을 들고 나왔다.

 5월 말 뒤늦게 소식을 접한 상무중 학부모들은 학교에 항의했고, 그제야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통해 안내 문자를 보냈다.

 학부모들은 곧장 “물밑에서 추진하는 ‘밀실 행정’을 막아내야 한다”며 ‘상무중 통폐합 반대 대책위’를 꾸렸고, 교육청 앞 시위 및 기자회견도 이어갔다.

 폐교 부지에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 SOC 시설 설립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행동했다. 이곳 주민자치회 등은 학교 주변에 ‘학교 통폐합에 적극 찬성한다’는 현수막을 다수 내걸었다.

 학교 통폐합 문제가 주민 갈등으로 번져갔지만, 교육청과 서구청의 중재나 협의과정은 미진했다. 반발을 의식한 시교육청이 ‘사회적 논의기구’를 꾸려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6월 교육청 주관으로 상무중, 치평중 학부모와 관계자들을 비롯해 지역주민, 시의원 등이 참여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꾸려지긴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교육청은 논의기구 이름을 학교 통폐합을 전제로 한 ‘통폐합 추진위’로 지었다가 반발이 일자 다시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이름으로 되돌리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일련의 과정이 ‘통폐합’에 방점이 찍힌 시나리오가 아닌가” 하는 의심은 커져 갔다. 이에 지난 7월 상무중 학부모들은 ‘서울특별시교육청 적정규모학교 육성 업무매뉴얼(2018년 10월 발간)’을 입수해 공개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교육부는 적정규모학교 육성에 대해 권고만 하고 있을 뿐 학교 통폐합과 관련한 기준과 절차를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서울시 매뉴얼에 의하면, 학교 통폐합은 4~5년의 과정을 거쳐 천천히 단계적으로 진행하도록 돼 있다. 상무중·치평중의 경우와 같이 대상학교를 선정할 때도 사전의견수렴, 인근학교 환경과 여건 등 철저한 사전조사를 통해 최장 1년 정도의 기간을 검토한 후 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교육청이 ‘적정규모학교’라고 보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는 적정규모학교를 도시학교의 경우 전교생 200명 이하를 기준으로 보고 있는데, 상무중(281명)과 치평중(338명)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
상무중 통폐합 반대 밴드 화면.
 
▲근거·절차 합당한 ‘매뉴얼’ 시급

 애초에 통폐합에 대한 기준과 절차가 미흡했던 ‘상무중 사태’는 결국 단 한 번의 학부모 ARS 투표로 일단락 됐다.

 광주시교육청은 31일 두 중학교 학부모를 상대로 자동응답시스템을 통해 설문 조사한 결과 찬성률이 과반에 못 미쳐 ‘상무중·치평중학교 적정규모학교육성 계획’을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24∼30일 이뤄졌으며 투표율은 상무중 89.7%, 치평중 92.9%였다. 시는 ARS 설문조사를 통해 상무중·치평중학교 학부모의 각각 50% 이상이 찬성하면 재구조화(통합)를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찬성률이 50%를 넘지 못했다.

 설문조사를 이틀 앞두고 장휘국 교육감, 서대석 서구청장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통폐합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지만, 학부모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이에 서구는 108억 원을 투입해 통합 부지에 지으려던 복합문화센터 건립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이 추진하던 300억원 규모의 4차 산업혁명 진로체험센터는 다른 장소를 찾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상무중 사태 이후 아직까지 확인된 학교 통폐합 논의는 없지만, 상무중 학부모들과 지역 교육계는 또 다른 사태의 재발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각 자치구별로 SOC 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일선 학교 부지를 사업 대상지로서 염두에 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다른 학교 통폐합 논의는 이뤄지고 있는 곳이 없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사업 추진에 따른 다음 단계로 학교 통폐합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학령인구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미리 적정규모학교 운영 계획에 대한 적합한 절차를 마련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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