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11개 초등 공사로 돌봄교실·방과후 중단
교육단체·학부모들 “시교육청, ‘무대책’에 혼란”

▲ 광주지역 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서 방학 중 석면공사로 인한 ‘돌봄공백’ 해결을 촉구하며 해당 학교 학부모들과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등이 12일 광주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광주지역 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서 방학 중 석면공사로 인한 ‘돌봄공백’이 발생해 속을 끓이던 학부모들이 광주시교육청에 ‘돌봄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학부모들은 12일 광주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달 후 있을 석면공사 기간 동안 방치될 아이들을 위해 교육청과 학교가 현실적인 돌봄 계획을 하루속히 세워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번 겨울방학에 석면해체 또는 제거 공사가 진행돼 돌봄공백이 발생하는 곳은 광주효덕·마지·매곡·문산·미산·송정중앙·송정·운남·월계·일곡·정암초등학교 및 병설유치원 11곳이다.

▲“뒤늦게 지역아동센터 연계…현실적 한계”

학교석면관리 매뉴얼(2017년 10월, 교육부)에 따르면 석면제거 공사장에는 작업자 이외의 출입을 금지하고 학생이나 교직원이 생활하는 공간과 격리하도록 되어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석면공사 대상지 학교의 학부모 3명과 지난 10월 같은 문제를 제기했던 단체 학벌없는사회를위한 시민모임, 그리고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가 함께했다.

단체와 학부모들은 “석면공사로 인한 ‘돌봄교실·방과후학교 중단’을 통보받은 지난 10월에도 대책을 촉구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학부모들에게는 직접 와 닿는 문제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기에 생업을 뒤로하고 이 자리에 모였다”고 기자회견의 배경을 설명했다.

초등학교 2학년, 병설유치원 원아생 두 자매의 아버지는 “현재 아내가 대책을 알아보고 있는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화가 나고 답답한 마음에 이 자리에 참석했다”면서 “지역아동센터를 알아봐도 정원이 찼다고 하고, 기존에 다니던 어린이집은 ‘받아 줄 수 있지만, 2개월만 다니는 것은 숨겨야 한다’며 배타적인 태도여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학벌없는사회 문제 제기 이후 일부 학교에선 인근의 지역아동센터 연락처를 안내하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는데, 단체가 해당 센터로 연락을 한 결과 대부분 정원 초과·원거리 등의 이유로 이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지역 초등학교·병설유치원에서 방학 중 석면공사로 인한 ‘돌봄공백’ 해결을 촉구하며 해당 학교 학부모들과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등이 12일 광주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뒤늦게 마련한 임시방편조차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어서 교육당국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인 것.

그러면서 학부모는 “석면공사 소식은 좋은 일이지만, 한 교실에 절반에 달하는 돌봄 대상자 부모들은 대부분 맞벌이 부부로 돌봄이 필요한 가정이라 두 달 간 육아휴직을 하거나 일을 중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퇴근 후에도 겨울방학이 걱정돼 부부끼리 얼굴을 붉히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교육행정이 나서줘야 할 일을 학부모 개개인이 감당키엔 너무 버겁다”고 대책을 촉구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준비해 온 ‘석면공사로 인한 돌봄공백에 대한 학부모 입장문’을 통해 “2027년까지 계획된 석면공사에서 왜 ‘돌봄’의 문제는 도외시되는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는 문제임을 왜 인지하지 못하나? 돌봄은 일부의 문제일 뿐이어서 대책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의 답을 요구했다.

이 학부모는 “광주시교육청 메니페스토 공약에는 ‘보편적 교육복지 분야에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협력적 돌봄체제 강화 사업’이 있다”며 “공사를 두 달 여 앞둔 시점에서 학교가 공문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안내하는 것 정도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협력적 돌봄체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교도 순차적 발생, 대책 마련 시급”

또한 학부모는 “올해 상반기 공약사업 시민평가단 심의의견 사업부서 검토결과를 보면 ‘석면공사에 대한 학부모 불만 요소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민평가단의 의견이 있고, ‘협력적 돌봄체제 강화 사업’이 메니페스토 공약 중 하나임에도 사업부서는 사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배우고 느끼는 행복한 광주교육이 되려면 무상급식과 같은 가시적인 사업뿐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고민에 귀 기울이고 해결해 가는 노력도 꼭 필요하다”며 교육청의 성의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참학 광주지부와 학벌없는사회도 기자회견문을 통해 “광주시교육청과 학교는 인근 학교나 유휴공간, 작은도서관, 주민자치센터, 종교시설, 복지회관 등 학교 인근 범위 내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 초등학교에서 석면공사와 관련해 학부모들에게 발송한 가정통신문.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제공>

단체들은 또 “석면공사 대상 초등학교·병설유치원은 초등 돌봄교실, 유치원 방과후과정에 대한 희망조사(수요조사)를 실시해 대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바로 이어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들이 해명에 나섰다.

광주시교육청 이강수 초등교육과장은 “학부모님들 말씀대로 사전 협의를 거쳤더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그동안 아예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고 학부모님들 바람과 다소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초등돌봄교실은 교육부 소관이고, 지역아동센터 돌봄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서 센터 연계를 위해 5개 지자체에 협조를 구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광주시는 지역아동센터의 ‘정원 내 수용’을 언급해 결과적으로 연계가 쉽지 않았다”는 것.

이어 이 초등교육과장은 “오늘(12일) 점심 해당 학교 11명의 교장과 간담회를 같고 학교의 상황 파악(수요조사)과 더불어 학교 연계, 대안 마련 등 교육청이 지원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예산 등을 지원해 겨울방학 전까지 해결책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다가올 겨울방학 돌봄공백 대안 마련은 물론이고 앞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다른 학교에서의 석면공사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학교 석면공사에 따른 교육대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각 학교에 ‘유휴공간·종교시설·복지시설’ 등 마을의 공간자원 활용을 권고 하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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