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없는사회 10개 학교 지필평가 분석 결과
“어플 활용시 참고서 특정 가능…공정성 침해”

▲ 광주시교육청 전경.
광주지역 고등학교에서 수학 문제 출제시 특정 참고서·사설 문제지에서 그대로 따오거나 숫자·수식만 일부 수정하는 식으로 베낀 곳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는 학생들이 특정 앱을 활용하면 이같은 교사들의 출제가 어느 참고서를 기본삼았는지 알 수 있어 “특정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다량 구매해 단순 암기하는 방식으로 대비할 수 있어 성적 관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깨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해졌다.

이같은 결과는 광주지역 한 시민단체가 광주시 관내 일부 일반고 지필평가의 수학 시험지를 분석해 밝혀낸 것으로, 이 단체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인 실태를 밝히고 지필평가 특정 문항 검색을 통해 해당 참고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음을 어플리케이션 시연을 통해 증명할 계획이다.

▲문항 70%, 많게는 100% 베낀 곳도

18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10개 학교의 최근 35개 지필평가 수학과목 시험 문제를 조사한 결과 문항 대부분이 주로 참고서, 사설 문제지, 모의고사 등에서 그대로 전재 되거나 일부(숫자·수식)만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행위는 총 문항 중 적게는 70%부터 많게는 100%를 베낀 곳도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인공지능기술이 적용된 어플리케이션을 가동하면 출제 원본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문항을 촬영해서 검색하면 출판사 및 참고서의 이름, 풀이 과정, 정답 등 정보를 족집게처럼 보여준다는 것.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해당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교사가 주로 참조한 특정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다량 구매해 단순 암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이다. “이는 수학 과목의 평가 취지가 무력화되는 것은 물론, 학교 교육이 결국 사교육을 모방하는 데 그치게 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모임은 “대학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소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를 창조적으로 출제하기 힘든 수학 교사들의 고충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특정(1개) 참고서에서만 문제를 그대로 베끼는 행태를 보이는 경우 사교육을 조장함은 물론 수학 과목을 주입식 암기 과목으로 변질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수많은 참고서를 문제은행처럼 활용해 시험문제를 출제한 경우에도 과도한 학습 노동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다양한 유형 암기 및 학습 강도를 기반으로 수학 학업의 결실을 얻도록 채찍질하는 일이 과연 수학 과목의 본질에 적합한 것일까?”하는 우려를 전제로 한 것이다.

▲“광주시교육청 감독 부실 고발 검토”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광주시교육청의 관리 책임도 거론했다.

시민모임은 “광주지역에서는 2016년 S여고 성적 조작, 2018년 D고교 시험지 유출, 2019년 K고교 성적우수자 몰아주기 등 학업 성적 관리·평가와 관련한 문제들이 있었다”면서 “이때마다 시교육청은 ‘사립학교의 시험 관리를 통제하기 어려웠다’는 식으로 감독 범위 바깥에 있는 몇몇 학교의 문제인 것처럼 변명하며 성적관리 책임을 회피해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립·공립·사립 구분할 것 없이 광주시 관내 대다수 일반고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면서 “(우리 단체는)위와 같은 총체적인 학업성적관리 및 평가 부조리를 반교육적인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이 사건 책임자인 광주시교육청 및 학교 관계자를 형사·행정적으로 처벌하도록 요구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광주 관내 고교 지필평가, 참고서 베끼기 실태 고발 기자회견’은 19일 오전 10시 광주시교육청 1층 홍보관에서 열린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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