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마복싱·무에타이체육관의 하루

▲ 왼쪽부터 아들 경호 ·아빠 문채환·딸 서영이.

 광양시 중동 남양파크 맞은 편 김밥천국 2층.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과 차들 사이로 라운드벨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10년 전부터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중마복싱·무에타이체육관(관장 유한경)이다.

 체육관을 들어서니 벽에 붙어 있는 빛바랜 사진들과 창틀 가득 자리 잡은 트로피들, 체육관 가득 밴 땀 냄새가 지난 영광을 말해준다. 관원들은 아마추어 경기에 맞춘 라운드벨 소리에 따라 운동을 하고 있고 링 위에서는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김승현(21) 씨는 “처음에 운동할 때는 얼마나 힘든지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며 “특히 저 2분마다 울리는 라운드벨 소리는 무서울 정도로 싫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옥같이 긴 시간도 가기마련. 링 위에 올라가 그 시간을 몸으로 직접 체험하다보면 한 방울 땀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고 한다.

 사각의 링 위에 올라가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삶의 진정성. 이 곳 체육관에는 오늘도 지옥 같은 2분을 체감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다. 경찰관이 꿈인 학생, 다이어트를 성공하고 싶은 부자, 군대 휴가를 나온 제자까지.

 김 씨는 “군대에서 관장님이 가장 보고 싶었다”며 “철없던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고 말했다. 어릴 적 사고를 치면 아버지가 아닌 관장한테 가장 먼저 전화를 했다는 그는 스무 살이 되고 술도 관장에게 배웠다고 한다.

 유한경 관장은 “땀에 흠뻑 젖어가며 부딪히고 또 부딪히니 자식 같지 않은 관원들이 없다”며 “복싱을 시작했던 목적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목표는 다 같다. 체육관에서 복싱을 하며 시대와 타협하지 않으려는 그 강렬한 눈빛이 좋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아버지 같고 친구 같은 관장 때문에 체육관을 관두지 못하는 문채환(48)·서영(16)·경호(14) 가족도 있다. 서영양·경호군은 “처음에는 시합에 나가서도 때리면 아프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며 “복싱을 하고나서 자신감이 많이 생겨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생겼다”고 관장님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아버지 문채환 씨는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복싱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아이들과 가까워진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정직한 땀의 의미를 알고 복싱에 매료된 사람들. 시대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바쳐 체육관을 지켜온 유한경 관장. 링 위에 설 때가 가장 정직하고 치열한 시간 인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의 2분은 오늘도 멈추지 않고 흐른다.

광양뉴스=정아람 webmaster@gy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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