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남일당 이야기’가 개막작인 이유

 광주에서 처음으로 `여성영화제’가 열린다. 오는 19일부터 3일간 제1회 광주여성영화제가 광주영상복합문화관 G시네마에서 열린다. `여성’이라는 열쇳말로 세상을 돌아보는 시간이겠다. 영화제에 앞서 영화제를 준비하기까지 여러 이야기들과 여성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다. 3회에 걸쳐 `광주여성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편집자 주>

 카메라가 담아내는 세상이 좋아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3년 전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무료로 영상 만드는 것을 배우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웠던 아줌마 5명은 시간 날 때마다 영상작업을 해보자며 의기투합했다. 영상창작단 `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게 2009년 2월의 일이다.

 살림하고 아이 키우느라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참 많이도 되살아났다. 아니 세상을 다시금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는 말이 더 맞을 거다.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은 눈물이 쏟아질 만큼 아프고 안타깝고 외롭고 서러운 것들이 많았다. 영상으로 옮겨놓으니 신기하게도 어느새 그들도, 우리들도 다 같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만이 아니라 광주의 더 많은 여성들이 함께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영화제를 열어보자며 또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 있으니 그게 바로 제 1회 광주여성영화제다. 오는 19일부터 3일간 광주영상복합문화관 G시네마에서 `나, 여기 있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여성의 삶을 다룬 국내외 작품 20여 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으로는 용산참사, 그 후 1년여의 투쟁을 다룬 오두희 감독의 `23×371일 - 용산 남일당 이야기’가 선정됐다.

 200개가 넘는 테이프를 재편집하고 인터뷰를 하나하나 녹취해 완성한 이 기록은 제2회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최우수 한국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오두희 감독은 이 다큐를 통해 사람이 죽어야만 겨우 바라봐 주는 세상의 무관심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영화는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평범한 여성들이 371일간의 투쟁을 통해 어떻게 변하는지, 그 참담한 상황을 어떻게 버텨 나가는지 고스란히 담아냈다.

 서울시 용산구에 들이닥친 개발바람은 그곳에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세입자들을 거리로 내몬다. 그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짓고 올랐다. 하지만 공권력 폭력 진압으로 철거민 5명, 특공대원 1명이 희생된 `용삼참사’가 벌어진다.

 60대가 반이 넘는 이 여성들은 삶의 터전은 뺏겼지만, 동지를 얻고 투쟁을 배웠다고 말한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어요. 달라진 건 우리를 투사로 만들었다는 것 그거 하나 달라진 거예요.”

 오래도록 마음을 먹먹하게 했던 말이다.

 “내 이웃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이 싸움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30년 세월, 투쟁의 현장을 누비며 살았다는 오두희 감독.

 여성감독의 촘촘한 시선은 그 힘겨운 싸움에서도 그들이 서로를 끌어안고 다독이며 어떻게 하나가 되어가는 지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23×371일 - 용산 남일당 이야기’

 이것이 광주여성영화제가 개막작으로 선정한 가장 큰 이유다.

최순영 <광주여성영화제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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