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청소년 특별전·일요일엔 여성들의 삶 다룬 4편

▲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

 이런 게 사랑이구나, 하고 난생 처음으로 느꼈다. 26살 때였다. 얼굴에서 빛이 났고,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터졌다. 한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고, 그 한 사람 때문에 태어난 것 같았다.

 처음으로 함께 본 영화가 ‘보디가드’였다. 날 위한 영화였다. 그땐 그랬다.

 그리고 십몇 년이 지났다. 이젠 혼자서도 영화를 잘 본다. 몇년 전 봤던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과 ‘밤과 낮’은 보면서 내내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십몇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날 위한 영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사실인데도 나는 늘 그게 고맙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상처받고 위로받고 희망을 발견하며 거기 그 영화 속에서 살아간다.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던 상황이 어떤 영화를 보면서 비로소 확인 된 적도 있다.

 영화 한편으로 인생이 완벽하게 정리된 느낌.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 20여 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광주여성영화제는 기막힌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러닝타임 2시간짜리 영화부터 8분짜리 영화까지 참으로 다양한.

 장편영화는 온 몸을 푹 담그듯 볼 수 있어 좋지만, 한 편당 길어야 40분을 넘지 않는 이번 단편영화들은 여러 가지 감동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있다.

 그 묘미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법.

 20일 토요일에는 청소년 특별전으로 ‘구경’ ‘사진 속 그녀’ ‘그 후…’가 상영된다.

 기껏 세 편 합해봐야 채 50분도 되지 않지만, 드라마·코미디·다큐가 다 들어가 있다. 여러 영화를 두루 보면서 그 중에서 넋을 잃고 봤던 작품들만 선정했다.

 보고 나서도 할 말이 많을 듯했다.

 청춘들의 연애가 그럴 것이고, 성형의 유혹이 그럴 것이고, 밤길에서 오싹한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는 여성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씨네 강좌’도 만들었다.

 21일 일요일에는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소주제로 네 편의 단편영화를 상영한다.

 그 전날이 청소년을 위한 단편영화들이었다면, 일요일에는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영화들로 묶어봤다.

 이주여성들의 가슴 아픈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파마’와 이혼 후 10년, 딸의 결혼식에 갈 수 없는 엄마의 눈물이 서글픈 ‘외가’, 여성노동자의 삶과 노동현실의 역사가 희망차게 담겨있는 ‘효순씨, 윤경씨 노동자로 만나다’와 가족을 돌보느라 봄날을 다 보내버린 엄마의 고즈넉함이 묻어있는 ‘봄날의 약속’이 그것이다.

 날 위한 영화는 어떤 순간에서건 위로가 되어준다.

 이 네편의 영화도 그 누군가에게는 날 위한 영화가 돼주리라.

 영화 한 편으로 내 마음이 잠시라도 다독여지고, 눈물 닦고 하늘을 보고 싶게 하는 것.

 광주여성영화제가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다.

최순영 <광주여성영화제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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