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외계인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로맨스

 영화는 쿠바 남자와 한국 여자의 달콤하면서 쌉싸래한 로맨스의 여정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달라도 너무나 다르지만 서로와 함께라면 어디서에서든지 행복할 거라는 이 커플, 과연 그러할까? 둘은 그들의 새 보금자리가 될 곳을 결정하기 위해 쿠바와 한국을 비교해 나선다.

 먼저, 귀를 자극케 하는 흥겨운 음악과 춤, 그에 몸을 맡기는 사람들,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그리고 혁명의 땅. 이곳은 쿠바이다.

 당신들이 알고 있는 쿠바는 어떠한가? 위 단락의 수식어구와 단어들만으로래그려지는 낭만의 땅인가? 영화는 우리의 어슴푸레한 얕은 지식을 뚫고 쿠바의 진짜 삶 속으로 카메라를 던진다.

 일반 노동자가 2~3일을 꼬박 일해야 겨우 살 수 있는 칫솔. 외국으로 여행을 가거나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저 유토피아라고 자조하는 부부. 전화카드 한 장을 구입하려고 하루 종일 발품을 팔지만 결국 그도 살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다며 비효율적인 업무 행태와 국가에 대해 분노하는 여인.

 영화는 변질된 혁명의 결과로 곳곳이 상처로 곪아 터진 쿠바의 상처를 ‘이렇게 사실적이어도 되나’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가감 없이 비춰준다.

 또한,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며 허락 없이는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없는 쿠바의 사회를 보여주며 현재의 우리 사회와 닮아 있지는 않은지 비교해 볼 수 있는 팁도 다큐 속에 조심스레 숨겨 두었다.

 하늘에 닿을 기세로 쭉 뻗은 빌딩들 사이로 정신없이 달려가는 차들과 사람들, 풍족한 사회, 소비를 위해 소비를 하는 사람들. 남주인공의 시선으로 본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요지경 속이다.

 영화는 특정 종교와 이 커플을 바라보는 주위 눈을 통해 나와 다른 것은 틀린 것으로 규정지어 버리고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현 대한민국의 불편한 시선을 시원하게 꼬집어 내고 있다. 그런데 이는 혁명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쿠바식 사회주의와도 오묘하게 닮아 있다.

 어느 쪽이든 쉬운 결정이 될 수 없는 선택. 과연 이 외계인 커플의 보금자리는 어디로 결정되었을까? 모두가 가난하고 사방이 닫혀버렸지만 그 또한 춤과 음악으로 승화시키려는 쿠바? 혹은 바쁘고 정신없지만 풍족하고 기회가 많은 한국?

 이 커플을 통해 다시 보게 된 비슷하면서도 다른 쿠바와 한국의 이야기. 쿠바에 대한 환상, 외국인 커플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이들은 특히나 와서 보길 바란다. 당신들의 환상과 호기심을 제대로 산산조각내 줄 유쾌한 두 외계인의 핑크빛 로맨스 ‘쿠바의 연인’이 광주인권영화제에서 기다리고 있다. 신나라 <광주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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