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원 여민동락 이야기 ‘기적아닌 날은 없다’

 ‘목가적인 시골에서 농사나 지으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 좋겠다’는 꿈을 꾸는 도시민이 많다. 농촌(산이나 바닷가도 마찬가지이지만) 태생이 아니면 아닌 대로 환상을 가져서 그렇기도 하고. 고향이 촌(村)출신이면 회귀본능으로 그렇기도 하다. 광주는 특히 주변에 농촌이 많다. 본가 등 친인척이 살고 있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몇사람 건너 알게 된 시골 사는 지인이라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농촌의 삶이 어떠한지 짐작하고 있고 겪게 될 현실에 대해 겁이 나니 선뜻 꿈꾸는 바를 이뤄보겠다고 덤벼들지 못한다. 그런데 익히 이름이 꽤 알려진 한 사람이 본인 가족 뿐 아니라 지인 가족 몇과 함께 농촌마을로 들어가 10년을 살아내면서 뚝심있게 마을과 공동체, 복지와 교육에 대한 시도들을 하고 있어 관심이 높다. 지난 2월에 발간된 ‘기적 아닌 날은 없다’(강위원 저, 오월숲 : 2017)의 여민동락 이야기이다.

 “여민동락은 송편을 빚거나 협동농장을 운영하는 일도, 주민들의 마을살이를 방해하거나 농사를 놓지 않게 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쓴다. 어떻게 하면 관계를 파괴하지 않고, 지나치게 바쁘지 않고, 돈에 구속되지 않게 할까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마을안에서의 관계나 공동체에 본래부터 있었던 원형을 살려가도록 돕는 공동체 중심형 복지가 미래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82쪽)

 여민동락(與民同樂)은 모시송편으로 유명한 영광군 묘량면 한쪽에서 쉽지 않은 초기 정착기를 거쳐 지금의 사회적 협동조합을 꾸리며 살아내고 있는 일터공동체이다. 2007년 자리를 잡고 살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광주에서는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부터 이름이 났던 이가 대표일꾼으로 있어 아는 이들이 많은 듯 하지만, 사실 책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하면 새삼 진솔한 공동체의 속사정 이야기와 공동체를 꾸려온 과정을 알게 되어 놀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야기는 너무나 절절하고 대단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는 곧 공동체를 꾸려나가는 이들의 고백서이자 투쟁기이다.

 “왜 아름답고 소박한 것들은 모두 이문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 사라지고 마는지…차라리 ‘이문이 남지 않는 점빵’을 차리고 싶어졌다. 이문이 남지 않기 때문에 오래 갈 수 있는 그런 점빵 말이다. 이문은 남지 않아도, 마을을 키우고 사람과 사랑을 엮는 일이야말로 큰 이문이 남는 장사일 것이다. 이문이 남지 않아야 존재할 수 있고, 존재 자체로 마을을 이롭게 하는 일. 그 단순한 기쁨을 맛보고 있다.” (100쪽)

 여민동락공동체는 일종의 사회복지 활동을 하는 것으로 구분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분류도 적당한 것은 아니다. 마을과 공동체의 본래 성격을 염두에 두고 현재 상황에서 시작하여 길을 만들어 가다 보니 농사도 지으며 할매손 모시송편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이문 남지 않는 마을의 ‘동락점빵’도 운영하고 있다. 방역트럭을 운행하고 하고 이동장터나 마을학교를 열기도 한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지역아동센터 운영이나 폐교 위기의 묘량초등학교 살리기를 해내기도 했다.

 “사회적 경제의 튼튼한 마당은 본래 농촌이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나눔과 공유의 가치를 높이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람과 지역이 공생하는 세상! 우리들의 오래된 희망이자 도전이다. 지금 우리에게 국가는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실종됐다. 사회가 우울하다. 국민이 비탄에 빠져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마을에서 마을 사람과 함께 마을자치를 이뤄가며 우리들의 나라, 평민들의 공동체를 가꾸어야 한다. 동락점빵 협동조합의 길이 그렇다. 아주 작은 도전이지만, 농촌 주민들 스스로 이뤄가는 풀뿌리 자치의 텃밭이다. 마침내 이 텃밭은 협동하는 이웃고 함께 스스로 살피고 돕고 살리는 농촌마을 공동체의 드넓은 평야로 확장돼 나갈 보물이다.” (110쪽)

 이 기적 같은 여민동락의 이야기는 책을 손에 잡자마자 한순간에 읽혀진다. 한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는 각자 개인의 몫이기도 하지만, 함께함으로 가능한 것들도 있다. 한번 깊게 이야기를 나눠봄직 하리라. '기적 아닌 날‘을 날마다 살아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더 이상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갈 것인가“ 이런 질문들을 함께 나누며 이번 6월13일(화) 저녁7시30분에 동네책방 숨에서 여민동락의 대표일꾼 강위원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한다.

 “사람살이에 공식이란 없다. 뜻이 만나면 길을 열어갈 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맞춰 가는 것 말고 무슨 묘책이 있겠는가, 날마다 낮아지고 날마다 실패하며 나아가는 일이 공동체의 길이다. 동종교배공동체가 아니라 지역과 사회와 함께 하는 풀뿌리 마을공동체는 지긋한 기다림이 필수다. 사람 하는 일이 계획대로 척척 될 리 없고 마을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갈등과 분란 없이 쉽게 풀릴 수 없다. 크고 작은 희열과 상처를 품어 가면서 농익는 작품과도 같은 것이다.”(여는글에서)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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