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연극 ‘이웃에 살고~’ 광주 상연
“연극 준비하며 많이 울어 …
아직 세월호 참사는 현실이다”

▲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공연.
“자기는 티비도 안봐? 저 사람들 몇 억씩 받았데잖아. 10억인가? 그러니까 일 관둬도 상관 없지. 그런데 왜 지금까지 시끄럽게 하는지 몰라.”

“울 딸은 유언비어라고 하는데,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나? ‘세월호 유가족, 해도 해도 너무한 특별법 요구. 의사상자 진정, 대학 특례 입학, 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

“(카톡) ‘단식하는 사람, 딸이랑 같이 안 살다가 보상금 받으려고 괜히 오버하는 거임.’”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미수습자 가족들에게 3년간 쏟아지던 루머들이 무대 위에서 들려온다.

8명의 연극배우들은 모두 세월호 참사를 겪은 단원고 학생의 가족들이다.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엄마 7명은 3년 전 4월 자식을 잃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라는 식의 무성한 루머들과 싸우며, 깊어진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연극 무대에 올랐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탄생이다.

이들은 7일 광주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원작 류성, 각색·연출 김태현)’를 상연했다.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2015년 시작된 세월호 가족 대상 연극 치유프로그램을 계기로 2016년 창단한 극단. 첫 작품 ‘그와 그녀의 옷장’에 이어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는 두 번째 작품이다.

김태현 연출가는 “처음 세월호 가족들에게 ‘연극을 해보자’고 권유했을 때는 모두 손사레를 쳤지만, 코믹극 대본을 보시곤 잃어버렸던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면서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원작에 세월호 유가족을 한 세대로 넣어서 각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극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안산의 한 연립주택을 무대로 벌어지는 소동극이다.

부녀회장과 동네 주민, 직장 동료까지 온갖 소문과 루머로 세월호 유가족들 대하고 외면한다.

그러나 이 공동체에 전라도 시골서 김영광 할아버지가 이사온 후 분위기가 달라진다. 김 할아버지를 통해 이웃과 세월호 유가족이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가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유가족들이 들어왔던 모진 소리에 비하면 무대 위 대사들은 약과”라는 것이 김 연출가의 설명이다.

상연 직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유가족들은 “직접 들었던 날선 이야기들을 내 입을 통해 말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명임(수인 엄마)씨는 “지난 3개월간 극을 연습하면서도 많이 울고, 오늘도 무대 뒤에서 많이 울었다”며 “그래도 실생활에서는 도리어 많이 울지를 못하는데, 연극 무대 위에서나마 울 수 있는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사실 친정이 광주에 있지만, 오늘 광주에서 연극을 한다고는 말을 못했다”며 “친정에서도 ‘이제 지난 일이니 그만 하자’고 말하지만, 유가족들에게는 여전히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가족들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을 안아 위로했지만, 도리어 무력감이 찾아들었다”고 고백했다.

“지난 3년간 가족을 잃은 고통에 직면할 때마다 청와대의 무능함에 침을 뱉고 울분을 토해냈는데, 갑자기 분노의 대상이 사라지며 갈 곳을 잃었다”는 것.

이들은 “여전히 가족들이 왜 죽었는지 진실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속이 타들어가며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연극을 통해 유가족들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극중 공동체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김영광 할아버지’ 역을 맡았던 박유신(예진 엄마)씨는 “하루 아침에 유가족이 된 이후, 주변에서 ‘힘내라’고 위로하는 것까지도 진심으로 듣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아이를 잃은 유가족의 깊은 슬픔이 주변을 단절시켰던 것.

그러나 “연극을 통해 극중 유가족인 ‘신순애’를 위로하면서, 그제야 주변에서 건네던 따뜻한 손길이 모두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지영(순범 엄마)씨 역시 “3년간 도보 순례도 하고 시위도 해보다, 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무대까지 올라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세월호가 껍데기나마 올라왔지만, 아직도 5명의 미수습자가 배안에 있다”며 “저희 아이와 같은 반이었던 남현철·박영인 학생이 남아있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지난주 토요일 아들의 지갑이 유류품으로 발견됐지만, 아직도 찾지 못한 같은 반 친구들이 떠올라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했다”는 그는 “그래도 우리가 버티지 않으면 아이들이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릴까봐 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그저 헛된 죽음을 당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라도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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