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테이’에서 만난 인연들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네가 살아가는 내내 모든 순간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지.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어. 이이야기를 믿으면 믿을수록 우연의 일치 같은 동시성을 더 많이 경험하게 될 거고, 동시성을 경험하면 할수록 삶이라는 것이 원래 되어야 할 모습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될 거야.” - `우주는 네가 시작하기만 기다리고 있어’ 중 `지혜로운 지렁이’ (173쪽)
▲여성 4명 `책방에서의 하룻밤’
북스테이를 하면서 서로가 연결되는 장면을 보는 것은 마음을 넉넉하고 풍성하게 합니다. 얼마 전 친구들이 함께 하는 여행이라며 4명의 여성이 `책방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왔습니다. 그런데 재미난 것이, 이 4명의 나이가 각각 40대 후반, 50대 중반, 이제 60세로 다 달랐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친구인가 물었는데, 한 단체의 공부모임에서 만난 사이로, 회원 중 좀 더 친해진 서로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고 첫 여행을 함께 왔다고 했습니다. 남편이나 아이, 일에서 잠시 떠나 여성들만의 여행을 함께 온 것도 대단한 결심을 해야 가능한 우리 사회에서, 나이와 삶의 배경이 서로 다른 이들이 불과 2~3년 사이에 친구가 되어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여성들이어서 친구사이가 더욱 가능한 걸까요? 그들 사이에는 위계나 나이에 따른 위화감도 전혀 없이 십대 소녀들처럼 밤늦도록 이야기가 이어진 듯 했습니다. 삶의 의미 등 진지한 고민부터 건강과 몸매에 따른 조언에 이르기까지, 저희 부부도 초대받아 잠시 함께 했던 시간이 무척 의미 있고 편안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책 외에도 서로에게 이 시간과 공간을 기억할 수 있는 선물을 하기로 했다며 책을 고르는 데 분주했습니다.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언니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한 책이 바로 `가문비나무의 노래’인데, 바이올린 장인이 쓴 에세이로 각 장마다 제작과정에서 느낀 이야기를 하루 단위의 짧은 글로 적혀 있는 책입니다. 섬세하고 멋진 사진과 함께 적힌 구절들을 읽으니 이들의 관계가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일은 창조행위입니다. 나무가 제작자에게 맞추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장인이 나무에 맞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엄격한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제작자가 나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부터 이루어집니다. 거룩한 상호작용에는 결과가 열려있습니다. 열려있지 않다면, 이 세계는 `창조’된 것이 아니라 `조립’된 것이겠지요.”- `가문비 나무의 노래’ 중 `나무를 존중하며 Day1’ (88쪽)
▲거룩한 상호작용…결과는 열려 있다
서로를 존중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 모두가 기대하는 것일 텐데 왜 이 초록별 지구에서는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이 끊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 참담한 기분이 듭니다. 지나치게 결과에 집착하다보니 자꾸 뭔가를 계획하고 조직(조립)하려다 경직되어 뒤틀려 버리는 것이 아닐까. 각 각의 과정에서 서로 존중하고 평등하게 연결되기 위해 정성을 다하면 나이와 배경이 달라도 친구가 되는 게 아닐까.
숨 책방에 머물렀다 가는 이들이 남겨주는 이야기는 일상을 더욱 풍부하게 해 줍니다. 그래서 늘 마음에서 놓지 않는 바람이 있습니다. 책방을 찾는 이들의 잠시 머무름이 자신의 삶을 정성스레 돌보는 한 과정이 될 수 있기를 말입니다.
소개할 책=`우주는 네가 시작하기만 기다리고 있어:우물쭈물 기웃대는 당신을 위한 마법의 주문 START’(샬롯 리드 지음. 최고은 옮김 (샨티))
`가문비 나무의 노래’(마틴 슐레스케 지음. 도나타 벤더스 사진. 유영미 옮김 (니케북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