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관심 가져야 할
우리들의 피 흘림

 8회 광주여성영화제가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유스퀘어 문화관 동산아트홀에서 동시에 열린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지금, 페밍아웃!’으로, 페미니즘·페미니스트임을 선언해 일상의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선언이다.

 광주여성영화제는 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세상,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을 시작하자는 지향점이 뚜렷하다.

 여성영화제 출품작을 미리 엿본다. <편집자주>

개막작 ‘피의 연대기’

 감독 : 김보람 | 다큐멘터리 | 한국 | 2017 | 73분 | 15세

 11월 22일(수) 19:30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2

 11월 25일(토) 16:30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2

 인류의 역사와 함께 여성들의 피 흘림 역사는 시작되었다. 고대 이집트 여성들은 파피루스로 탐폰을 만들었고 세계 1차 대전 프랑스 간호사들은 최초의 일회용 생리대를 만들었다. 이후 상업적으로 생리대를 만들기 시작했고 일회용 생리대와 생리컵(국내에서는 아직 의약외품으로 판매 허가가 나지 않음)이 상용화되었다. - 영화 ‘피의 연대기’ 중에서

 2016년에 5월에 온라인으로 보도된 ‘생리대 살 돈 없어 신발 깔창·휴지로 버텨내는 소녀들의 눈물’이라는 기사는 ‘깔창 생리대’를 사회 문제로 부각시켰고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생리대 지원을 이끌어냈다. 생리대 가격 논란을 일으켰던 기업은 기존 가격보다 저렴한 제품을 출시했고, 국회에서는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올해는 생리대 화학물질 파동으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생리대에 대한 불신과 공포를 가중시켰다.

 이런 시점에서 8회 개막작으로 선정된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는 영문도 모른 체 태어나 나이 먹고 의지 없이 흘리고 있는 여성들의 피 흘림과 월경 도구들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 하고 있다. 영화는 월경이 아주 보편적이고 생물학적인 행사이지만 앞선 기사들처럼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여러 세대의 여성들의 경험담과 관련 전문가의 인터뷰들로 들려준다. 그리고 때로는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서 친근하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여성들 스스로 알아서 감추고 부끄러워했지만 너무나도 일반적인 생리적 현상인 월경을 전면에 내세운 ‘피의 연대기’는 생리가 더 이상 감춰야 할 비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이라면 가지고 있을 초경의 기억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지역과 세대에 따라 다른 생리용품 사용기는 관객들에게 동의와 호기심을 동시에 제공한다. 그 경험담들은 여성들 스스로 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되물으며 여성의 월경과 몸을 궁금해 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한 일임을 느끼게 된다.

 지난해에 옥랑문화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제작지원금을 받아 완성된 이 작품은 올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처음으로 선보였고 내년 1월 개봉을 앞두고 광주에서 상영된다. 영화 제작을 통해 여성으로 구성된 제작진이 각자의 몸을 사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감독 또한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한다. 올해는 22일 개막작 상영 외에도 추가 상영이 있으니 이 사랑스런 영화를 개봉 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2회 상영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가 준비되어 있으며 더불어 영화에도 출연한 ‘월경의 정치학’의 저자, 박이은실님과 생리에 대해 자유로운 토크 자리도 준비되어 있다.
이세진 <8회 광주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