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차별…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 시국페미(위)와 모래놀이.
▶‘시국페미’ Candle Wave Feminists
 25일(토) 14:00
 감독 : 강유가람│다큐멘터리│한국│2017│40분│15세

▶‘내 차례’ My Turn
 25일(토) 19:00
 감독 : 김나경│드라마│한국│2017│15분│15세

▶‘모래 놀이’ Playground
 26일(일) 14:00
 감독 : 최초아│드라마│한국│2017│28분│15세

 8회 광주여성영화제의 42편의 상영작 중에서 일곱 개로 구성된 단편모음에 각각 3~4편의 중·단편영화가 총 25편으로 구성되어있다. 그 중 감독이 생각하는 세상과 그 속에 있는 문제가 수긍되도록 잘 표현된 강유가람 감독의 ‘시국페미’, 김나경 감독의 ‘내 차례’, 최초아 감독의 ‘모래놀이’ 3편을 특별히 추천한다.

 2016년 겨울, ‘시국페미’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국가권력의 부당함을 규탄하기 위해 모인 집회 속에서 각종 여성혐오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직무수행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아닌 대통령의 성별·여성을 비난하는 여성혐오, 여성비하 발언들이 쏟아졌다. 또, 집회에 참여한 여성들에게 겨눠지는 각종 성희롱·성추행·성차별을 마주한 여성 그리고 페미니스트들은 기울어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모인 집회에서조차도 기울어진 평등과 당연한 권리를 바로잡기 위해 싸워야 했다. 집회 속에서 오고가는 이런 문제를 토로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일상 속에서도 여성혐오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되새길 수 있다. 지난 해 겨울,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가 사력을 다했지만 그 이면엔 더욱 용기를 내 국가뿐 아니라 세상의 편견과도 싸운 페미니스트들이 있다.

 두 번째 ‘모래놀이’는 데이트폭력·성폭력이 일어난 후 문제없이 넘어가게 되는 권력관계와 구조, 집단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이다. 유치원에 새로 온 선생 시은은 어느 날 6살 남아 시환이 동갑내기 여아 설아를 성추행한다고 생각한다. 시은은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원장에게 말해보지만 ‘애들은 그럴 수도 있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이 작품은 과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적 폭력의 주체는 누구인지, 이 폭력의 권력관계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반문하게 한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현대 사회에서 설아처럼 폭력에 쉽게 노출되어 있고 시은처럼 암담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그들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척박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차례’는 축하받아야 마땅할 임신의 의미가 변질된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학병원 간호사 현정은 자신의 차례가 아닌데 의도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다. 3교대 근무로 돌아가는 간호사들은 임신 순서가 뒤바뀌면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 원래 임신 차례 순서로 대기 중이었던 미경은 이런 현정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차례를 뺏길 수 없는 미경은 그 날부터 현정을 매섭게 대한다. 둘의 관계는 대립되고, 껄끄럽게 변해간다. 일하는 여성들에게 임신은 과연 축복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보통은 새 생명의 잉태를 축복해주는 게 당연한 것인데, 그 반대로 축복이라는 말이 당연하게 나오지 않는 이 영화 속 사회 구조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슬퍼진다. 영화 밖의 세상 어떤 곳에서는 이 영화가 현실일 것이다.

 위의 세 작품은 한국사회의 어둡고 암담한 면을 비추고 있다. 이런 단편영화들이 계속해서 제작되는 이유는 세상이 바뀌어 가고 희망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서는 희망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국사회 속 여성에 관한 차별, 고질적인 문제들을 말하면서 작품성도 겸비하고 있는 이 세 작품들로 여성차별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조신영 <8회 광주여성영화제 프로그램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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