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홍 작가 ‘겹겹-지울 수 없는 흔적’ 전
5·18기록관 3층…매일 16시 작가 사진설명

▲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20일까지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 사진전이 진행된다.
한국을 포함,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의 아픔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진전이 광주에서 개막했다.

6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겹겹 지울 수 없는 흔적, 아시아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들’ 사진전이 개막식을 갖고 전시에 돌입했다.

사진가 안세홍 작가는 24년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사진 200여 점과증언 영상 28점을 통해 소개한다.

작가는 한국,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 아시아 곳곳을 누비며 피해자 140여 명을 만났다.

피해 할머니들은 사진을 통해 가슴속에 숨겨놓은 응어리를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어느새 80~90세 고령이 된 피해자들이지만, 70여 년 전의 일은 그들의 몸에, 기억 속에 남아있다.

작가는 24년 간 아시아 곳곳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140여 명을 인터뷰했다.

일본군이 라우린다 할머니의 팔뚝에 새겨놓은 문신엔 일본식 이름 ‘따스코’와 ‘JAPON’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일본군의 만행은 낙인처럼 문신으로 남아 피해자를 평생토록 괴롭혀왔던 것이다.

당시의 상처로 아이를 임신할 수 없게 된 조선인 이수단 할머니는 아기 인형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이다. “너희 엄마 아빠는 어디로 갔니, 나랑 같이 살자…” 살아 생전 그는 자나깨나 인형을 안고 계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세계지도 위에 피해자들의 사진을 배치한 작품에선 아시아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본군이 피해자 라우린다 씨 팔뚝에 새긴 문신.

증언 영상에선 “일본군이 왜 나를 이렇게 했는지 알고 싶다”, “일본의 높은 사람이 직접 와서 나를 보고 사과해야 한다”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

전시 도록, 포토에세이, 책자와 함께 전시회에선 피해자들의 사진을 담은 엽서도 만나볼 수 있다.

엽서를 구입해 피해자에게 하고싶은 말을 적어 전시장에 비치해놓으면, 향후 피해자들에게 엽서를 전달하는 프로젝트도 기획되고 있다.

북한 평안남도 생 고 이수단 씨. 1940년 18세 나이로 5년간 중국 아청, 시먼즈 위안소로 동원됐다. 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이수단 피해자는 당시 상처로 자신의 아이를 임신할 수 없었고, 2016년 95세의 나이에 홀로 운명을 달리했다. <안세홍 작가 제공>

안세홍 작가는 “겹겹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증언과 고통을 기록하기 위해 피해자들을 만나 증언 사진 기록과 피해자 지원을 하는 프로젝트”라며 “그녀들의 한맺힌 가슴과 거친 숨소리는 7~80여 년 전 과거가 아닌 지금까지도 이어져오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주변의 차가운 시선, 종교적 차별, 가해국과 피해국의 외면 등 그녀들의 고통은 겹겹이 쌓여만 가고 있다”며 “피해자가 우리나라만 있는게 아니라 태평양 연안 230여 아시아 전체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으로 지구 반대편 소식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지금 시대에, 다른 나라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시민사회 힘이나 경제적으로나 상황이 좋은 한국이 이 문제를 아시아 전체의 문제, 국제문제로 확장시켜 아시아를 이끌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전시는 20일까지 계속된다. 안세홍 작가는 전시기간 동안 매일 오후 4시마다 도슨트로 나서 사진설명을 진행한다.

10명 이상 단체 관람시엔 겹겹프로젝트 사무국(010-2667-6639)로 예약하면 다른 시간에도 작가를 만나볼 수 있다.


겹겹프로젝트는 특히 학생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11월14일 수능 전후로 시간이 있을 때 자라나는 많은 학생들이 방문해 아픈 역사에 대해 알아갔으면 한다”는 것이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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