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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우리 책들]커다란 세계를 만나는 통로…여행과 책
‘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 그 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수오서재. 2019
이진숙
기사 게재일 : 2020-01-20 06:05:03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이 즈음에, 그동안의 일들에 치여 계속 나아가기가 힘이 들고 있는 곳이 더 이상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 권태로우면서도 힘겨운 일상을 그저 견뎌내고 싶지 않다. 하던 일을 멈추고 칩거를 할까? 하지 못했던 시도들을 해 볼까? 여행이라도 가 볼까? 그때 눈에 들어 온 책이 바로 ‘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 그 곳의 책을 읽는다’(김남희 지음. 수오서재) 이었다.

 내 인생의 필수품 두 개를 고른다면 여행과 책이다. 근사한 집이 없어도, 든든한 통장이 없어도, 다정한 연인이 없어도, 독서와 여행이 가능한 삶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에게 여행과 독서는 다르지 않다.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기에. (프롤로그 중)
 
▲여행을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늘 책이 둘러싸여 살아오는 책방지기에게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말이었지만, 사실 책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영업으로만 다루고 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회한이 들던 참이었다. 여행이 직업인 사람 - ‘다른 나를 찾고 싶다는 갈망, 더 많이 감사하고, 좀 더 겸손하고, 더 자주 웃는 자신을 보고 싶어 이 길을 찾아오는 게 아닐까’(33쪽) 라는 김남희 작가는 그 여행길에 항상 책과 함께 한단다. 너무도 매혹적이라 책을 읽다 그곳으로 향하게 되기도 하고 삶을 바꾸는 한 번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서 발견하기도 해서 이 책의 제목이‘여행할 땐, 책’이다. 오롯이 책과 함께 혹은 책을 위해 떠나는 여행에 대해 씌여있는 이 책을 읽다보니, 떠나고 싶은 맘이 들었다가도 다녀온 것 같아 ‘이미 되었다’ 싶은 충만한 맘이 들기도 하고 소개하는 또 다른 책이 읽고 싶어지기도 했다. 나라면 어떤 책들과 어떤 여행을 할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 책장을 흩어보기도 한다.

 여행을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고 신영복 선생은 ‘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는데, 역시 그러한 여행의 길잡이로 책만한 것이 없구나 싶다. 더 잘 살고 싶어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한번뿐인 인생을 무언가 의미있는 것으로 채우고 싶어서 우리는 자꾸만 시도하는 것이리라.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내내 타인의 친절에 기대어 사는 일이다. 덕분에 타인에 대한 내 선입견을 끝없이 수정해올 수 있었다. 흑인에 대한, 동성애자에 대한, 무슬림에 대한, 열대 지역의 사람에 대한 수많은 편견이 깨졌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갔고, 내가 속한 이 세계를 마음을 다해 끌어안게 되었다. 길 위에서 나는 조금 더 용감했고, 더 착해졌다. 타인의 고통을 나눌 줄 알게 되었고, 지구에 조금이라도 해를 덜 끼치는 인간이 되고자 애쓰고, 육체적인 불편함을 견디는 힘이 극도로 강해졌다. (에필로글 중)
 
▲“책을 읽으면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스페인의 산티아고에서부터 남미의 파타고니아까지, 차가운 아이슬란드와 뜨거운 인도, 네팔 히말라야의 깊은 곳까지, 전 세계를 다녀오게 된다. 가만히 앉아 여행가의 눈을 통해 만난 새로운 세계를 함께 경험한다. 나도 읽고 느꼈던 ‘그 책’을 작가와 함께 여행지에서 다시 만난 느낌이다. 힘겨운 일상에 지쳐서 무언가 필요한데 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나에게 어느새 힘을 준다. 나 혼자만 느끼는 어려움인 듯 외롭고 한 없이 작아졌는데 여행자 친구와 책으로 인해, 정말 가만히 집 구석에 앉아서, 세상에 발 딛고 우뚝 선 느낌이다.

 피크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서점에 가는 이유도 이 넓은 지구에서 내가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서점은 섬처럼 외따로 떨어진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책과 나를, 이 세계와 다른 세계를 연결해 주는 통로.(중략) 무엇을 읽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면 작은 서점을 찾아간다. 확고한 취향을 가진 주인이 선별한 책들을 들여다 본다. 그가 조심스레 인도하는 낯선 세계속으로 발을 디디며 내가 살지 못하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을 만난다. 서점이라는 작은 공간은 이토록 커다란 세계를 품고 있다. (138쪽)

 그러고 보면 여행을 하는 것과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속성상 같은 행위일지도 모른다. 혼자이면서도 함께일 수 있고 나의 편견과 좁은 식견을 넓혀주는 다채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지만 우리는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노랫말의 가사처럼 살아가는데, 여행이 책이 그리고 작은 책방이 좋은 길동무가 되지 않을까.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문의 062-954-9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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