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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 우리 책들]아무튼, 계속
흐르는 시간에 맞설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

김주은
기사 게재일 : 2020-02-17 06:05:03

 매일 밤 잠들기 전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내일 할 일 목록 정리’ 갑자기 생긴 습관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그래왔다. 수첩 어딘가에 해야 할 일을 적어두면 하지 못한 일이지만 모두 끝낸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졌다. 책방을 운영하면서부터 이 일은 우리 부부의 공통 습관이 되었다.

곧 만 4살이 되는 우리 책방의 역사 중 만 2년은 갓난쟁이 아이와 함께였다. 책방에서 돌아와 함께 아이의 저녁을 챙기고, 놀이시간을 갖고, 목욕을 하고, 재우는 단순한 일상은 즐겁지만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아이가 잠든 모습을 보면 그 옆에 누워 당장이라도 함께 잠들고 싶지만, 방문 밖에는 집안일과 낮에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문 밖 남은 일을 부부가 함께한다는 것이다.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널브러진 옷가지와 장난감을 정리하고, 설거지와 세탁기를 돌리고 가볍게 청소까지 마치면 비로소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내일 할 일 목록 정리’
 
 우리는 각자 해야 할 일의 시작에 앞서 책상 혹은 식탁 앞에 함께 앉아 ‘내일 할 일 목록 정리’를 한다.

이 목록은 크게 내일 해야 할 일, 이번 주 해야 할 일, 이번 달 해야 할 일 등으로 나누어져 있고, 다시 각자 해야 할 일, 함께 해야 할 일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목록 작성을 통해서 해낸 일과 해야 할 일들이 매일 업데이트 된다. 책방을 우리의 본업으로 하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책방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위해 보이지 않는 노동이 얼마만큼 들어가는지를. 신간 도서를 확인하고, 거래처에 주문서를 넣고, 재고 관리를 하고, 손님을 응대하고…신나는 일을 도모하려면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작가나 출판사에 메일을 쓰고, 일정을 조율하고. 때로는 기획서나 제안서를 작성하기도 하고. 이러한 기본 업무에 각자의 외부 약속이나 업무를 더하다 보면 슬슬 일상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한다. 과부하의 신호는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내일 할 일 목록 정리’가 업데이트되지 않는 것.

 매일 시간은 흐르고, 우리의 모든 것은 변한다. 일상도 마찬가지다. 신나고 재미있는 삶을 원하는 것만큼이나 평화롭고 안정적인 일상을 원한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은 멈출 수 없고, 변하지 않는 일상이란 없다. 흐름과 변화 속에서도 평화롭고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내겐 ‘내일 할 일 정리’ 와 ‘독서’가 그 방법이다. 아이를 출산하고 나에게 ‘시간’은 늘 큰 화두였다.

시간을 잘 쓰는 것에 대해 고민할 때 만난 책이 바로 ‘아무튼, 계속’이다. 나와 성별도, 나이도, 직업도, 삶의 방식도 다른 저자가 쓴 책에 이토록 끌릴 줄은 몰랐다.

사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모토로.” 성장과 변화와 발전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해 온 일들’과 ‘쭉 하다 보니 해오는 것들’을 통해 그가 말하는 ‘계속’과 그 만의 ‘세계’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무렴, 어떤 짓을 해도 시간은 멈출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돌아올 여름을 맞이하면 지난여름에 느꼈던 감정을 또다시 느끼고 싶고, 그 뜨거운 바람과 연관된 이야기들이 다시 반복되길 바란다. 세월이 흘러도 부모님은 언제나 머릿속에 있는 건강한 모습 그대로 머물러 계셨으면 좋겠고, 살면서 마주했던 여러 행복한 순간들을 먹고 산다는 이유로, 아니면 운이 좋아서 배불러졌다고 잊어버리고 살지 않기를 빈다. 그래서 최대한 시간을 붙잡으려고 노력했고, 시간의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일상을 이어나가는 모습에 감동”
 
 그는 모든 순간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으면 하고, 어딘가에서 자신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켜켜이 쌓아두고 언제든 되돌아왔을 때 그 모습 그대로 반겨주는 존재가 있길 늘 바란다. 시간을 버텨내온 단단한 것들에 흥미를 느끼고 안정을 얻는다. 자신의 삶에서 계속되고 있는 여러 ‘계속’의 생활 방식이 어떤 강박적인 루틴이 아니라 실은 시간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모두가 흘러가는 시간을 아쉬워하고, 변해가는 모습에 허전함을 느낀다. 그래서 바로 지금, 행복한 순간이 되길 바라며 “아무튼, 계속” 일상을 이어나가는 모습에서 작은 감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의 루틴(계속)을 만드는 과정이 그리고 그것을 이어가는 것이 힘든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을 기꺼이 해 나가 가겠다면 이 작은 책이 위안과 용기가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나 또한 육아와 자영업, 좋아하는 일이 함께하는 이 롤러코스터 같은 삶 속에서 내적 평화로움과 안정적인 일상을 찾기 위해 ‘내일의 할 일 목록 정리’를 할 것이다. “아무튼 계속!”
김주은<‘심다’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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