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야, 서점이야? “정체가 뭔가요?”

“여기 있는 책은 다 읽어도 되나요?”
“아뇨, 판매용이에요. 열람용 책은 별도로 ○○에 있고 표시돼 있습니다”
책방과 카페를 겸업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들과 주고받는 대화다.

그저 분위기 좋은 ‘북카페’로 알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기에 책을 판매하는 ‘책방’임을 알리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그냥 차 마시러 왔다가 큐레이션된 서가에 관심을 보이며 책을 구매해주시는 분들을 보며 소소한 보람을 느낀다. 그렇다. ‘사이시옷’의 정체는 책방이기도, 카페이기도 하다.

‘독고솜에게 반하면’에 등장하는 독고솜은 친구들 사이에서 ‘마녀’로 불리는 왠지 불길하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다. 하지만 자칭 명탐정 서율무에게 독고솜은 다른 친구들과 조금 다른, 친해지고 싶은 특별한 아이다. 청소년소설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요즘 “재밌게 술술 읽히는 소설 추천해주세요” 하는 분들에게 자동으로 “이 책 읽어보세요!”하는 추천 책이기도 하다.

# 소문과 편견 너머

여느 소설이 그렇듯, 주인공인 중학생들 사이에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마녀 독고솜과 탐정 서율무 그리고 여왕 단태희 등을 중심으로 아이들 사이의 편견과 오해, 진실과 거짓들이 뒤섞였다 풀리며 따뜻하게 마무리된다. 불안과 공포, 불신과 편견 등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와도 연계해 생각해 볼만한 표현과 내용들이 많다. 이를테면 이런 표현들.

‘남의 이야기는 하기 쉬웠고 나쁜 이야기는 흥미를 끌었다. 그러니까 결국, 멀리 그리고 빨리 퍼지는 소문의 핵심은 다름 아닌 타인의 불행이었다’

‘아이들은 점점 독고솜이 진짜로 불길하고 무서운 존재인양 행동했다. 이상하기도 하지. 독고솜과 어울리지 말라는 메시지만 받아들여도 되었을 텐데 왜 그렇게까지 한 걸까? 어쩌면 애들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아서, 어떻게든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 비밀스럽고 특별한 친구

다른 친구들이 뭐라 하든, 탐정 서율무에게 마녀 독고솜은 ‘비밀스럽고 특별한 친구’다.

요즘 동네책방들은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커피, 술, 음식도 팔고 책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곳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요즘 책방을 바라보는 시각도 제각각이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생겨서 너무 좋다’는 반응부터 ‘이게 무슨 서점이냐’는 반응까지…공간에 대한 해석은 자유다.

동네책방을 꾸준히 찾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책방의 이미지를 만들고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친구’ 같은 작은 책방들이 동네마다 조금씩 늘어났으면, 그리고 오랫동안 골목 안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 동네책방에 반하면

‘사이시옷’도 그렇다. 언뜻 보기엔 분위기 좋은 북카페 같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뜻밖의, 생각지도 못한 보석 같은 인생 책을 만날 수도 있는 ‘비밀스럽고 특별한 친구’같은 곳이다.

어느 평일 저녁, 조용히 차를 마시던 손님이 책장 여기저기를 한참 기웃거리더니 카운터로 와 수줍게 말을 건다. “저기요, 혹시 여기 있는 책 다 읽어보셨어요?” “음, 전부 다 읽은 건 아니고 절반 이상은 읽은 것 같아요.” 답했다. “그럼 혹시 책 추천도 해주세요? 서점에 가도 책을 못 골라서 못 사는 경우가 많아서요” 하시기에, 책 읽는 주기와 주로 읽는 장르 등 몇 가지 묻고 몇 권을 추천해 드렸다. 추천한 4권 중 3권을 구입하며 “너무 고맙습니다” 한다. 이런 손님, “제가 더 고맙습니다.”


서율무에게 독고솜이 ‘비밀스럽고 특별한 친구’이듯
독고솜에게 서율무가 누가 뭐래도 ‘최고의 명탐정’이듯
우리 동네 작은 책방이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친구’같은 곳이 되길 바란다.
나만의 비밀스럽고 특별한 친구, 동네책방.
“동네책방에 반하면? 답 없다!”
인스타그램 saisiot_book_cafe
광주 서구 화정로260번길 9
062-400-5987
김지연 <‘사이시옷’ 책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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