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니 핏빛 그리움이…

 화엄사 黑梅

 지리산 노고단 넘어
 피아골 골짜기 지나
 새벽 햇살 오르니
 핏빛 그리움이다
 
 각황전 석등 바라보고
 원통전 사자탑 보듬어
 부처님의 자비를 비는
 화엄사 흑매(黑梅)
 
 붉디 붉은 검붉은 홍매(紅梅)
 아침 햇살 비추니
 진하디 진한 黑梅
 꽃잎에 그리움 걸린다
 
 피로 물들은 역사의 골짜기
 피아골 지리산 자락
 남도의 봄날에
 핏줄기 응어리져 黑梅花 핀다
 
 노고단 여명지나 새벽 햇살 비추니
 그 햇살에 진한 붉은빛
 화엄사 黑梅
 봄이 오면 핏빛 그리움이다
 
 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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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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