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공모 통과 ‘지역 영화 플랫폼’ 기대속
예산 부족·관객 저조 광주극장과 상생 등 과제 산적

▲ 광주독립영화전용관이 들어서게 될 동구 서석동 영상복합문화관.<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에 독립영화전용관이라는 플랫폼이 하나 던져졌다. 무엇을 채우고,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다. 독립영화라는 시장 자체가 협소해 입장 수입만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에서 예술·독립영화 산실 역할을 해온 광주극장과의 상생 문제도 풀어야할 숙제로 대두했다. “지역영화플랫폼”이라는 바람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영화인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광주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은 광주시가 영화진흥위원회 의 ‘2017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지원 사업’ 공모에 참여한 결과가 지난 28일 발표되면서 가시화됐다. 공모 통과로 광주독립영화전용관은 운영 성과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국비 6억여 원을 지원받게 됐다.

광주독립영화전용관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영상복합문화관(동구 서석동) 6층 G-시네마 상영관(105석 규모)에 마련되며, 광주영화영상인연대가 주축이 돼 내년 2·3월 개관을 목표로 운영위원회 구성과 운영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이순학 상임이사는 독립영화전용관이 광주 독립영화의 플랫폼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이 이사는 “지금껏 광주는 영화 제작 기반과 공공 베이스가 하나도 없는 사각지대였다”며 “영화 제작에 반드시 필요한 동시녹음기도 없거니와 대여 가능한 카메라 역시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캠코더 정도가 최선인 탓에, 광주 기반 영화 인력은 서울로 유출되며 제작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독립영화전용관을 통해 영화를 꿈꾸는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교육 기반시설로 확대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또한 각종 독립 단편 영화제를 끌어들이고 ‘영화 운동’ 형태로 시민적 관심을 일으켜, 지역 기반 영화에 대한 제작 지원 및 배급을 활성화를 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열악한 환경상 ‘독립영화전용관’이 헤쳐가야할 길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다양성 영화 중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낮아, 입장 수입만으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는 게 영화인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게다가 국비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5년 6억, 1년 1억2000만 원 가량인 셈인 것. 이와 관련 영화인 조대영 씨는 “약 3명의 인력을 최저임금으로 채용하고, 나머지 비용을 공간 운영비로 투입한다고 생각하면 무척 빠듯한 최소 비용”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현재 독립영화상영관 운영 계획으론 발권시스템 구축만 예정돼 있을 뿐, 상시 인력이 머물만한 사무실이나 관객들 대기 공간 마련 등은 계획조차 없는 실정이다.

 그동안 광주지역 예술·독립 영화 거점 역할을 해온 광주극장과의 상생도 과제다. 독립영화전용관과 광주극장과의 거리가 약 1km도 떨어지지 않아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광주극장은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민간 상영관이고, 독립영화상영관은 오로지 독립영화만 다루는 곳으로 그 성격이 다르긴 하다. 그러나 광주극장 상영 1년 프로그램 중 약 10% 가량이 독립영화인 만큼, “두 상영관 사이 상영표가 일정부분 겹치면, 서로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게 주변의 우려다.

 이와 관련 광주극장 측은 다른 해석을 내놨다. 김형수 이사는 “독립영화전용관을 이끌어갈 지역영화인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기반으로 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광주 영화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어 “광주극장 자체 프로그램으로 인해 괜찮은 독립영화들을 상영하지 못하거나 중도에 내리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상호 일정 조율을 통해 광주 내 상영기간을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독립영화는 스타배우가 나오지 않는 이상 관람객이 1명에 그치거나 아무도 보지 않기도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독립영화전용관이 영화의 특색에 맞는 홍보나 안정적인 상영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광주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조대영 씨는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어떤 사람들이 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앞으로 1~2년간은 시민들에게 ‘독립영화상영관’을 알리는 데 집중해 감독과의 대화 등 여러 이벤트를 추진해야 할 것 같다”면서 “또한 이 공간이 제대로 자리를 잡아 지역 영화 플랫폼 기능으로 작동한다면 매력 있는 공간이 될 것인만큼, 프로그램을 구성할 운영진들 책무가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시가 독립영화전용관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전폭적인 지지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다. 광주극장 김 이사는 “앞서 인천은 주무관청 측에서 독립영화전용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상업영화를 상영하라는 요구가 이어져 논란이 인 바 있었다”며 “광주시는 이와는 달리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여성영화제 김채희 집행위원도 “작년까지 소극적인 태도로 영진위 공모에 임하지 않았던 광주시가 이제야 공간 임대까지 나섰지만 더 나아가 사무 공간 지원 등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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