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단체 “관광자원” 주장…환경단체 “훼손 불보듯”
선거철 단골메뉴…전문가 “국립공원 지정 취지 위배”

▲ 지난 201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광주드림 자료사진>
 국립공원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 주장이 또 나왔다. 선거철만 되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케이블카를 주장하는 측은 무등산을 광주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라는 논리를 펼친다. 반대하는 측에선 환경 훼손을 우려하고, 자연 보호를 우선시하는 국립공원 지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반발한다. 선거 시즌마다 재현되는 무등산 케이블카 논란, 올해는 또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무등산, 세계적 관광자원위해 필요”

 가칭 ‘무등산 자연환경 보존 케이블카 설치 범시민운동본부’는 29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등산 케이블카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산업화하자는 게 이들 주장의 뼈대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것.

 이들은 “광주는 ‘아시아문화 중심도시’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로 관광콘텐츠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호남선 KTX 개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에도 관광산업이 매우 취약한 광역도시로 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케이블카는 노약자나 장애인, 임산부, 어린이는 물론, 짧은 일정으로 광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며 “광주의 자랑인 무등산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어 가자”고 주장했다.

 특히 “케이블카는 자연훼손 면적이 적고 소음·대기 등에 의한 환경파괴가 거의 없는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며 “친환경공법을 이용해 자연훼손을 최소화 한다면 환경도 지키면서 관광활성화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 무등산 케이블카의 구체적인 루트나 건설방식, 방향 등에 대해 논의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 김기중 고문은 “설악산·유달산 등 전국이 케이블카를 건설하는 추세다”며 “현재까지 별다른 산업이 없는 광주의 미래를 위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론화를 시켜보자는 취지로 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운동본부는 앞으로 공청회·여론조사·서명운동 등을 통해 케이블카 문제를 공론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주장은 지역 정치인들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2016년 10월 조세철 광주시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아시아문화전당과 무등산을 연결하는 케이블카를 짓자”고 주장한 바 있다. 양혜령 전 광주시의원도 2016년 동구청장 재선거 과정에서 “지산유원지에서 장불재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건설과정, 건설 후 환경훼손, 불보듯”

 환경단체들은 케이블카 건설과정에서의 국립공원 훼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케이블카가 친환경일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공사 과정에서 국립공원 내 철탑·지주대·콘크리트 상부 정류장 등이 들어가고 중장비들도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

 건설 후에도 문제는 계속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국립공원 상부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될 경우 “꾸준히 지속적으로 훼손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2016년 기준, 무등산 탐방객 수는 연간 357만 명으로 해상국립공원을 빼면 북한산·설악산에 이어 전국 3위 수준이다.

 광주전남녹색연합 박경희 사무국장은 “케이블카를 아무리 친환경공법으로 한다고 해도 건설 과정에서의 훼손은 피할 수 없다”며 “관광수익 측면에서도 사람들이 머무르고 숙박하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케이블카를 통해 지나가는 장소가 된다면 수익으로도 연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등산이 국립공원이 될 때 가장 우려했던 것은 탐방객 증가로 인한 환경훼손문제였다”며 “탐방객 제한이나 등산로 제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는데 오히려 사람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은 생태관광 측면에서 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사무처장도 “현재 무등산은 군부대 이전, 방송송신탑 이전 등 경관복원, 자연보전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태인데 케이블카 건설 논의는 이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국립공원 이념·취지 정면 배치”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건설은 ‘환경 보전’을 내세운 국립공원 지정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립공원이던 무등산은 지난 201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시민들이 참여한 무등산 공유화운동 등 ‘트러스트 운동’을 중심으로 “난개발을 막고 자연을 보전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진 결과였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립공원은 자연을 ‘활용 가능한 자원’에서 ‘보전의 대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취지에서 지정한다. “자연생태계와 자연·문화 경관의 보전을 전제로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하고자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보호지역”을 말한다.

 한국환경생태학회 최송현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국립공원이란 미래세대들이 자연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보전해 물려주는 것이 제 1의 목적이다”며 “건설과정에서의 땅을 파헤치는 환경훼손은 물론, 생태계 지탱력이 약한 아고산지대에 관광 목적으로 사람들을 올려보낸다는 건 국립공원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전가치가 높은 무등산에 대해 시민들의 요구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는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무등산보호협의회 이재창 운동본부장 역시 “케이블카 건설은 광주 뿐 아니라 무등산이 걸쳐있는 화순이나 담양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우후죽순 건립하자고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무등산은 세계지질공원 인증과 군부대 이전 등 중요한 과제들이 많은 상태”라며 “지금 상황에서 케이블카 건립 논의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고 지적했다.

 한편 무등산은 국립공원과 국가지질공원이 중복 지정돼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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